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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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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안방으로 들어온 세대에 살고 있다. / p.4

문화의 다양성을 체감한 시기를 겪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나름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꼰대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같은 문화를 교류하는 구성원이었다면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갔겠지만 아예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려니 아예 금성이나 화성에서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슷하면서도 애매한 포인트에서 다른 행동과 말이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책은 이윤 작가님과 도경수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리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고르게 된 책이다. 세계 지도를 보면서 몰랐던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들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책에서 접하는 정보들을 좋아하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읽게 되었다.

지리를 베이스로 문화에 대한 정보가 약간 가미된 책을 상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지리 자체보다는 문화적인 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들이어서 상상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 사회 도서 중에서도 지리학 도서가 아닌 문화 도서로 봐야 하는데 제목을 보고 혼자 착각했던, 줄거리를 보지 않은 나의 판단 미스였다. 

이 책은 크게 네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일반성과 특수성으로 해외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지리와 문화 특성 등 특수성의 요인으로 발생되는 문화 차이의 사례들, 세 번째는 일반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한국에 집중되어 신뢰성과 광정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만 보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해하기 쉽게 하나하나 자세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인도에서 왜 손으로 식사를 하는지, 음식점에서 왜 팁을 주어야 하는지 등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인문지리와 자연지리 등 다양한 요인을 설명해 준다. 인도에서 주식으로 하는 쌀의 재질 때문에 숟가락보다는 손으로 뭉쳐서 먹는 게 더욱 효과적이며, 서비스 금액까지 전부 지불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다르기에 팁을 요구한다는 미국의 문화를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미국에서 왜 한국인들은 세탁업을, 인도인들은 호텔업을 시작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 등 몰랐던 내용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신뢰나 공정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흔히 한국은 소지품을 놓고 나가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한국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에 대한 내용은 새로웠다. 또한, 공정문화는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나 역시도 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젊은 세대의 특별한 문화인 줄 알았다. 취업 비리에 분노하는 일들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고, 남녀노소 한국에서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래도 깊이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으로 시작했지만 덮고 나니 만족스러움이 더욱 컸던 책이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해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문화권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다른 나라의 문화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환경이기는 하다. 여행과 직장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경험해 보기는 했지만 그들을 직접적으로 온전히 문화를 인정해 주는 일에 대해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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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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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커피는 늘 우리를 돕는다. / p.110

종종 딴생각을 할 때가 있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나 앞에 사람이 있는 순간에는 그러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고 있는 무언가에 몰입하다가도 주위를 환기시킬 목적인지 아니면 내 머리에서 보내는 위험의 신호인지 생각의 길이 삼천포로 빠진다. 그럴 때는 아, 이제 쉴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조금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디자이너이신 박찬휘 작가님이 에세이이다. 사실 미술에 큰 소질이 없어서 디자이너의 이야기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관심이 갔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 위주의 책이었다면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법한데 일상기록이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던 것 같다. 요즈음 에세이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디자이너의 에세이는 처음 도전해 보는 것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큰 자동차 회사에서 17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랬기 때문에 내용에서 이탈리아나 독일 등의 다른 나라가 배경일 때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여행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속해 있는 듯했다.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과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다. 약간 유럽인들 사이에서 그들과 문화를 교류하는 착각이라고 하면 그나마 정확한 감정일 것 같다.

아마도 유럽에서의 문화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의 커피에 대한 내용도 실려 있었는데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이탈리아가 커피에 큰 자부심을 보인다는 사실은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이탈리아에서는 기를 못 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커피가 얼마나 유명한지 궁금했는데 커피 자체보다 '카페 소스페소'라는 문화가 더욱 인상 깊었다. 커피를 살 때 원래 값보다 더 많이 지불하는 이탈리아의 문화인데 오후에는 그 돈을 가지고 노숙자나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돈이 부족한 이들에게 준다는 게 참 뭔가 훈훈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독일에서는 허용치 '톨러런스'를 더욱 엄격하게 잡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독일 사람이라고 하면 융통성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약간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독일인들은 물건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한다. 그래서 벤츠 등의 명품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이거 약간의 오차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겼겠지만 말이다. 융통성이 꼭 그렇게까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인상 깊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통찰력과 예리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주된 인물은 저자의 아들이었다. 저자가 대답할 수 없는 예리한 질문을 건네기도 하고,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이전에 나무 판자로 서핑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이를 알게 되어 실패를 거듭해 서핑을 하게 되었는지, 자신이 탈 범퍼카의 디자인과 색깔을 보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선택하는 모습들이다. 저자의 아버지께서는 흔한 태극기 그리기 숙제에 누구보다 특별하게 그려서 제출하셨던 내용도 있는데 이를 보면 그러한 통찰력들은 유전이라고 느껴졌다.

