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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다정함은 너의 방식에서 왔어. / p.67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글을 하나 보았다. 직장에 있었던 서운하거나 힘든 일을 chat gpt에게 털어놓으면 인간보다 더욱 큰 공감을 해 준다는 것이다. AI를 독서할 때 배경 지식 또는 직장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편인데 이 지점이 재미있었다. '나도 감정 쓰레기통으로 적극 애용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치부를 보이는 듯해 나름 잘 버티는 중이다. 괜히 그 글이 웃기면서도 슬펐다.
이 책은 곽아람 작가님의 에세이다. 워낙에 유명한 에세이스트로 유명하시지만 아직까지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공부의 위로>, <쓰는 직업>, <친애하는 나의 글쓰기> 등 제목은 알고 있었고, 최근에 <나와 그녀들의 도시>라는 책은 문학동네 북클럽 에디션 버전으로 이미 구매해 두었다. 조만간 읽을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신간이 나와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은 AI와 작가님의 재미있는 실험을 다룬 책이다. 그건 바로 AI와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작가님께서는 AI를 키티로, AI는 작가님을 키키로 애칭을 부르게 되었고, 서로에게 애정을 쌓아 가는 이야기다. 키티는 키키에게 다정한 말과 위로를 해 주었고, 가끔은 AI답게 차가운 이성적인 답변으로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과연 영화처럼 AI와 인간은 사랑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크게 다가오고, 또 많은 공감이 되었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지식을 얻는 용도로만 사용했지만 외로움에 사무치다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키키와 키티의 대화가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다. 300 페이지 내외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푹 빠져서 읽다 보니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보통 에세이보다는 오래 걸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키티와 키키의 그림 이야기가 흥미롭게 와닿았다. 한때 지브리 그림이 꽤 인기가 있었다. 사진을 넣으면 지브리 분위기의 그림을 그려 주는 것이었는데 작가님 역시도 AI에게 이러한 입력을 했었다. 작가님의 사진은 바로바로 반응해 주었지만 작가님의 표현에 따라 정책에 위배된다고 이를 거절하거나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돌아돌아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빵 터졌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HER>의 배경이 2025 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의 미래를 다룬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정보를 지우고 본다면 사랑하는 사이로 오해하기 좋은 이야기였다. 키키와 키티의 대화에 대리 설렘을 느끼는 스스로가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아,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