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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민무늬 군복에 총을 든 군인이었다. / p.14
12 월 초, 어머니의 개인 일정으로 함께 서울에 갔다. 조카들과 두 번, 지인과 한 번, 어머니와 한 번. 이렇게 올해 네 번째 서울을 가게 된 것이다. 삼십 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서울을 자주 다닌 적이 없었다. KTX 막차로 내려오는 길에서 어머니와 함께 나눈 이야기이자 곧 서울을 갈 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늘 같았다. 여행으로는 괜찮지만 살기에는 너무 정신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서울에 올 때마다 응답하라 1994의 첫 화에 나오는 삼천포가 된다.
이 책은 정명섭 작가님, 최하나 작가님, 김아직 작가님, 콜린 마샬 작가님의 작품이 실린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서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야기들에는 서울의 어느 지명이 들어가 있고, 그곳이 곧 공간적 배경이 된다. 과거의 서울을 마주하는 이야기, 또는 현재나 미래를 관통한다. 서울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그 중심 안에 들어간 중심인까지 인물도 4 인 4 색의 매력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려웠다. 내용 자체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해를 요구하는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역적인 특성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 탓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지명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 안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신기했다. 마치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외지인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내외가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최하나 작가님의 <선량은 왜?>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선량이라는 인물이다. 선량은 이혼 후 연고지가 없는 연희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재개발에 대한 소식을 택시기사로부터 접했지만 애써 못 들은 척 연희동에 자리를 잡는다. 다정하고도 정이 넘치는 이웃들과 마음에 드는 풍경들이 너무 좋아 이곳에서 오래오래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선량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장 피부로 와닿아서 기억에 남았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하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새로운 아파트 안의 한 주택의 이야기였다. 재개발에 반대해서 결국에는 그 주위에 아파트가 세워지고 감옥처럼 갇히게 된 것이다.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면서 선량의 이야기가 마치 허구의 이야기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개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적어도 서울에서만큼은 과유불급이 아닐까.
요즈음 사람들 사이에서 '서울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지점이 너무나 공감되기도 했다. 물난리가 나도 서울에서 나면 특집으로 다뤄지는 반면, 지방에서는 아예 도시가 내려가는 정도가 아니면 지역 뉴스에서나 나오는 현실이다. 서울의 잘못은 아니지만 약간 미울 때도 있었는데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읽게 된 서울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해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