복잡함을 싫어하면서도 이를 따라가려는 현대 시대에서 무엇보다 단순함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기본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은 무엇보다 깊게 공감이 되었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에서 발견한 주제를 가지고 펼쳐지는 이야기도, 그 안에서 현재를 반성하게 만드는 깊은 고찰도 너무 좋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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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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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정서는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 p.36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꼭 아버지께서는 18번이었던 최백호 선생님의 '낭만의 대하여'를 부르셨다. 도저히 내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가사이기도 했다. 비 오는 날 도라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였는데 실연과 청춘이라는 것 자체가 와닿지 않는 나이였기에 낭만 자체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으로 번역해 보다면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창문 밖을 보고,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 될까.

낭만이라는 게 아직까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실연도 겪었고, 청춘의 나이에서 과거 회상을 떠올릴 때가 점점 많아지면서부터 말이다. 그러나 딱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에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낭만인지, 아니면 진짜 단순한 과거 회상에 불과한지 그것조차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김성중 작가님의 낭만에 대한 책이다.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이라는 부제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문구 자체가 나만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기에 낭만으로서 두루뭉슬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동안 몰랐던 낭만도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예상을 빗나갔다. 낭만의 어원부터 영국의 역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낭만을 탐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서양의 역사는 책으로 볼 때가 많아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들어가는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서 걸리버 트위스트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주었는데 고전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낭만의 어원이 우리가 흔히 아는 'Romance'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마치 과거의 경험했던 일들을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게 맞다면 그게 곧 낭만이기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도 공감되었다. 흔히 일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젖기 때문이다. 낭만 자체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잡히는 듯했다.

또한, 영어의 시를 통해 낭만에 대해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한국의 시는 꾸준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접했는데 영문 시는 거의 처음 봤다. 해석의 오류로 잘못된 의미를 전달한 정치인의 내용도 등장한다. 아마도 영문 시 자체가 정서나 해석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멀리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영문 시를 통해 낭만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에게는 뭔가 흥미로웠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낭만을 즐긴다고 하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이는 것 같다. 매일이 전쟁인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여유가 없기에 과거를 추억하면서 곱씹는 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그 점을 안타까워 했는데 나 역시도 불안하면서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낭만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현실이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과거를 추억하는 낭만보다는 물멍이나 불멍처럼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유행이겠는가 싶다.

팩트를 따지고, 수치에 집착하는 세계에서 낭만은 거리가 있는 듯하다. 내용 중에서 어른과 아이의 대화에 대한 시가 참 인상 깊었다. 어른이 아이에게 형제 관계를 물었더니 아이는 일곱이라고 대답했는데 언니와 오빠는 무덤 아래에 누워 있다고 대답한다. 흔히 사람의 생각이라고 하면 다섯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이미 둘은 안타깝게도 하늘나라에 갔기 때문이다. 어른도 이 점을 지적해 아이에게 다섯이지 않냐고 되물었으나, 아이는 끝까지 일곱이라고 대답한다. 세상을 떠난 언니와 오빠는 아이의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그렇다.

개인의 감수성보다는 사고가 더욱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책에 나오는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는 어린왕자 문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어떻게 보면 낭만 역시도 그럴 테니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 역시 그것을 경시하는 분위기와 낭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낭만을 찾아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환기 목적뿐만 아니라 철학에서 삶의 답을 찾아왔던 것처럼 낭만이 지금 지나는 길에 답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에서 답을 찾는 편인데 경험을 현재로 옮겨놓은 것이 낭만이니까 그렇다.

아버지의 18번인 노래에 등장하는 낭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답이 없기에 정확하게 알고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낭만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 하나만큼은 확실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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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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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 p.45

세상에서 믿는 것보다 안 믿는 것이 더 많다. 귀신도 믿지 않고, 무서운 이야기 자체를 잘 믿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저승에 대한 존재이다. 사후세계 개념인데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게 사실 경험해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듯하다. 오죽하면 천국과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종교 관계자분과 말싸움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아마 그 분께서는 전도할 의미로 말씀하셨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리러하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처음 인상만 보면 공포 소설인 줄 알았다. 줄거리 자체도 귀신이 등장할 것 같아서 뭔가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반전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가 갔다.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무서운 소재들과 펼쳐지는 로맨스라는 게 뭘까. 궁금증이 들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서주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은 할머니의 명의로 다른 사람들에게 세를 주면서 금전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허름한 외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빈 방이 더 많은 듯하다. 어느 날부터 거실에 이상한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라고 불려도 무방할 음식을 먹고, 정체불명의 미숫가루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악마에게 세를 내주었고, 방에서는 죄수들이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저승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 모양인 것 같다.

