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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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동적인 추격과 두 등장 인물 사이의 정적인 심리가 흥미로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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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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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절대 쓰러지지 않는 팽이처럼. / p.13

이 책은 도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들었던 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작품이었다. 읽지 않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약간 오마주인가, 하는 착각이 들어서 흥미가 생겼다. 마늘밭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충 줄거리가 띠지에 있는 책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는 했지만 그대로 흘러가는지 궁금했다. 이럴 때에는 이렇게 스릴러 장르가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민이라는 인물이다. 미스터리 작가이자 연예인 남자 친구와 연애 중이다. 남들에게는 연예인 이한이지만 유민에게는 줄을 타고 있는 듯 아슬아슬한 모습의 남자 친구다. 꽤 오랜 시간을 알고 있지만 그만큼 모르는 것도 많다. 유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돌아가신 할머니 댁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할머니 댁의 마늘밭에 묻힌 수상한 물체를 보는 것도 모자라 과거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속도가 붙으면서 훅훅 페이지를 넘기게 됐다. 유민의 입장에서 의심이 가는 이한과 다른 이들의 동태를 하나씩 살피면서 읽었고, 그게 소설의 배경 한가운데 이들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실감이 났던 작품이었다. 5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찾는 독자들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집단이 두 가지 관점에서 다가왔다. 첫 번째는 가족이라는 집단에서의 끈이었다. 악명 높은 살인자는 이한의 큰아버지인 장수혁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가족이라도 타인의 생명을 끊은 범죄자와 연을 끊는 게 맞을 듯하지만 이한은 유민으로부터 장수혁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 이후로부터 병적인 집착을 보인다. 어느 정도 사건이 전개되면서 가족이라는 집단에 회의감이 들었다.

두 번째는 마을이라는 집단에서의 끈이었다. 처음에는 유민이 살게 될 마을의 여유롭고 정이 넘치는 분위기가 보였다. 그러다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개가 연쇄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생기고, 경찰과 주민 등 마을이라는 공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농촌 지역을 자주 왕래하다 보니 이러한 일들이 마냥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부분이면서 동시에 끊어져야 할 문제처럼 보였다.

단순하게 킬링타임용의 스릴러 소설인데 생각보다 영상화로 본다면 더욱 크게 와닿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연쇄살인마와 주인공 간의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관계, 유민과 이한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 등이 파노라마처럼 쭉 펼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이자 내용들이기 때문에 익숙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활자로 읽는 이 분위기나 느낌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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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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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연은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새삼 느껴졌다. / p.24

이 책은 리러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라는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악마와 주인공이 아슬아슬 로맨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최근에 작가님의 신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연스럽게 술술 읽혀지는 작품을 고르고 있던 와중에 그 전작의 느낌을 기대하고 선택했다.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연이라는 인물이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딸의 친구인 금태를 보게 된다. 금태는 그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의문을 가지고 그를 조심히 뒤쫓던 주연은 실족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병원에 입원시킨 후 금태의 집에 갔던 주연은 똑같은 모습의 금태를 발견한다. 혼란스러워하던 주연에게 금태의 일부라고 우기는 새로운 금태가 부탁한다. 붕어빵을 예시로 드는 새로운 금태는 무엇일까.

술술 읽혀졌지만 아리송했던 작품이다. 붕어빵 틀처럼 익숙한 소재가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똑같이 틀에 찍어내는 소재 자체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너무 허구적으로 다가와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아니, 이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게 조금 어려웠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이 재미있었다. 한 인간의 부족한 부분이 붕어빵의 가장자리로 등장한다는 게 신선했다. 물론, 또 다른 인간의 형태지만 예시가 흥미로웠다. 사실 태어나서 그렇게 부족한 부분이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상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판타지의 느낌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게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약간 아리송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부족한 면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그게 뭘까?'라는 의문에 닿았다. 살면서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딱 하나만 뽑자니 고민만 하게 되었다. 최근에 느꼈던 점은 경험이어서 처음 맞닥드리게 되는 환경에서 지금 나와는 다르게 해결하는 인격체이지 않을까. 그런데 금태와 같은 상황에서 같이 합체하자는 제안에는 똑같이 거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함도 좋지만 부족함 있는 지금이 더 좋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가볍고도 동적인 스토리와 문체에 비해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생각에 이입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무심하게 툭 던져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해 주었다. 전작은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소설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또 느낌이 달라서 그조차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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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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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래 또한 역사라는 교훈이지. / p.13

