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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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어리고 현명하던 때 비슷한 사체를 봤던 순간이 기억 위로 스멀스멀 떠올랐다. / p.20

이 책은 최이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읽으면서 일상을 많이 잊었던 편이어서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작품들이 조금 감정적으로 소용돌이가 깊게 남다 보니 해소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기도 했다. 기대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흥미만 느껴져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는 세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의학대학을 졸업해 현재는 국과수에서 부검의로 근무하며, 법의학 분야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하루에 여덟 건 이상의 시체를 부검할 정도로 업무의 과중을 느끼면서도 메스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 세현에게 정현이라는 이름의 경찰이 찾아온다. 시체 부검 의뢰를 하기 위함인데 부패의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거기에 발견된 장소 자체가 특이하다는 말을 전한다.

세현이 부검을 맡은 시체는 이십 대의 여성이었는데 다른 시체들과 달리 묘한 구석이 있다. 실로 꿰맨 듯한 흔적. 그 안에서 세현은 익숙한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게 되고, 범인을 제단사라고 칭한다. 엽기적이고 잔혹한 살인범을 찾는데 책의 줄거리는 세현과 정현의 범인 찾기, 그리고 세현의 과거와 맞물려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반에는 시체를 너무 직접적으로 묘사했다는 느낌을 받아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후루룩 읽을 정도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에서 주는 묘한 긴장감이 딱 잡혀 있었다. 이미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범인과 경찰 사이의 줄타기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마치 달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그만큼 스토리 자체에 푹 빠져서 읽었다.

세현의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점을 띠지에서부터 밝혀지는데 딸과 아버지의 끈끈한 혈연이 범인 체포를 막는 이야기를 예상했다. 부성애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세현이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아버지는 세현에게 뒷처리를 맡겼는데 이 지점은 일종의 아동 학대처럼 느껴졌다. 또한,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성향은 그것을 직접 보았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어렸을 때 들었던 메스가 지금에 이르러 번듯한 직업으로서 변화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악이었던 살인마가 공적인 의미에서 선이 되는 법의관이 된다는 것. 아버지의 연쇄 살인을 따라서 흐름이 진행되지만 그 안에 담긴 세현의 이야기들이 더욱 관심이 갔고, 이 지점들이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참 묘했다.

아무런 생각 하나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맞닿아 연결 고리가 지어졌다. 처음에 예상한 것과 다르게 전개가 되었지만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잡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들은 그냥 넘기게 될 정도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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