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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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귀신 보러 간다. / p.10

올 여름은 유독 추리 스릴러 장르의 소설에 푹 빠져 살게 되는 듯하다. 그렇다고 그 장르만 몰아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70~80% 편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평소의 성향이라면 무거운 작품들을 위주로 구매하고 한 번 읽고 두게 되는 장르 소설은 중고 서점을 이용하거나 다른 루트를 이용해 소장한다. 그런데 요즈음 장르 소설을 사는 비율이 너무 늘었다. 심지어 그 작품들 위주로 먼저 읽고 있는다는 게 스스로도 좀 놀랍다.

이 책은 오현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계절적 특성에 맞게 장르 소설이어서 읽게 된 작품이다. 종종 K-스토리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많이 본다. 검색해 보니 대부분 읽었던 작품이었고, 사적인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들이었다. 이번에 3회 공모전 수상작들이 하나씩 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고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대상작이라고 하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신부인 성준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제로서 역할을 하고 있던 중 과거의 불미스러운 기억을 더듬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주파수 실종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성준은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데 이 기억을 피해 종교라는 수단으로 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용훈이라는 이름의 형사가 그를 찾아와 사건에 대해 묻는다. 성준은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가 힘들어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소재 자체도 흥미로웠고,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상승시켰다. 추리 소설보다는 스릴러 소설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 장르처럼 머리를 쓰면서 범죄자를 찾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소설이 펼쳐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범죄자를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등장한 사건을 읽으면서 하나의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는 점이었다. 중반부까지는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의심하면서 읽었다. 단서를 가지고 찾아내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감이었다. 교도소 편지를 근거로 재소자들이 전부 의심스러웠지만 그들을 향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범죄자의 윤곽이 드러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보면 사건도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이게 과연 우연으로 치부될 수 있을까 싶었다.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동안 평일에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주말 독서로 푸는 편인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해소되었다. 사건에 푹 빠져들어 도파민도 적당히 분비가 되면서 활자가 주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어서 좋았다. 다음 K-스토리 공모전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 하나 더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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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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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먼저 복수를 하고 싶었다. / p.15

이 책은 사라 페너라는 미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넬라의 비밀 약방>이라는 작품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좋은 기회로 소장하게 된 책이기도 하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다 신간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 이 작품의 줄거리가 유독 더욱 눈에 들어와 먼저 읽기로 결정했다. 취향에 맞다면 빠른 시일에 전작도 함께 읽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레나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영매의 기술을 믿지 않는 듯하다.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믿고 생각하는 편인데 동생인 에비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그러다 영매에 빠져 보델린의 제자가 되었다. 레나와 에비는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해 많이 싸웠다. 어느 날, 에비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레나는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고자 보델린의 제자가 되기로 결정한다.

보델린은 런던에서 살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영매이다. 레나에게 기술을 전수하던 중 런던에서 같이 활동했던 강령술 협회장 볼크먼의 죽음에 대한 편지를 우연히 받게 된다. 볼크먼의 부하 직원이었던 몰리로부터 온 편지로 볼크먼을 위한 강령회를 열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보델린은 그동안 강령술 협회의 비리를 예의 주시했고, 그녀와 뜻을 같이했던 볼크먼이었기에 이를 수락했다. 그곳에서 만난 볼크먼과 에비의 죽음과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얇은 페이지 수의 작품들만 골라서 읽다가 400 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읽으려고 하니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반 흐름을 타더니 금방 몰입이 되었다. 이렇게 두꺼운 작품을 한 호흡에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 읽었다. 멈추지 않고 읽은 탓에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당시의 여성을 대하는 그림들이 펼쳐져서 인상 깊었다. 강령회는 남자들만 가능했고, 여성들은 변장을 하고 참석을 해야만 했다. 물론, 볼크먼의 강령술 협회가 신사 클럽이었기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조금 모순적이기는 했지만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시대상이 그렇게 비춰졌다. 거기에 매춘이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스럽게 등장한다는 점도 기억에 남았다. 여성의 인권이 낮았던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대상에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보델린과 레나 사이의 아슬아슬한 감정적인 교류도 흥미로운 포인트로 기억이 된다. 여성의 인권을 낮게 보았던 시대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두 가지의 소재가 연결이 되니 더욱 강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적어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전작이었던 <넬라의 비밀 약방>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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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김아인 지음 / 허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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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아마 불안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 p.8

