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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들은 오역하고 몰라주더라도 우리끼리는 좀 더 애정을 쏟아 서로의 원문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 p.20
이 책은 황석희 번역가님의 에세이다. 전에 읽었던 <번역: 황석희>라는 에세이가 내 기준 인생 에세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 오죽하면 책 메이트인 대학교 선배에게 그것도 책발전소 에디션을 구해서 선물한 적도 있다. 외국 작품을 안 보는 나보다 SNS 팔로우까지 했던 선배가 팬이었는데 말이다. 단순하게 번역가 그 이상으로 많은 지점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여전히 외국 작품을 안 보고 있다. 거기에 라디오 고정 게스트도 하차하셔서 더욱 볼 일이 없었다. SNS는 책 관련 계정만 팔로우 하다 보니 그것 또한 아니다. 그저 나는 황석희 번역가 님의 "에세이 팬"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신작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특히, 제목부터가 되게 인상적이다. 번역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오역. 오역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목이 하필 오역하는 말들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번역가 님의 오역 에피소드와 번역가로서의 일상은 전에 발간하셨던 에세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일상을 이야기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되었거나 그 에세이에서 실리지 않은 다른 에피소드가 나오는 식이다. 그런데 주제가 오역이다. 일상에서의 오역,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오역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오역을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직업의 세계는 새롭지만 부모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등 주위에서 누구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크게 괴리를 느낀 것도 없었다. 물론, 나는 부모도 아니고, 아들은 더욱 아니고, 남편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공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좋았다. 번역가 님의 따뜻한 문체는 여전했다. 완독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깊이에의 강요>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깊이에의 강요'에 대한 번역가 님의 생각을 담은 글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깊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소설의 줄거리, 원제와 번역 제목의 오묘한 차이 등이 등장한다. 서두부터 흥미로웠다. 항상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깊이에 꽂히다 보니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소설을 읽지 못해서 아마 다 읽고 나면 더욱 큰 공감으로 다가올 것 같다.
다정하고 따뜻한 번역가 님의 글과 마음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오역들을 하나의 헤프닝이나 에피소드로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사실 몇 가지 에피소드는 어디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전작을 펼치면서 내내 찾았는데 없었다. 대체 나는 어디에서 이 글들을 봤던 걸까. 이게 바로 데자뷰인가. 그만큼 익숙하고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느꼈던 친근감으로 생각했다. 이번 신간도 그 선배에게 바로 선물해 주어야겠다. 그만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