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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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이슈란 미세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감정의 미궁에 빠져버리곤 한다. / p.9

가족과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 정치적인 색이 뚜렷한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부모와 자식 관계처럼 정치적으로 대립할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이야기가 뼈저리게 실감이 된다. 특히,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던 중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가 꽤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가족과 있을 때에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아예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방에서 혼자 조용히 독서하고, 다른 방에서 낮잠을 자는 식이다. 요즈음 정치나 사회가 워낙에 부정적인 이슈들이 많다 보니 더욱 조심하게 된다.

이 책은 조선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소설이라는 점 하나로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런데 책의 뒷면에 실린 글이 너무 눈길을 끌었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잘 드러낸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될 것 같다는 예감과 그 지점에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에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학과가 폐강되어 현재는 퇴직한 아버지 영한, 신문 기자로 활동했었지만 역시 직업이 없는 어머니 정희, 좋은 회사에서 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딸 하민, 밴드를 하겠다면서 일 년 반이라는 세월을 음악에만 매달렸던 아들 동민이다. 이 네 사람은 각자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너무나 갈등이 많은 가족이다.

영한은 학생 운동으로 남영동에 끌려가 감옥 살이까지 했던 현재 야당의 지지자이다. 정희 역시도 현재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하민은 동성 튀르키예인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으며, 페미니즘과 정의당을 지지한다. 반대로 동민은 20대 남자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흔히 '2찍남'으로 대변하는 여당의 지지자이다. 이렇게 너무 극단적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기에 동민은 영한과 싸우다 가출하기에 이르렀고, 정희는 하민의 결혼을 앞두고 서운함과 함께 성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읽으면서 하민에게 공감이 되었다. 하민은 자유분방하면서도 개방적인 성향의 소유자인 듯했는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들에게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고, 혐오 표현을 들었을 때에도 참지 않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이는 정치적인 성향에서도 드러났고, 가장 진보적인 편이었다. 물론, 정치 성향이 하민처럼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동성연애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를 가진 여성이기에 전반적으로 가장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다.

예전만 보더라도 보수 진영에는 부모님, 진보 진영에는 자녀들이 대립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다수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오히려 부모님 연배에서 야당을 지지하고, 2030 남성들이 여당을 지지해서 싸움이 일어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작품에서도 동민은 영한에게 정치적으로 적대감을 심하게 보인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의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는 점에서 동민이 가장 거리감 있게 느껴졌다.

사실 읽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한의 이야기에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정치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보니 조금은 어려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답답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는 점을 지우고 본다면 주변에서 쉽게 일어난 가족 이야기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가족 사이에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읽고 난 이후에 감정도 마치 현실의 정치 갈등처럼 생생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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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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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구에게는 먹는 행위가 삶과 직결돼 있는 것이다. / p.22

이 책은 야마시타 히로카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에 관심이 가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한 인간이 겪은 부정적인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전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묘하게 제목에 시선이 머물렀다. 사실 그렇게까지 무기력한 스토리를 선호하지는 않는 편인데 책을 고르는 느낌을 믿기로 했다. 기대보다는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다.

소설에는 할머니와 어머니인 키이짱, 손녀인 유메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는 고령의 노인이다. 키이짱은 할머니를 간병하고 있으며, 유메는 소설가를 꿈꾸고 있다. 유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포기할 수 없는 꿈과 금전이 필요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애증이 잘 드러나 있는데 음식의 간을 심심하게 맞추는 키이짱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거나 유메에게 아무렇지 않게 욕을 던지기도 한다. 남이 보기에는 민망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과 할머니에게 화 한번 제대로 내지 않는 키이짱의 모습을 보는 유메는 답답함을 느낀다.

읽으면서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소설에 드러나는 독특한 관계이다. 유메의 할머니는 친할머니이며, 키이짱은 전 며느리인데 정리해서 본다면 키이짱과 유메의 아버지는 이미 이혼한 상태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재혼해서 다른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이미 남인데 키이짱은 전 남편의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딸이자 손녀로서 가지는 애증이다. 유메에게 가족들의 모습은 그저 답답하게 만든다. 특히, 며느리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서 아들은 고생하는 줄 아는 할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강하실 때에는 친했던 할머니지만 지금은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소설에 드러나는 유메는 누구보다 할머니를 미워하고 있지만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다 보니 이 또한 애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순종적인 키이짱과 보기 싫은 할머니가 싫었더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독립을 했을 텐데 이렇게 내내 집에 붙어 있는 이유는 증오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간병을 남이 된 전 부인에게 맡기는 아버지의 무책임과 남의 어머니를 성심껏 돌보고 있는 어머니의 미련함과 이를 지켜 보고 있는 딸의 마음이 읽는 내내 몰입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콩가루 집안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를 돌려서 본다면 그렇게 소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고구마처럼 속이 딱 막혀 사이다 생각이 간절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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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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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밀 기지라고 불렀던 깊은 산속의 빈집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 p.6

이 책은 우메노 고부키의 장편소설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가을에는 약간 계절감이 안 맞기는 하지만 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작품들의 분위기가 좋았기에 이번에도 신작으로 고르게 되었다. 특히, 일본 작가의 작품은 전형적인 감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취향으로 따지면 선호하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에는 열여덟 살의 기리라는 이름의 남학생이 등장한다. 8년 전, 친구들과 네버랜드 아지트에서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인 아마네의 시신을 발견한다. 기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역할로 외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부터는 외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극강의 내향적이 된 것이다. 아마네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죄책감을 가진 것이 큰 원인이 된 듯하다.

그렇게 고립이 된 기리에게 아마네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유키네가 등장한다. 유키네는 기리에게 타임리프를 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아마네는 스스로 미끄러져 사망한 것이 아닌 누군가 살해했다는 사실도 전한다. 충격을 받은 기리는 아마네를 살리기 위해 유키네의 요청에 응한다. 그렇게 기리는 과거로 돌아가 아마네를 살려 현재이자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주인공인 기리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초반에 비친 기리의 모습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아마네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말을 건다고 해도 공격적으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임리프를 하면서 조금씩 기리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심지어 한 명의 친구가 죽음에 처하자 그 친구를 위해 다시 시간을 돌려 그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아마네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친구들 모두를 생각했던 기리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두 번째는 어른에 대한 생각이다. 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기리 또래로 살았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른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던 사람으로서 기리의 심정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리의 친구인 우류가 마음은 여전히 어린애인 채로 어른이 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지점이 깊이 공감이 되었다.

사실 역시 전형적인 일본 작품이었다. 8년 전, 아마네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추리 장르로, 기리와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성장 소설로, 기리의 첫사랑 이야기는 청춘 로맨스 장르로 다양하게 표현되어서 나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마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읽는 내내 추억을 떠올리면서 흐뭇하게 읽게 된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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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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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남자의 자리라는 아니에르노의 작품을 읽으면서 자전적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니에르노가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 더 나아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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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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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이기에 그 시대상을 모르는 독자들에게 몰랐던 많은 바깥의 세상을 알게 해 줄 듯하여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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