로저 에버트 -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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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봐도 두꺼운 책이었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매번 영화를 본 후 나만의 글을 적어왔던 터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론가의 이야기라고 해서 유명한 평론가가 쓴 글은 어떨까.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실망했다. 원서를 번역했을 것이 당연할진데, 그것을 생각못했던 것이다. 번역가에 대한 프로필은 짧게 적혀 있어 잘 알지 못하지만, 너무 대충대충 내가해도 이것 보다는 잘했을 것 같이 번역을 해두었다. 만약에 서점에 가서 펼쳐보고 구매를 결정했더라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그랬다. 한 문장이 한 줄 겨우 넘어간다.

"여러 목소리가 나를 격려한다. 핼 홈스는 빨간색 세발자전거를 가졌다. 자전거를 갖고 싶은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부모님은 이상하게도 파이프에 불을 붙인 다음 입에서 연기를 뿜어낸다. 나는 먹고 싶지 않다. 그러자 나를 무릎에 앉힌 마사이모는 입을 열지 않으면 꼬집겠다고 말한다. 개리 위코프는 부엌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그는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묻고 나는 손가락 세개를 펼친다. 나는 토츠 유치원에서 메드로 부인이 키우는 개의 등에 오르려고 애쓰다가 뺨을 물린다. 사람들은 상처를 꿰매기 위해 머시 병원으로 나를 데려간다." (13-14p)

이건 처음부분이다. '기억'이라는 이름 하에 어릴 적 그의 기억을 하나하나 한줄한줄 나열식으로 연관성 없는 듯 보이는 문체로 기록하고 있다. 아직 책이 시작하기 전이니 원래 이렇게 썼나보다. 하고 읽어내려가 보지만... 다음 챕터도 마찬가지다.

여느 미국 가정의 아이처럼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일한 유품을 건네주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숨을 거둔 고모의 시신에서도 인상을 받고, 가족과 집안 직장뿐인 담배피는 바쁜 여자! 어머니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며...모두 숨가쁘게 이어져나갔다. 계속 읽으며, 이 책은 무슨 책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0페이지 이상 꼭 다 읽어봐야할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어봤고, 게다가 나도 영화잡지 읽었던 한때가 있는데 왜 상까지 받은 사람인데 몰랐으며, 이 책의 앞부분의 대부분은 그저 평범한 사람의 가족 이야기 인 것 같아서 말이다. 컬러페이지로 사진까지 있어서 더욱 이 책은 전공책 또는 위인전 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게다가 처음에 이 책을 받고 몇 페이지인가 보려고 넘겼다가 발견한 <찾아보기> 리스트는 정말 뜨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책을 끝까지 전부 다 읽지 않았다. 앞으로도 <강제적으로 읽으라 하지 않는 한> 읽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좀 더 영어 실력이 는다면 원서로 읽어볼 생각은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이나 그가 영화평론가로서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게 한 실제 평론을 읽어보는 것이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이유로는 번역을 들 수 있을 것이며, 두 번째 이유로는 <유명한 사람의 전기>들을 좀 더 재미나게 풀어내었더라면...하는 생각 때문이다.

심지어 이 책은, 글씨체가 중간에 바뀌기도 한다. 순간.ㅠㅠ
아쉽다. 역시 위인전은 어려서나 커서나 감동받기 정말 힘든 것 같다.
더불어 마지막으로, 내가 만약 전기를 쓴다면 에피소드 하나하나 식으로 재미나게 쓸 것 같다.
이렇게 나열식이라면 곤란해-

하룻밤 정도 더 읽어볼까 생각했지만, 끝까지 읽어도 별 감흥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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