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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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티튀루스라고 부른 적이 있다는 걸 그는 모른다. / p.9

이 책은 김화진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여러 번 언급했을지 모르지만 항상 믿고 읽는 작가님의 작품 하면 떠오르는 분이 바로 김화진 작가님이시다. 초반에는 유튜브 스타이자 출판사 편집자라는 직업으로만 알고 있다 단편소설집을 읽고 난 이후로 팬이 되었다. 이후로 연작소설집, 장편소설, 앤솔로지 작품에 이르기까지 신작이 나왔다 하면 바로 구매해서 읽는 편인데 이번에도 작품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모림은 개를 산책시키는 한 남자를 '티튀루스'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티튀루스는 좋아하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주인공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방문하는 방앗간 주인의 아들 찬영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 없이 계산하고 떡만 구매하는 종업원과 손님 관계였는데 우연히 개를 데리고 나가는 남자를 목격한다.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졌고, 주인공은 티튀루스라는 애칭을 가진 그 남자에게 조금씩 호감을 가지게 된다.

얇은 페이지 수의 작품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한 삼십 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내용 자체도 술술 읽혀졌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과는 조금 달라서 그 지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인간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사랑이 주가 되는 작품은 또 처음이어서 신선했다. 읽는 내내 웃을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흔히 '썸'이라고 불리는 관계를 이렇게 활자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제 3자의 시선에서는 뭔가 둘의 이성적인 감정을 뒤에서 몰래 훔쳐보는 듯했다. 개를 주제로 서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나 그동안 방앗간에서 계산만 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가까워지는 모습이든지 나름 점점 마음을 가지고 발전하는 모습들이 설렘을 주었다.

반면, 모림이 겪고 있는 일상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되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직장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권태로움이 그렇다. 회사에서는 업무 실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작 나 자신으로부터 시간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 모림의 모습들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었다. 연애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도 아마 모림과 같은 상황에서 찬영을 만났더라면 지루한 일상의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작가님 하면 인간 관계의 모습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찬영과 모림 역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은 인간 관계에서 오는 깊은 내면에 집중이 되어서 이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조금 결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또한 새로운 매력이었다는 측면에서 너무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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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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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남기고 벽돌을 깐 상점가 도로를 지나 246번 국도 방면으로 사라져 갔다. / p.12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종종 언급한 적이 있다. 너무나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게 나누어진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호에 가까운 편이었다. 읽는 내내 편안했지만 정작 완독하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아서 이런 느낌을 선호했는데 이번에 초기작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기라는 인물이다. 현재 은행에서 대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카모토라는 동료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카모토는 사망하기 전에 이기를 만나 나에게 빚졌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후 몇 시간이 흘러 벌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카모토의 죽음을 타살로 의심하던 중 기업의 부정 송금 등의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던 터라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번역 자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스토리 자체도 초반에 몰입도가 강해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라면 소재나 스토리 면에서 조금 단조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워낙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로웠지만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리 장르라는 소재 자체가 익숙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흥미 위주로 읽으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그동안 작품들을 읽으면서 중소 기업과 거대 은행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과 은행 내에서 성과 없는 부서의 고군분투기 등 사회적으로 오르내리는 내용들이나 현실적인 공감에 맞추어 읽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자체로도 좋은 독서이기는 했지만 잡념을 비우고 조금이나마 추리의 재미를 알아가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사카모토의 죽음으로서 벌어지는 부정 행위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기의 추측, 사카모토의 사망 원인 등을 파헤치는 부분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것 자체가 타살로 보기 힘든 자연적인 죽음이라 생각했는데 이를 의심하고 뒤쫓아가는 이기의 행동들이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마치 이기라는 인물이 된 듯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케이도 준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초기작이기에 그동안 읽었던 다른 작품들보다는 날카롭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는데 그 지점은 조금은 새롭게 보였다. 작가의 특징을 살려 은행을 주제로 한 살인 미스터리 작품이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던,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읽은 이케이도 준 작가 작품의 매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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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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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힐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려면 비극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p.8

다른 책 리뷰에서 종종 언급했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에 큰 관심이 없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작품은 중학교 시절에 보았던 해리 포터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다. 책으로는 몇 번 시도를 했었지만 그 1권을 완독하지도 못했다. 영화관에서 보았던 해리 포터 영상 매체를 보다가 목에 담이 올 뻔했었던 터라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다. 거기에 판타지 장르를 그렇게까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어서 이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다비드 포앙키노스라는 프랑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해리 포터에 관심이 없었는데 선택하게 된 이후는 다른 아이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었다. 아무리 해리 포터에 무지하다고 해도 해리 포터 역의 영국 배우와 등장 인물과 영화의 배우가 매치될 정도의 가장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는 편이었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가려진 이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늘 흥미를 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틴 힐이라는 인물이다. 단란한 가정의 아들로 자라온 듯하지만 어머니의 외도와 솔직한 고백으로 순식간에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인물이었고, 어머니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어서 두 사람의 성향이 달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장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의 일터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해리 포터 영화의 주인공 오디션을 보게 된다. 당시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갔지만 영광은 대니얼에게 돌아갔고, 이후로부터 마틴 힐의 인생은 변한다.