주된 내용은 할머니의 양아치 둘째 아들, 악마와 서주, 서주의 주변 이야기들이다. 서주를 둘러싼 전체적인 이야기가 핵심 흐름이다. 처음에는 상상을 해 보자니 인상을 찌푸리는 일들이 많았다. 방에서는 죄수들을 관리하는 악마의 행동이 묘사되는데 호러 장르를 선호하지 않다 보니 징그럽기도 했었다. 거기에 비위 약한 음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니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책을 덮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묻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좋아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서주의 환경 자체는 지금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열악한 편이다.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은 나름 위안할 거리이겠지만 어느 가정이든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양아치 자식 하나 정도는 있고, 부모님께서는 그 모습을 보고도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는 게 나름의 룰이지 않은가. 거기에 서주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까지는 아니더라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듯했다. 거기에 악마가 오기 전의 유일한 세입자는 히키코모리이다.

현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배경에 판타지 인물의 조합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다. 악마가 인간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부터 악마를 질투하는 다른 동성의 인간, 결국은 인간에게 고백까지 하려는 그런 악마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판타지 드라마를 통해 도깨비와 인간의 연애, 귀신과 인간의 연애 등을 많이 보기는 했었지만 책으로 읽는 그런 연애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설렘보다는 재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장르 그대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나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 등의 이야기였다면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내용이었다고 해도 나름의 좋은 점을 찾았겠지만 이 작품은 가볍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어서 그게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저승의 오싹함과 로맨스의 달달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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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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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써야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 p.71

규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주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도덕이나 윤리 수준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만큼 나도 뭔가 큰 분노가 올라온다.

이 책은 아쿠마루 가쿠의 장편 소설이다. 띠지에 붙어 있는 문구가 조금 심기가 거슬려서 선택한 책이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웃을 날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적어도 나의 가치관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속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기대보다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인 쇼타는 친구와의 술자리를 마신 이후 늦은 시간에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받는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지금 보자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당장 오지 않으면 헤어진다는 협박 아닌 협박까지 있었다. 차가 끊긴 시간에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했겠지만 쇼타는 안일함으로 비 오는 상황에서 차를 끌고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 그러던 중 뭔가를 치었지만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를 벗어났고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자신이 사고를 낸 곳에서 80대 여성이 차에 치어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쇼타는 음주 운전을 해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먼저 걱정했다. 치고 도망간 순간에도, 이후 법정에서 섰을 때에도 어떻게든 빠져 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 가족의 아픔보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해가 될 것을 먼저 고려했던 쇼타의 행동은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독자들에 비해 더욱 감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결국 쇼타는 죄값을 치루고 사회에 나와 어려운 시간들을 보낸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취업이 어렵다거나, 친구로부터 무시를 당한다거나, 그 외 쇼타가 출소 이후 겪는 모든 일들은 솔직히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하게 빨간 줄이 그어진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것처럼 쇼타 역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 사이에 집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쇼타 스스로는 더이상 행복해질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80대 피해자를 죽음에 내몰아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내 가치관에 반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가해자는 평생 행복할 권리가 없을까. 죄값을 치룬다는 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허용된 것인가. 하는 그런 류의 문제들을 말이다. 이게 딱 답이 정해지지 않아서 더욱 깊이 생각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죄값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싶다. 피해자의 남편이 쇼타에게 무언가를 할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구체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아들과 딸 역시도 큰 분노를 가졌을 것이다. 쇼타를 향한 용서 또한 없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살짝 드러난 부분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죽어도 갚을 수 없는 죄이기에 가해자는 행복을 바라면 안 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읽어내려간 것 같다. 소설 문체나 내용 자체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술술 읽혔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짓눌렀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죄를 생각하면서 마음의 갈등과 시련, 고난을 경험한다. 각자 저마다의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속죄를 한다. 가해자였던 쇼타와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동정심이 약간은 들기도 했었다. 과연 나라면 쇼타와 반대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나의 가족들을 생각해 쇼타처럼 행동했을까. 이런 생각까지 닿기도 했다.

사실 조금 심심하면서도 소설이기에 가능한 결말이었다.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감정적이며, 분노로 가득했을 텐데 말이다. 소설적인 엔딩이었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말을 떠나서 사법으로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죄값, 그리고 속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그리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쇼타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가해자에게 속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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