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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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람이 부는 게 정상이에요? / p.15

요즈음 일주일은 참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불현듯 무슨 요일인지 생각하고 나면 이제 월요일이거나 화요일이었다. 금요일이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하다. 오늘만 하더라도 이제 목요일이라는 점. 내일 또 집에서 회사로, 또 다시 회사에서 집으로 쳇바퀴의 햄스터가 되어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 30 대이니 시속 30 km 속도로 흐른다는 건데 아직 어린이 보호 구역의 규정 속도여서 그런 것인가.

일주일은 느리지만 일 년으로 돌아보면 참 빠르기도 빠르다. 징그럽게도 2024년의 가을이 다가왔다. 날씨로만 보면 여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면 가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체감한다. 이렇게 주간과 연간의 박자가 안 맞은 적은 올해가 처음인 듯하다. 아마도 올해 유독 많은 일들을 겪어내고 있고, 앞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익숙해져야 할 시기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손보미 작가님, 문지혁 작가님, 서장원 작가님, 성해나 작가님, 안윤 작가님, 예소연 작가님, 안보윤 작가님의 작품이 시린 수상작품집이다.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선택한 책이다. 분명히 엊그제 안보윤 작가님의 대상 수상작을 읽고 리뷰를 남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2024 표지의 수상작품집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놀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썼던 글을 검색해 보니 이번 달이 딱 일 년 되는 달이었다.

개인적으로 문지혁 작가님의 <허리케인 나이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외고를 다녔던 인물이다.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처럼 국제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그는 뉴욕 맨하튼에 살고 있지만 국제 변호사는 되지 못했다.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집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학교 동창이자 같은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피터 최라는 인물의 집에 하루 신세를 지게 된다. 피터 최와 주인공의 과거 일화와 현재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주된 내용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듯했다. 고등학생처럼 성적에 맞추어 외고를 진학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그냥 그럭저럭 성장했다. 반면, 피터 최는 외고 동창들 중에서 유일하게 국제 변호사가 된 인물이며, 학창 시절에도 명품 시계를 착용할 정도로 부유했다. 그 안에서 느꼈던 주인공의 다듬어진 박탈감과 드러나지 않은 피해의식이 공감되었다. 그렇다고 주인공처럼 친구의 시계를 훔친다거나 그런 행동을은 하지 않았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피터 최에 대해 주인공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들이었다. 성해나 작가님의 작품은 이미 다른 작품집에서 읽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문지혁 작가님과 안보윤 작가님은 다른 작품에서 이미 읽었기에 기대가 되었다. 새로운 작가님을 이렇게 활자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 좋았는데 이번 수상작품집 역시도 그랬다. 2024년이 가는 것과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 준 작품집이지만 그만큼 앞으로도 기다리게 될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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