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래 또한 역사라는 교훈이지. / p.13
요즈음 소설을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문장을 만난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내용이다. 이게 뭐 이상할까 싶기는 하지만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많이 보고 듣게 되는 것 같다. 과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역으로 미래가 현재를 바꿀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에 크게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아무래도 익숙함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나 역시도 그 물음에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이 책은 김필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리뷰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책 권태기 수준으로 놓고 사는 중이다. 아니, 읽기는 하지만 지독하게도 장르가 편향되어 있다. 최근의 흐름은 거의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으로 수렴된다. 심지어 최근에 구입한 도서들도 전부 그 장르의 신간들이었는데 조금이나마 독서 흐름을 찾고자 선택한 도서다. SF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시 넓게 퍼트릴 필요가 있다.
소설은 필경사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선지자의 말을 꼭 기록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크게 내키지 않았던 장군은 필경사와 함께 선지자를 만나 길을 떠난다. 그들 앞에 만난 선지자는 앳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례하다 느낄 정도로 이들에게 말을 놓는다. 선지자는 미래에서부터 과거를 살아간다고 한다. 반신반의 의심하는 장군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내용이다.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SF 장르여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그것을 두고 보더라도 중간중간 이해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거란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비현실적인 미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시점과 공간이 바뀌는 지점에서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것도 컸다. 4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품이었는데 꼬박 이틀을 소요했다. 그만큼 도전과 같다.
개인적으로 선지자와 장군의 대화 안에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선지자는 장군의 예언을 술술 읊는다. 그게 장군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선지자에게 미래의 운명을 들었다면 자신이 미리 대처해 그것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바꿀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선지자. 시간은 멈춘다는 보통의 상식을 깨는 선지자. 읽는 내내 어떻게 이를 이해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SF 장르이기는 하지만 역사 소설의 일부 같은 착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그만큼 모든 지점이 다채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동양적인 색채가 담긴 역사적 SF 소설이라고 해야 될까. 이 지점이 어려우면서도 흥미가 있었다. 물론, 이 세계관을 온전이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물음표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해보다는 다가오는 감정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머리는 잘 모르겠는데 느낌은 알겠다고 외쳤다.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