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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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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복장의 남자가 빗물에 젖은 시체를 바라보고 있다. / p.8
이번 9월은 그동안 경험했던 보통의 9월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추석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잘 때는 여전히 선풍기와 에어컨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덕분에 보통 이맘때 읽었던 책 취향은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이면 분명히 눈물을 쏟을 법한 내용의 소설을 손에 쥐기 마련인데 날씨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호러와 추리를 손에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구매한 도서들만 보더라도 한 절반의 비율로 추리 장르의 작품이 차지했다. 추석이 지나면 계절에 따라 취향도 바뀔까.
이 책은 다카노 유시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직 바뀌지 않은 취향으로 고른 작품이다. 추리 스릴러 호러 장르에 바짝 재미를 느끼는 중인데 그 중에서 고르자면 또 일본 작품들이 유독 취향에 맞았다. 전에 이 출판사에서 발간한 추리 작품들이 꽤나 인상적으로 남았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 신작 소식을 듣고 바로 책장을 넘겼다. 새로 알게 된 작가여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토라는 인물이다. 그렇게 주위에 친구가 많은 스타일은 아닌데 우연히 같이 일하는 도쿠가나라는 인물과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 비슷한 사정에 마음이 잘 통했다. 갑자기 도쿠가나가 사라진 이후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토는 도쿠가나가 돈을 많이 버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는 말을 기억했는데 이를 단서로 자신 역시도 고수익을 창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기암관이라는 건물에 일정 기간을 거주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규칙들이 있었고 여러 사람들 역시도 있었다.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시라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온 편지와 함께 이를 추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일본 소설의 특성 중 하나가 부르는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사토 이외에 다른 인물들의 소개가 앞장에 소개가 되어 있어도 읽는 내내 앞장을 수시로 넘겼다. 그러다 보니 30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음에도 세 시간 넘게 읽었다. 그동안 비슷한 페이지를 가진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더 걸렸다. 거기다 작품에 특성이 있다 보니 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에는 도통 내용이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두세 번 반복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풀어가는 스토리가 조금 인상 깊게 남았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장르의 소설들은 어느 한 사람이 탐정으로 나와 벌어진 사건을 밝혀내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게 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의 전환이 빠른 누군가가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 다른 결로 느껴졌다. 사토라는 중심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보였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과는 동떨어진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토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건일 뿐이라고 봐야 될까. 그 지점이 색다르면서도 뭔가 묘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이를 역할을 연기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무대를 보는 듯했다.
장르 소설 그 자체로만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추리 장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살인이 게임으로 전개되는 부분에 대한 지극히 사적이자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에게는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일 뿐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고도 찝찝했다. 목숨값이 그렇게 재미로만 놓일 수 있을까. 재미로만 보았다면 만족했을 텐데 깊이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애매모호한 감정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