요즈음 소설을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문장을 만난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내용이다. 이게 뭐 이상할까 싶기는 하지만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많이 보고 듣게 되는 것 같다. 과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역으로 미래가 현재를 바꿀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에 크게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아무래도 익숙함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나 역시도 그 물음에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이 책은 김필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리뷰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책 권태기 수준으로 놓고 사는 중이다. 아니, 읽기는 하지만 지독하게도 장르가 편향되어 있다. 최근의 흐름은 거의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으로 수렴된다. 심지어 최근에 구입한 도서들도 전부 그 장르의 신간들이었는데 조금이나마 독서 흐름을 찾고자 선택한 도서다. SF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시 넓게 퍼트릴 필요가 있다.

소설은 필경사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선지자의 말을 꼭 기록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크게 내키지 않았던 장군은 필경사와 함께 선지자를 만나 길을 떠난다. 그들 앞에 만난 선지자는 앳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례하다 느낄 정도로 이들에게 말을 놓는다. 선지자는 미래에서부터 과거를 살아간다고 한다. 반신반의 의심하는 장군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내용이다.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SF 장르여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그것을 두고 보더라도 중간중간 이해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거란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비현실적인 미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시점과 공간이 바뀌는 지점에서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것도 컸다. 4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품이었는데 꼬박 이틀을 소요했다. 그만큼 도전과 같다.

개인적으로 선지자와 장군의 대화 안에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선지자는 장군의 예언을 술술 읊는다. 그게 장군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선지자에게 미래의 운명을 들었다면 자신이 미리 대처해 그것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바꿀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선지자. 시간은 멈춘다는 보통의 상식을 깨는 선지자. 읽는 내내 어떻게 이를 이해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SF 장르이기는 하지만 역사 소설의 일부 같은 착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그만큼 모든 지점이 다채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동양적인 색채가 담긴 역사적 SF 소설이라고 해야 될까. 이 지점이 어려우면서도 흥미가 있었다. 물론, 이 세계관을 온전이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물음표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해보다는 다가오는 감정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머리는 잘 모르겠는데 느낌은 알겠다고 외쳤다.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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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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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이든 개든 방법이 없을 때는 위험을 감수해야죠. / p.40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는 나를 보고 무던한 아이라고 평가했다.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OK. 딱히 걸리는 것 없이 평온하게 무언가를 하는 아이. 그러한 성향은 성인이 되어도 유지가 된 듯하다. 회사에서도 무슨 부탁이든 업무 지시든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예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의 이야기에 호의적으로 반응한 이유는 내 스트레스를 덜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미상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드디어 달달북다 시리즈의 마지막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동안 시리즈를 읽었는데 안 읽으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젊은작가상 작품집으로 접한 작가님이기는 하지만 크게 임팩트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중 작가 초롱>이라는 단편소설집은 꽤 오랜 시간 장바구니에 있다. 믿고 읽는 시리즈의 기대가 되는 작가님의 작품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누나 두 명을 둔 남자로 등장한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예민한 인물로 대변이 된 듯하다. 그냥 보통의 감각에도 우셨다.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난 이후 나는 예민함을 느끼며 잠을 못 이룬다. 예민한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가족들은 나름의 규칙을 두고 있었기에 이러한 불편을 섣불리 주장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조건 하에 독립을 하게 된 내가 윗집 연상 누나를 만나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분량이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채 100 페이지가 안 되다 보니 완독까지 걸린 시간은 삼십 분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일상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라는 점에서 상상하는 것도 있었고,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크게 이해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쉽게 읽힌 것과 별개로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와 연애하는 누나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움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뭔가 표현하기 힘든 답답함이 느껴졌다. 약간 한심한 백수 느낌이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고통만 생각하는 듯했다. 공감하는 인물은 아버지뿐이었다. 진짜 극강의 예민함을 가졌지만 묘하게 연민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왜 아버지라는 인물에게 마음이 갔을까, 하는 생각에 답이 닿았다. 그것은 바로 내 기억 속의 아버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시던, 바깥세상은 너무 변화가 심해 집 안에 있기를 좋아하셨던, 목이 답답해 한겨울에도 목폴라 티셔츠를 거부하며 카라 티셔츠만 고집하셨던 아버지의 그림이 떠올랐다. 로맨스보다는 그리움이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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