이 책은 김아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단순하게 선택한 책이다. 딱히 이유를 찾지 않고 손에 잡히는대로 읽게 된 것인데 이유를 찾자면 처음 보는 작가님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새로운 작가는 그동안 앤솔로지 작품집이나 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었는데 이렇게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은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다. 세상에 안 좋은 책은 없다고 하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시간 버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웨이쉬안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에피네프라는 이름의 전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AE라는 기업에서 인간의 뇌와 데이터를 보관한다. 웨이쉬안은 AE에서 데이터를 연결한 뇌와 척수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에게는 페이라는 이름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AE의 세상을 부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본다. 페이가 에피네프에 감염되고, 웨이쉬안에게 가스미라는 AE 연구원이 접근해 비밀스러운 제안을 한다.

페이지 수가 짧은 작품이었는데 더디게 읽혀졌다. 초반에 AE라는 기업이 하는 일을 이해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뇌와 척수를 남겨 데이터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영생을 주는 곳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이후로부터는 막막했다. 커다란 이야기의 맥락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너무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읽는 속도가 붙었다. 아마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 어려웠음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등장인물들의 출신이다. 웨이쉬안은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인물로 등장한다. 그에게 접근한 가스미와 또 다른 인물은 일본인이다. 또한, 페이 역시도 홍콩에서 만났던 것으로 나오는데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한국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주인공은 당연하게 한국 사람, 그리고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등장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한국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많이 받아서 새롭게 그려졌다.

두 번째는 전염병과 사랑이다. 사실 세계를 휩쓴 많은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로 주요 소재로 읽었던 부분 중 하나가 전염병이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 작품 역시도 에피네프라는 전염병이 등장하는데 한국과 외국 가릴 것 없이 SF 장르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재여서 초반에는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전염병이 도사리고 있는 판국에 사랑을 위해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전쟁 중에도 사랑한다는 모 드라마의 대사처럼 그렇게까지 특별한 일도 아닐 텐데 그게 취향에 맞았다. 무작정 불타오르는 애정이 아닌 사랑하는 이가 생각했던 본질을 가지고 뛰어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라면 과감하게 그 일에 뛰어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의 대답은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성향이겠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나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질을 파고드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웨이쉬안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뭔가 표현하기 조금 어려운 작품을 읽게 된 듯하다. 표현하고 싶은 문장이 많은데 이게 딱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느낌이 아쉬움보다는 만족에 대한 느낌에 더욱 가까워서 읽었던 시간조차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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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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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그 여가수를 참 좋아했다. / p.9

이 책은 한정현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달달 북다 시리즈를 이번에 세 번째로 읽게 된다. 첫 번째의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은 이후로 시리즈 발간을 기대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칙릿이라는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선택했다. 한정현 작가님의 작품은 에세이로만 접했을 뿐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다. 주변에서 호불호가 명확한 작품이 많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선이라는 인물이다. 선은 한 공장에서 경리를 맡고 있다. 그곳에서 미쓰 리라는 한 언니를 알게 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던 80년대 중후반의 공장에서 미쓰 리는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미쓰 리는 그런 여성상을 기대하는 사회에서 당찼는데 선은 그녀를 보면서 동경의 시선을 보낸다. 어느 날, 미쓰 리는 선에게 자신이 집필한 소설 종이 뭉치를 전달한다. 장르는 누아르. 현실과 다른 여성이 등장했던 작품이었는데 선 역시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짧은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지만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적인 취향으로 누아르라는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먼 편이어서 심리적인 벽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은 누아르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거리감이 있었다. 초반에는 느릿느릿 이해하면서 읽었는데 중후반부에 이야기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한 이후로부터는 후루룩 완독이 가능했다. 문체나 서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스스로 기대하는 이야기에 겁을 먹었다. 내용은 충분히 흥미로우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평범한 영웅의 이야기인 듯해서 이 지점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여성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답이 없었을 시기에 미쓰 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생각했던 여성상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어서 어느 측면에서는 영웅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누가 회사에서 웃지 말라고 조언하겠는가. 그것도 웃으면 임신 아니면 낙태라는 매운맛 한마디를 말이다. 지금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몇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뭔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의 이야기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께 공장에서는 이름보다 미쓰 ○으로 불리는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 또한, 인격체보다는 하나의 부품처럼 느껴졌다고도 말씀하셨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부속품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 당시 공장의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거기에 형제자매가 많은 집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안에서 사랑을 만날 수 있지만 사랑과 일이 동일 선상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이었던 그 사회. 그 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렸다.

