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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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가 힘들다.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벅찼다. / p.10

이 책은 우사미 마코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밤의 소리를 듣다>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소재를 둔 소설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추리 장르를 잘 표현하고 있으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현실감도 느껴졌다. 약간 사적인 취향이 담긴 감상이겠지만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 흥미로웠던 작품이어서 이번 신작도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와타루라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자립해서 살아왔는데 반찬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그에게는 복잡한 가정사와 함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과거 여동생 마리나를 잃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우연히 한 종교 집단에 거주한다. 그때 어린 와타루가 있었고, 마리나를 임신 중이었다. 이상한 종교 집단은 마리나를 신의 딸이라고 표현하면서 괴롭힘을 일삼았는데 어머니는 이를 방관했다. 시간이 흘러 가오라는 낯선 남자가 와타루 앞에 등장했고, 과거 여동생과 얽힌 이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아무래도 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었고,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작들을 자주 접했던 터라 번역체도 나름 익숙하게 느껴졌다. 4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편이었는데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푹 빠져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추리 장르를 처음 접한 독자에게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부모의 아동 유기에 대한 부분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와타루의 어머니는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종교 집단에서 가스라이팅을 받았는데 그게 안타깝다기보다는 답답했다. 아마 시점 자체가 와타루 위주여서 감정 몰입 역시도 와타루에게 들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마리나에 대한 종교 집단의 행태들을 그대로 바라만 본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지점이 깊게 와닿았다.

두 번째는 전염병에 대한 부분이다. 가오라는 인물이 와타루에게 자신의 계획을 언급하면서 같이 일하자고 말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솔직히 속으로 많이 놀랐다. 인간에게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많은 불특정 다수 인간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려고 한다는 게 보통 상식적인 측면에서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오가 하고자 했던 일이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는 없더라도 윤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뭔가 흥미로우면서도 꽉 막힌듯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전작에서 사회적인 메시지에 큰 감명을 받았지만 이번 작품은 여러 이슈들을 언급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어지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사이비 종교와 전염병, 인간의 욕망, 윤리 등 너무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하나씩 소재로 깊이 담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텐데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계속 드러나는 주제 의식들이 카오스를 남겼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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