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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난 지금 트럭 안에 갇혀 있고 우린 곧 길을 떠나야 하니까. / p.51
얼마 전, 기린을 보고 왔다. 조카들과 함께 동물원에서 봤던 것이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기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집으로 놀러 온 조카들에게 지역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을 소개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원으로 향했다. 기린의 길이가 내 키에 비하면 배 이상 크겠지만 어렸을 때에는 크게 보였던 동물들이 지금 이 나이에 보게 되니 새삼스럽게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클함을 안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린다 러틀리지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두 줄의 소개로 선택한 책이다. 한 소년과 두 마리 기린의 뭉클한 이야기. 대체 어떤 사연을 안고 있길래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달해 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요즈음 소설에 집중되어 읽기는 하지만 정작 마음을 울리는 작품들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디라는 이름의 아이다. 자연재해로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된 우디는 트럭에 몰래 숨어 들어왔다. 기린은 미국을 횡단해 이송되어졌는데 그곳에서 우디와 기린은 함께 이동한다. 결론적으로 우디와 기린이 함께 이동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우여곡절 그 이상으로 버라이어티한 내용이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어서 걱정이 되었다. 최근 그래도 예전에 비해 독서량이 올라온 상태이기는 하지만 얇은 페이지를 가진 소설 위주로 읽다 보니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죽하면 읽다가 포기한 작품도 수두룩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너무나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이 가볍다기보다는 문장이나 문체들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네 시간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기린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그냥 숨어들어온 우디를 내보낼 법도 했는데 어른들이 너무 따스하게 맞아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과연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는데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지만 소설에 등장한 우디라는 인물이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단순하게 우디의 성장 소설 정도로 인식하고 읽었지만 생각보다는 무겁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우디의 서사가 크게 느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 살이 넘어 과거를 회상하는 우디에게 그 시절의 기억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라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텐데 그것을 떠나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뭔가 큰 의미를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을 읽는 독자 중 하나인 나에게도 그 자체가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