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남미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때, 귀국여행이 가능해서 '어디로 갈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행복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은 물론 책소개를 통해 우리네 인생사 그리고 함께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결론적으로 한숨을 쉬게 되는 그런 내용이라고 해야하나

보통 나에게 있어 '어디로 갈까요'는 설레고 행복한 느낌이라면, 이 책 제목은

어디로 갈지 모르겠구나. 라는 뜻으로 느껴진다.

이십대는 정말이지 흠집을 내기 위해 몸을 내어놓고 있는 시간들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 삼십대, 그 흠집들을 가리기 위한 새로운 생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했다. p153

단편단편이 모여 만들어진 소설책이고, 그 단편단편이 다른 내용인데

다 읽고 난 지금. 다 비슷비슷한 내용인 것 같고, 다 우울했던 내용이라

내가 좋아하는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기 싫어졌다고 한마디로 말할 수 있겠다.

뭐랄까...

예전에 내가 힘든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때

앞으로 펼쳐질 멋진 미래가 아니라 힘들었다는 하소연과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지

푸념을 늘어놓아, 결국 친구들이 만나기 싫어하는 존재가 되었던.. .그 때 그런 느낌의 소설이랄까

공감도 가고 이해도 가고 ... 아..나도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 (물론 책 속처럼 극단적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런 이별과 그런 연인 그리고 그런 부모등이 있었지. 공감은 할 수 있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쉽게 드러내는 책이라 그런가...

예를 들어 주말부부로 살던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되고 한 자해행위,

아들이 고추장 때문에 죽은 것을 알고 그 뒤로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니 같은 것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해 보이는 것일텐데

내가 처음 외국에서 돌아와 상처를 드러냈을 때 우울하다며 싫어했던 여느 친구들처럼 나 역시 같은 느낌을 이 책에서 받았다. 맞다. 딱 그 느낌이다.

우울해서 다시 보기 싫은 친구. 같은 느낌.

아기를 키우고 있어서일까. 즐거운 느낌, 행복한 느낌, 앞날이 훤한 느낌의 글을 기대했던 것 같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모여 다같이 희망찬 앞날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안될까?

조금 아쉽다. 문체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사람이 사람을 떠날 때에는 냄새가 날까, 소리가 날까.

그런 것이 궁금했던 적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도 있다.

버린 적 없는데 사라져버린 사진과 일기장, 학창시절 교지, 그런 것들.

물론 그것들은 어쩌면 고향집 보일러실 어두컴컴한 구석, 상자 속에 쌓여 슬그머니 숨어들어온

길고양이의 잠자리가 되었을 수도 있고 바닥에 고인 질척한 빗물에 반쯤은 썩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찾은 적이 없을 뿐이지.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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