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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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타오르는 불처럼 전신을 태워버리는데 비해 부모를 잃은 자식의 마음은 그리 극적이지 않다. / p.9

오컬트나 호러 장르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는 점은 많은 리뷰에서 밝혔다. 인기를 끌었던 '파묘', '사바하', '곡성'에 이르기까지 K-오컬트 또는 K-호러로 불리는 영화조차도 아직 보지 않았다. 더 확실하게 표현하자면 아직 보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무섭지 않으니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건네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겁쟁이에게는 그것 또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여름이 되고 나서부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호러 장르의 작품이나 오컬트 위주의 작품들을 종종 읽는 편이다. 아마 평소 스타일이었다면 몇 페이지 읽다가 덮고 무섭다고 했겠지만 호러 장르의 대가인 일본 작가님의 작품을 이미 완독했고, 조예은 작가님의 신작부터 시작해 구매한 책들도 호러 장르가 꽤 많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읽을 계획이었지만 그게 아니어서 묵히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읽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신도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때 아닌 자발적 오컬트 장르의 붐으로 선택한 책이다. 작품이 취향에 맞는다면 점차 K-오컬트 장르의 소설을 섭렵해 영화로 점차 발전시킬 계획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영화보다는 눈으로 먼저 읽는 소설이 조금이라도 덜 무섭지 않을까. 상상력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으니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으로 이를 바라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준이라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일어난 화재로 부모님과 동생을 잃었다. 특히, 동생은 같은 방에 있다가 이준만 구조되고, 동생은 화염에 휩싸여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홀로 자란 이준은 그때부터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이 있더라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그 화재 현장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준은 냉소적인 성인으로 성장했다.

세월이 흘러 이준은 학교 교사가 되었다. 남들은 말렸던 시골의 한 학교로 부임했다. 마을을 찾던 중 만난 슈퍼마켓 주인은 외지인 이준에게 그 동네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주인의 말을 무시한 채 부임한 동네로 간다. 그곳의 주민들은 신을 믿었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신을 모시는 이들을 보는 것도 모자라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그동안 믿지 않았던 신에 대한 분노, 더 나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자 오컬트 장르에 크게 흥미가 없었던 독자 중 하나였는데 이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3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시간 반만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오컬트 영화를 즐겨 보는 마니아라면 활자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준과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기에 아마 이준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불신으로도 모자라 분노를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신이 없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고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러다 이준이 점점 믿을 수 없는 주민들의 상황을 목격하면서 흔들리고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도 뭔가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나 소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몰입하고 있었기에 나의 가치관마저도 의심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는 페이지를 덮자마자 원래대로 바뀌기는 했다.

그동안 종교에 빠져 가족과 인생을 등한시하는 사람들을 크게 이해하지 못했는데 작품을 읽고 나니 어느 구석 한 곳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광기의 종교에 빠지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망가져간다는 점을 피부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오컬트 장르에 열광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앞으로도 K-오컬트의 매력을 조금씩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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