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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일기 ㅣ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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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렵게 만든다. / p.12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단편소설이다. 주변만 보더라도 사강의 작품을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인데 아직까지 단 하나의 작품도 읽지 못했다. 도전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프랑스 작품에 대한 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었던 작품들보다는 조금 난해하게 와닿았던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모르핀에 중독되어 병원에 입원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모르핀을 해독하기 위함인데 병동에서 보이는 장애인, 함께 이야기 나누는 정신질환자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말하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진다기보다는 주인공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의 내면의 감정에 더욱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페이지 수와 그림이 많아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던 작품이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소설로 분류가 되지만 사강이 직접 경험했던 일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에세이로 읽혀지기도 했다. 처음에 읽을 때에는 혼란스러움이 느껴졌던 게 사실인데 다시 재독을 하고 나니 감정의 소용돌이가 확 느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면서 든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그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게 될 정도로 사실적이고도 직관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었는데 완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너무 민망했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글을 읽다 보니 글이 더욱 난해하게 느껴졌다. 직관적인 그림과 그 반대의 글이 더욱 대비가 되었다. 둘 다 날것이기는 하지만 유독 문장 자체는 돌리고 돌려서 펼쳐놓은 듯했다.
주인공이 느꼈던 두려움, 그리고 문학과 사람에 대한 애정, 살고자 하는 의지 등 복잡하고도 산만한 감정들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과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자 했을까. 조금이라도 일찍 모르핀 해독을 위해 노력했을까, 아니면 어차피 인생 이렇게 된 것이니 포기하려고 했을까. 주인공과 다르게 후자를 택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의미로 무겁게 책장을 넘겼던 작품이었다. 사실 그동안 느꼈던 프랑스 작품에 대한 난해함은 그대로 남았지만 또 비슷하게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사강의 다른 작품들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해독 과정에서도 펜을 손에 놓지 못하는 열정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