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 -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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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폴리매스에게 불친절하다"라는 말이 있다. / p.20

사회복지라는 전공을 공부해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그 하나의 학문을 제대로 파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의 역사부터 현재 트랜드까지 모든 시간적 범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적용되는 학문적인 지식, 더 나아가 현재 직장으로 삼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까지 공간적인 범위도 넓다. 어디 그것뿐일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사람의 심리를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갈수록 공부하는 것이 늘어나는 듯하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고대에 다양한 학문으로 이름을 떨친 위인들에 대한 존경이다. 미술학에 관심이 가지고 재능을 펼치던 분이 천문학과 수학에도 나오고, 언어학이나 다양한 학문의 개념을 정의하는 업적까지 등장한다. 다른 학문들 역시도 내가 배우고 공부하는 학문들처럼 시공간적인 범위가 참 넓을 텐데 하나가 아닌 여러 학문을 공부해 족적을 남길 수 있다니 대단할 뿐이다. 아마 내가 고대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은 피터 버크의 인문 교양 서적이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폴리매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여러 분야에서 유명한 위인들은 많이 알고 또 들었다. 그러다 보니 폴리매스 단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여러 학문을 공부하는 이들의 생각과 역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적다 보니 그게 그 말인 듯하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폴리매스라는 단어는 많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로만 본다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와 수학과 컴퓨터 공학에서 업적을 쌓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학문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고 나온다. 즉, 다양한 학문적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프니츠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제시하는 폴리매스의 유형과 폴리매스의 특징,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환경 등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의 호기심과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생각들, 남들보다 월등한 기억력과 집중력, 학습에 대한 이해도 등이 있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활자로 보니 뭔가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아주 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배우는 즐거움에 대한 내용은 공감할 수 없었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부분은 책 중간마다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증후군이라는 용어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로도 큰 이름을 남긴 사람이었으며, 천문학과 철학에서도 꽤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폴리매스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는데 그의 명성과 다른 평가로서 부정적인 내용의 증후군이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런 의미로 레오나르도 증후군은 에너지가 너무 왕성하지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지구력이 부족해 미완으로만 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기는 했지만 다른 의미로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곳에서 존재하고 있는 인간의 한 생물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그리고 다른 학문들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에게는 생각할수록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들의 삶을 이해해 보면서 지금까지의 업적들이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가 되었겠다는 느낌과 함께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을 이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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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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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한 믿음이 조용히 퍼져나가기를 희망한다. / p.29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에타'라는 단어를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줄임말이기는 한 것 같은데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도 사연에 종종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사연을 읽었던 라디오 DJ 역시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사이트인가 싶었다. 그런데 에타라는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되게 부정적이었다. 캡처가 되어 여기저기 올라오는데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사실 흔히 말하는 꼰대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라떼를 마시고 싶었다.

이 책은 나임윤경 교수님을 비롯한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사회학 도서이다. 대학교 졸업한 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이런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가 없었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하던 사람으로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점에서 나름 기대가 되는 지점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회자가 되었던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후 에브리타임에는 이 사건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글들이 올라왔다. 말로는 지지한다고 표현하지만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는 듯한 내용이었으며, 대부분은 조롱과 비난이었다. 그리고 나임윤경 교수님의 교양 수업이 화제가 된다. 한 학생이 교수님의 강의계획서를 올린 것이었고, 많은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취재 요청이 왔다고 한다. 또한, 교수님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도 올라왔다.

교수님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흔히 말하는 썰릴 수 있는 글들을 함께 올리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썰리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 청소 노동자들을 향한 혐오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등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주의, 차별과 혐오 시선에 대해 반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시각을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혐오 시선이었다. 가장 첫 부분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 어떻게 보면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그들은 비아냥대면서 자신들의 수업권을 논하고 있다. 수업권과 생존권 중 무엇이 더욱 무거운지 선택한다면 망설임도 없이 후자일 텐데 마음에 안 들면 일자리를 옮기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유독 답답했다. 과연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명문대학교의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내용에 실린 문장들이었다. '3루 출생을 3루타로 착각하는 이들'이라는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울 출생과 지방 출생에 대한 인프라 격차, 가정의 재정 수준에 따라 벌어지는 교육 등 누군가는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이들에게 과연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하할 수 있을까.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는 점에서 마음에 와닿았다. 그밖에도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로 편견을 바꿀 수 있었다.

사실 페미니즘 도서들을 종종 읽기는 하지만 페미니스트냐고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늦게 귀가하는 길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고, 어느 부분에서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스스로 많이 부족한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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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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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인하여 하이트 왕국 국민들에게 전격적인 관념의 비약이 생겼다. / p.9

이 책은 송시우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전작이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꽤 입소문을 탔다고 알고 있다. 후속작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작가님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자주 추천을 받았던 터라 기회가 된다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 이번에 나올 신작을 접하게 됐다.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다 보니 입문으로 기대가 됐다.

이 소설집에는 총 다섯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두 작품은 고전 문학인 선녀와 나무꾼, 인어공주에서, 다른 세 작품은 현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법과 관련이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술술 읽혀져서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고,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센스가 너무나 느껴졌다.모든 작품들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과 동시에 가볍게 읽기에도 좋았다.

전부 좋았지만 두 작품이 조금 더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 작품은 <인어의 소송>이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인어공주라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유력 용의자로 인어공주인 에일이 지목된다. 에일은 맥스 왕자가 가엾게 여겨 데리고 온 소녀이기도 하다. 목격자의 증언부터 상황들이 에일을 향하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한다.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 싸움으로 휘말리는데 사건을 다시 하나하나 조합하면서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독특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다.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와 클라우드 공, 오비 왕국의 카스 공주, 그밖의 인물들 역시도 테라 시녀, 호프 시종 등 누가 봐도 맥주 브랜드와 종류로 지어졌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알코올로 인한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강력 범죄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작가님의 의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중반에 이르러 사건의 흐름이 바뀌면서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가 꽤 흥미로웠다.

