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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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면 눈 깜짝할 시간에 스쳐지나가는 시간인데 죽는다는 게 소름 돋으면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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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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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 p.301

원래 스타일은 이야기가 작가의 의도에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검열하면서 읽는 편이다. 인터넷의 리뷰를 보면서 줄거리를 맞게 인지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나 역시도 보편적으로 느끼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약간 다른 시각이라면 뭔가 모를 이상한 감정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다 리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스스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믿게 되었다. 같은 감정을 느꼈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표절을 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도 있었다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긴 하나의 습관이 줄거리를 이해하면서 리뷰의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다. 읽으면서도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서 리뷰에 남겨야겠다는 일종의 계획을 세우면서 읽게 된다. 온전히 줄거리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독한 계획형인 나에게 아직까지는 이 습관은 잘 맞는 듯하다.

이 책은 듀나 작가님의 연작소설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듀나 작가님의 소설을 본의 아니게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 접했던 미스터리 소설은 새로웠고, 최근에 읽었던 단편 소설은 나름 뒤로 갈수록 물음표가 들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공감하면서 잘 읽었다. 그리고 세 번째 접하는 연작소설이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 크루소라는 변비 행성이 등장한다. 변비 행성은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갈 수는 없는 그런 행성을 뜻하는데 나라는 화자가 크루소 안에서 만난 사람과 벌어진 사건 등을 연작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선장이 등장하고, 글을 쓰는 46호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의사와 군인으로부터 각각의 사건을 듣는다. 크루소 행성에서 벌어진 역사와 이야기들을 말이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익숙함과 낯섬의 경계를 느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인데 뭔가 모르게 이국적인 향기가 풍긴다. 등장하는 우주선부터 인물까지 마치 외국에서 온 듯하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크루소라는 이름부터 제목인 제저벨, 그 외에도 올리비에와 레번튼 등 불리는 명칭에서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을 하나씩 정리해서 읽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반가운 이름들도 등장했는데 자궁, 노르망디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 이름들 속에서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과 다른 우주선이라든지 뜻을 담고 있어서 알고 있던 무언가와 소설속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충돌이 있었다. 더욱 배경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치 전에 읽었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등장한 브로콜리의 존재에 당황했던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친절하면서도 불친절하다는 생각이다. 전개 자체가 상당히 불친절하다. 어느 정도의 진행 상황이나 이해할 수 있는 사전적 배경들을 알려 주어야 하는데 이를 전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긴 것 같았다. 상상력이 너무나 부족했기에 줄거리를 이해하는 게 참 어려웠다. 그런데 반대로 등장 인물의 말은 또 친절하다. 말투의 친절함이 아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문어체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구어체가 되어서 보면 누군가 주인공에게 전달하는 과정의 내용이었다. 그런 구어체가 최소 한 페이지 이상이다. 세계관 안의 주인공에게는 너무나 쉽고 친절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세계관 밖의 독자인 나에게는 불친절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읽는 내내 걱정이 앞섰고, 읽고 나니 막막한 소설이었다. 덮고 나니 '이게 뭐지?' 싶은 생각으로 리뷰의 방향성이 잡히지 않았다.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인물의 감정은 더욱 모르겠다. 뭘 알아야 한 글자라도 적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나름 SF 소설을 좋아해 수시로 작품을 읽기는 했지만 나처럼 SF 초보 수준의 사람들에게는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적어도 중수 이상은 올라가야 작가의 광활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난해하면서도 강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르는 느낌의 독서가 신선했다. 머리와 눈이 싸우는 듯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처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된 듯하다. 어차피 다시 읽는다고 해도 물음표가 떠오를 테니 SF 소설의 경험치가 쌓이고 나면 다시 읽고 싶다는 다짐을 들게 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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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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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살아 있다. / p.46

겁이 많은 성향 때문인지 작은 일에 많이 놀라는 편이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는 도중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 때문에 놀라고, 길을 가던 중 보이는 낙엽을 보고 놀라고,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부르는 부모님의 말씀에 놀란다. 오늘만 해도 잠깐 나왔다 집으로 가던 중 재활용품 정리를 하고 계시는 경비원 아저씨의 인기척에 또 놀랐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참 많이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회사나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인기척에 놀라는 경우다. 이미 사람이 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뒤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표정부터 변한다. 놀라는 모습을 평생 볼 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마 가지고 있는 표정 중 제일 큰 표정일 것이라고 웃는다.

