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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평점 :


다음 이야기꾼이 가져오는 것은 빛일까, 어둠일까. / p.10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늘 도전 의식을 느끼게 한다. 세계관이 넓은 이야기여서 상상하면서 읽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평소 취향이었으면 거리를 두었을 작품인데 누구보다 신간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는 편이다. 이번 작품도 그런 비슷한 맥락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기대와 부담을 적절한 비율로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미지로라는 인물이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에서 이야기 청자로 있다. 아버지 미시야마의 가게인데 가업을 물려 받아 그 자리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화공의 꿈을 키우고 나아가려고 한다. 평소 첫째 아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도미지로의 계획을 듣던 미시야마는 화공 공부를 허락하되, 집에서 통학하면서 다니기를 원한다. 이야기 청자 자리 역시도 지키기를 원한다. 도미지로가 그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상상하면서 읽는 것이 어려웠다. 물론, 그동안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작품들에 비해 특유의 일본 문화나 색채가 옅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요괴가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눈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듯하다. 페이지 수도 800 페이지 전후이다 보니 주말 오전을 꼬박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매력이 돋보인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고양이의 참배>라는 작품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댁 살이를 하는 며느리다. 초반에 남편은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결혼 이후 속된 말로 망나니가 되었다. 밖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방탕한 생활을 했고, 시어머니는 아이를 유산한 며느리에게 구박을 하기 바쁘다. 며느리가 지키던 고양이로부터 묘시의 존재와 자신의 역할을 듣게 된다. 고양이에게 며느리와 남편을 복수해 달라고 요청한다.
작품들 중에서 가장 몰입감과 현실감이 느껴졌다. 물론, 배경이 일본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익숙함보다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시댁과 며느리 사이의 관계가 주변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 과거 우리 어머니와 시댁의 모습처럼 와닿았다. 생각한 것보다는 순한맛의 복수여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의 보은이 통쾌한 스토리였다.
미야베 월드에서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흡입력 있게 읽었다. 심지어 기본적인 생활 동선 이외에는 책상 앞에 딱 붙어 앉아 활자만 바라보면서 완독했다. 작가의 의도나 세계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는 부담감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신작을 찾게 될 듯하다. 상상력으로 물든 이야기를 더 반가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