그밖에도 가수 심수봉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비롯해 경험하지 못했지만 매체로 많이 봐서 흥미로웠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주변 지인들로부터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도 에세이부터 매웠던 것으로 기억하다 보니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게 조금 주저함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면서도 뭔가 재미있었다. 선과 미쓰 리의 이야기가 마치 과거 그 시절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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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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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람이 부는 게 정상이에요? / p.15

요즈음 일주일은 참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불현듯 무슨 요일인지 생각하고 나면 이제 월요일이거나 화요일이었다. 금요일이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하다. 오늘만 하더라도 이제 목요일이라는 점. 내일 또 집에서 회사로, 또 다시 회사에서 집으로 쳇바퀴의 햄스터가 되어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 30 대이니 시속 30 km 속도로 흐른다는 건데 아직 어린이 보호 구역의 규정 속도여서 그런 것인가.

일주일은 느리지만 일 년으로 돌아보면 참 빠르기도 빠르다. 징그럽게도 2024년의 가을이 다가왔다. 날씨로만 보면 여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면 가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체감한다. 이렇게 주간과 연간의 박자가 안 맞은 적은 올해가 처음인 듯하다. 아마도 올해 유독 많은 일들을 겪어내고 있고, 앞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익숙해져야 할 시기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손보미 작가님, 문지혁 작가님, 서장원 작가님, 성해나 작가님, 안윤 작가님, 예소연 작가님, 안보윤 작가님의 작품이 시린 수상작품집이다.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선택한 책이다. 분명히 엊그제 안보윤 작가님의 대상 수상작을 읽고 리뷰를 남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2024 표지의 수상작품집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놀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썼던 글을 검색해 보니 이번 달이 딱 일 년 되는 달이었다.

개인적으로 문지혁 작가님의 <허리케인 나이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외고를 다녔던 인물이다.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처럼 국제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그는 뉴욕 맨하튼에 살고 있지만 국제 변호사는 되지 못했다.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집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학교 동창이자 같은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피터 최라는 인물의 집에 하루 신세를 지게 된다. 피터 최와 주인공의 과거 일화와 현재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주된 내용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듯했다. 고등학생처럼 성적에 맞추어 외고를 진학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그냥 그럭저럭 성장했다. 반면, 피터 최는 외고 동창들 중에서 유일하게 국제 변호사가 된 인물이며, 학창 시절에도 명품 시계를 착용할 정도로 부유했다. 그 안에서 느꼈던 주인공의 다듬어진 박탈감과 드러나지 않은 피해의식이 공감되었다. 그렇다고 주인공처럼 친구의 시계를 훔친다거나 그런 행동을은 하지 않았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피터 최에 대해 주인공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들이었다. 성해나 작가님의 작품은 이미 다른 작품집에서 읽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문지혁 작가님과 안보윤 작가님은 다른 작품에서 이미 읽었기에 기대가 되었다. 새로운 작가님을 이렇게 활자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 좋았는데 이번 수상작품집 역시도 그랬다. 2024년이 가는 것과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 준 작품집이지만 그만큼 앞으로도 기다리게 될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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