이 책은 레이철 호킨스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부터 줄거리까지 뭔가 묘하게 영화처럼 모습이 그려져 고른 책이다. 뭔가 사람 한 명이 있으면 영화 기생충인 것 같기도 하고, 줄거리를 보니 무슨 사랑에 대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바람 같은 치정극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받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인과 베, 에디라는 세 사람으로 이들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제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인은 손필드라는 부자 동네에서 주거인들의 개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거기에 주거인들의 물건을 하나씩 훔쳐 용돈벌이를 하는 도둑이다. 현재는 능력 하나 없는 남자 친구의 집에 얹혀 살고 있기도 하다. 여느 날처럼 개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에디라는 매력적인 남자를 만난다. 에디는 재력이 있는 남자로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와 전혀 반대의 사람이었다.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리는 제인은 남자 친구의 존재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속인다. 결국 에디와 조금씩 가까워졌고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다.

제인은 개 주인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디가 살인 사건으로 베라는 이름의 부인을 잃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베의 살인 사건에 대한 전말을 듣기도 한다. 베라는 인물은 큰 회사를 가지고 있는 능력 있는 여성으로서 친구인 블랜치와 함께 별장에서 놀던 중 봉변을 당한다. 블랜치는 살해가 된 채 발견이 되었고, 베는 아직 실종 상태이다. 그러면서 블랜치와 베의 관계 역시도 베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읽으면서 살인 사건의 범인보다는 제인, 에디, 베의 심리와 감정에 더욱 몰입이 되었다.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추한 모습의 남자 친구와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자신의 신분에 만족하지 못하는 제인, 누가 봐도 완벽한 외모와 재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뭔가 묘하게 비밀스러운 모습을 가진 에디, 능력 있는 여자인 듯 보이지만 남들이 알 수 없는 과거를 가진 베까지 뭐 하나 드러나는 인물이 없다. 등장 인물들은 너무나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가뭄에 콩이 나듯 하나씩 진실을 말했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거짓이자 비밀로 들렸다. 혼란스러움의 연속이다. 

분위기에 압도되는 매력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마치 나에게 없는 비밀을 손에 쥔 듯한, 에디에게 마치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 읽는 내내 베의 존재를 파헤치려고 하며, 베를 살해한 용의자로 에디를 의심하고, 과거의 잘못과 수치가 드러날까 봐 마음 졸이는 감정까지 느껴졌다. 중반에 이르러 제인이라는 착각까지 들게 했다. 그만큼 묘한 분위기와 감정을 주었던 소설이다.

분위기와 심리에는 크게 가닿는 부분이 있었지만 등장하는 인물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그저 인물들의 추악한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제인이거나 에디이거나, 혹은 베 중 한 명이었다면 나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듯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있기에 그 누구에게도 연민조차 들지 않았다. 물질을 가지고 싶다는 탐욕, 타인을 향한 질투와 시기, 어쩌면 그 이상의 욕망까지도 온전히 느껴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독자보다는 스릴러 특유의 쫄깃한 심리 묘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런 의미로 보았을 때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어서 취향에 맞았다.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들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기에 비밀을 알아가는 마음보다는 비밀이 밝혀져 자신들의 허물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더욱 묘사가 되어 이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세 인물에 대한 비밀이 쌓여 있겠지만 소설을 읽은 바깥 세상의 독자들에게는 그들의 비밀따위는 없다. 책을 덮고 나니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이 떠올랐던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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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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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다. / p.10

이 책은 조예은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심너울 작가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와 배예람 작가님의 <좀비즈 어웨이>, 범유진 작가님의 <아홉수 가위>, 하승민 작가님의 <당신의 신은 얼마>에 이어 다섯 번째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시리즈가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이 소설집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장편 <스노볼 드라이브>를 인상 깊게 읽었고, 주위에서 추천해 주었던 쇼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입하고 읽지는 못했는데 시간이 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도 마찬 가지로 네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초대>는 생선 뼈가 목에 걸린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채원은 어렸을 적 친척 어른들의 강요로 회 한 점을 먹은 이후 생선 뼈가 목에 걸린 느낌을 받는다. 병원에서는 뼈가 없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마다 뼈는 목을 찔러 불편하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 채원은 정현이라는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그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쓰레기 인물이었다. 정현과 트러블이 생겼고, 조사를 통해 알게 된 한 여자의 이름을 운영하는 강좌 명단에서 발견한다.