얇은 두께를 가진 작품이어서 술술 읽혀졌다. 해리 포터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던 독자로서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분이 해리 포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이해였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도 충분히 모든 스토리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해리 포터의 작가와 대충 등장 인물과 배우 정도만 알아도 완독이 가능했다. 작품 자체가 마틴 힐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존재'라는 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마틴 힐의 생각 자체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마틴 힐이 해리 포터의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면접 탈락 또는 연예인의 오디션 탈락 정도로 흔하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사랑을 놓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에 결말을 읽고 나니 들었던 생각이 더욱 견고해졌다.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는 나름의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틴 힐의 인생을 옭아매었던 해리 포터가 그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족쇄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등장 인물에 대한 공감보다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던 작품이었다. 그 지점이 새삼스럽게 가장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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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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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 p.12

카세트테이프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나의 학창 시절은 mp3와 더욱 가까운 편이다. 그때 당시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광고했던 S사의 Y mp3 플레이어나 미키마우스 모양의 I사의 제품들이 꽤 유명했다. 마이마이는 어머니 세대의 기기였는데 가끔 직장 상사들이 건네던 마이마이라는 제품을 모르다가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소재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강진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마이마이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자연스럽게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심지어 표지가 어머니 세대의 교복을 연상하게 만들었다는 게 한몫했다.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은 없지만 7080 세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기대가 되었다. 거기에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점도 궁금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전교에서 노는 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인물인 변민희가 등장하는데 15년 전 실종된 친구이자 당시 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변민희는 흔히 말하는 일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남자 아이와 함께 사라지는 등 뭔가 불량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변민희와의 당시 일화, 그리고 나이가 든 나라는 사람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루었다.

술술 읽혀졌고, 금방 시선을 확 잡았던 작품이었다. 초반에는 친구를 살해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공감이 되는 지점이나 현실적인 내용이 다루어져 있어서 몰입할 수 있었다. 200 페이지가 넘는 수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스토리에 빠져서 읽다 보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친구의 살인에 대한 추리 장르의 작품을 예상했는데 어머니의 양육으로 비틀어진 심리를 다루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요즈음 성격적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나르시스트에 대한 내용이 꽤 인상적이었다. 주변에서도 나와 같은 인물을 종종 목격하거나 옆에 두게 될 때가 있었는데 모든 환경이 같지는 않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되는 면도 있었다. 결말은 놀랐고, 읽는 내내 찝찝했던 공감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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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캐트리오나 실비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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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p.10

이 책은 캐트리나오나 실비라는 영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동안 서양 작가 작품을 읽지 않은 듯하다. 한 달 가량을 일본 작가의 추리 장르의 소설 또는 한국 작가의 소설 위주로 읽었는데 종종 이렇게 영미권 작가의 작품이 끌릴 때가 온다. 가장 취약한 소설 분야가 영미권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신간 위주로 찾던 중 흥미로운 소재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라와 산티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독일 쾰른이라는 지역에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소라는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당돌한 성향을 지닌 반면, 산티는 조금 다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겉으로 보았을 때의 성향은 안 맞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산티가 건네는 한마디에 소라는 반응을 보였고, 자세한 개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끌림이 있었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헤어진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소라는 산티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첫 파트에서 소라와 산티의 첫만남을 끝내고 다음 장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또 새로운 배경이었다. 갑자기 이렇게까지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이 바뀌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이들을 알아채는 게 하나의 핵심 포인트로 느껴질 정도이다. 등장인물이 자주 바뀌거나 많은 작품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이를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초반까지는 이를 적응시키는 것에 오랜 시간을 소요했지만 중후반부에 이르면서 이들의 스토리가 꽤 흥미로웠다. 대학교 동기로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로, 또 다른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해가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 어른들의 말씀으로만 들었던 한국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 이렇게까지 타임리프를 다룬 내용이 없어서 더욱 신선했다.

이렇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들에 이끌려서 읽었지만 점점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인생도 하나의 소설이고, 나 조차도 하나의 등장인물은 아닐까. 다음 생에서는 산티나 소라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지 않을까. 요즈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둘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현재와 연관지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만큼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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