두 번째 작품은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에는 회사원 임기숙이 등장한다. 신입 사원 추예나가 무단으로 결근하자 총무부인 임기숙과 해당 부서의 직원이 집에 찾아간다. 유명한 대학을 졸업해 나름 회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되었던 추예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진상 직원으로 낙인이 찍혔기에 임기숙은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후 임기숙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더 결근할 것이며, 그동안의 특근 수당 112만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남았다. 임기숙이었는데 그녀의 세심함과 관심이 좋게 느껴졌다. 키우는 강아지에게 월급의 상당 부분을 쏟아 지킬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특히, 추예나와 통화하는 중 생각했던 내용들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사실 관련이 없는 직원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온다면 감정적으로 화가 나기 마련일 텐데 그와중에 추예나에게 처한 상황들을 파악해 위험으로부터 구해 주는 센스가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부분이 참 부러웠다.

고전 작품 첫 장에 나오는 내용들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잘못 페이지를 펼쳤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이슈들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과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너무나 잘 맞았다. 책을 덮고 나니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하나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웠기에 종종 이야기가 그리워질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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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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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모든 것의 끝이어야 했어. / p.16

이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이다. 한동안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게 꼭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 자체도 궁금증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운명 안의 꼭두각시처럼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당연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소설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 윌리라는 이름의 남자가 등장한다. 어린 나이의 윌리는 부모님, 그리고 두 여동생과 함께 나름 행복하게 지낸 듯하다. 그러다 그 가족에게 불행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이는 군인들의 학살이었다. 무자비한 군인들에게 아버지와 여동생들을 잃고 어머니와 겨우 살아남게 된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고모들과 사촌이 찾아와 아버지와 동생들을 잃어 힘들어하는 어린 윌리를 위로한다. 윌리는 찾아온 사촌 메리앤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불안정한 시대 안에서 마음을 키워가지만 그것 또한 그들에게는 다른 불행으로 끌고 가게 된다. 작품은 윌리와 사랑하는 연인 메리앤, 딸 이멜다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는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다. 종교 간의 대립과 학살이 사건을 등장하는데 1900년대의 아일랜드 시대상을 반영하다 보니 역사를 모른다는 측면에서 어렵게 느껴졌다. 나름 메모를 하면서 하나씩 읽었고, 어느 정도 사건 자체가 눈에 들어오자 윌리나 메리앤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이야기들이 와닿았다. 아무래도 영미권 작품 자체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기에 느껴졌던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가상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윌리의 삶이 너무 기구하다고 느껴졌다. 언급했던 가족의 죽음부터 정신적으로 아픈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음에도 그것조차도 온전히 행복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인간에게 운명의 장난처럼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들이 그저 답답했다. 아마 내가 윌리의 삶을 살아간다면 비관적으로 손을 놓지 않았을까. 이미 윌리의 어머니처럼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는 생각처럼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비관적으로 손을 놓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사랑하는 메리앤과 딸 이멜다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악순환이라는 그 안에서도 하루하루 살아남고자 했다. 그런 운명 안에서도 사랑 하나로 버티고 견디는 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심이었다. 아무래도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역사가 하나의 배경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보니 다른 독자들에 비해 이해가 더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윌리와 메리앤, 등장인물들로부터 불안정하고도 비극적인 삶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 하나만큼은 강하게 와닿았으니 그 부분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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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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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 p.14

이 책은 고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고 싶어 책을 고르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울 듯해서 읽게 되었다. 현실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살짝 내용을 봤는데 누가 봐도 허무맹랑 그 자체로 느껴졌다. 약간 코미디 영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인찬이다. 경찰이라는 반반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흙수저인지 아니면 경제 관념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풍족하게 살아온 인물은 아닌 듯하다. 거기에 할머니의 유산마저도 주식에 그대로 투자해 마이너스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의 유산 절반을 요구하는 동생 인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회사를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비싼 물건에 눈이 돌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인찬이 동생과 함께 평양에 가야 될 일이 생긴다. 그것은 할머니 김사끝에게 발견한 종이 한 장 때문이다. 김사끝은 부잣집 막내 딸로 태어나 나름 유복한 생활을 했지만 어떠한 사건 하나로 아버지를 잃었다. 생전에 인찬에게도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증조부가 묻은 금괴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과 한 짝의 금괴가 평양에 묻혀 있으며, 현재 시세로는 112 억이라고 한다. 인찬은 휴가를, 인지는 퇴사를 하고 결국 목숨을 걸고 평양으로 들어간다. 주어진 기간은 3일, 그 안에 남매는 금괴를 가지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스토리가 하나의 영상으로 재현이 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신분을 숨겨 평양으로 들어가는 두 남매와 금괴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리고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정체까지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긴장감으로 쭉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중간마다 조금 어이없게 터지는 유머까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손향이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생겼다. 큰 맥락이 인찬과 인지 남매의 이야기로부터 돌아가는데 갑자기 평양에서 노래하는 손향이 등장한다. 손향은 남한에 친척이 있다는 소문으로 평양에서 쫓겨났고, 아버지는 처형이 된다. 어머니와 함께 탈북을 기도하는데 중반까지 읽으면서도 두 남매와 연관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출판사 소개를 보더라도 손향의 정체는 언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궁금증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두 남매의 이야기와 별개로 이 지점도 흥미로웠다.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재미로 읽기에는 너무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 대한 후기를 읽었는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읽었다. 그런 점에서 종종 다른 작품들도 접하게 될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것 또한 다른 매력으로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소설이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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