처음에는 생선 뼈가 의미하는 바가 주인공에게 힘든 일을 할 때마다 찌르는 존재로 생각했다. 육체적 피로부터 시작해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 때마다 오는 반응이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과 다른 존재로 다가왔으며, 회적 문제인 데이트 폭력을 생선 뼈와 연관 지어 수면 위로 올렸다는 게 흥미로웠다. 초점 자체는 성인이 된 채원이의 이야기에 맞춰져 있지만 그것을 떠나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안일함도 어떻게 보면 아동에게 학대이자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소설인 <습지의 사랑>은 습지에 있는 물과 숲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물은 어느 날부터 드러나는 한 형체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용기가 없는 물은 몰래 숨어서 바라만 보게 되었다. 숲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에게 왜 숨어서 보는지 이유를 묻는다. 그렇게 같이 그들만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눈다. 

물과 숲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나가는지, 그리고 독자에게 이해시킬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보게 된 내용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과 숲의 특성을 무엇보다 잘 표현되어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다. 물을 튕기거나 나뭇가지를 던지는 등의 그들만의 관심 표현을 말이다. 여기에서 끝나면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남겠지만 무분별하게 재개발을 하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이 드러나서 마냥 가볍게 받아들일 이야기는 아니었다.

세 번째 소설은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하게 보내던 일요일 주연의 아버지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처음에는 이를 믿지 않았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1차 감염자는 국가 차원에서 모두 사살. 아버지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폭력성의 띄지는 않았다. 정부에 신고하느냐 여부를 두고 어머니와 주연이는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주연의 입장에 서서 공감이 되었던 것인데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돈만 벌어다 주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 자체였다. 심지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알코올 중독자로 보일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원인 때문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지만 말이다. 와닿았던 점은 누가 봐도 미움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주연이의 애정이었다. 분명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정부에서 처리할 수 있게 아버지를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주연은 망설인다. 그게 온전한 마음이 아니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애증이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둔 딸들이라면 주연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은 한 남자와 여자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인물이다. 세호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살해당한다. 그동안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기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세호에게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세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과거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그리고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교 시절 알 수 없는 스토커로부터 시달렸다. 스토커에게 쫓기던 중에 한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 여자에게도 알 수 없는 기회가 주어진다.

가장 강렬했던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세호의 시점과 알 수 없는 여자의 시점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이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움을 알고 읽다가 결말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물론,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였다면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지만 세호의 시선에 따라가다 읽다 보니 그의 고군분투만 느꼈다. 결말이 뭔가 씁쓸하면서도 편안했던, 뭔가 묘한 감정이 소용돌이 쳤던 소설이었다.

이번 시리즈도 성공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은 시리즈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받았던 공감보다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이야깃거리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어두우면서도 우울한 주제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 소설에 묵직한 건더기가 남았던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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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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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삽시다. / p.153

태어나서 사진으로 보았던 이웃이 기억에 남는다. 이웃을 만나게 된 것은 사진첩에서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면서부터이다. 한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의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보인다. 여자 아이는 한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데 앞에 유모차가 있기에 안고 있다는 말보다는 갓난 아이를 살짝 잡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남색 지붕이 있는 집 앞에서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기억에는 없는 사진 한 장. 

사진의 존재에 대해 어머니께 물은 적이 있다. 그 사진의 갓난 아이는 나였다. 어머니께서는 사진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시면서 할아버지와 여자 아이의 안부를 궁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낯선 타지에서 출근한 남편을 기다리면서 내내 갓난 아이를 보는 어머니를 살뜰하게 챙긴 아버지와 같은 분, 여자 아이는 어머니께서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갓난 아이와 놀아 줄 정도로 따뜻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따뜻한 이웃 주민이 있었기에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이다. 여전히 내 기억에는 없지만 그 따스함만은 마음에 오롯이 남은 이웃이다.

이 책은 허지웅 작가님의 이웃에 대한 에세이이다. 지금까지 허지웅 작가님의 에세이를 듣기는 했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다. 심지어 전작이었던 <살고 싶다는 농담>은 집에 있지만 말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께서 부탁해 구매한 작품이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신간 소식을 접한 이후 거꾸로 읽을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들었던 후기가 있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에세이는 크게 여섯 가지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저자가 보았거나 겪은 이웃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갈수록 사회적인 이야기들로 크게 범위가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영화 관련 기자를 했었던 이력처럼 영화 속의 내용 또는 보았던 감정을 현재 또는 감정으로 끌고 나와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고시원에서 만난 이웃과의 일화와 사랑에 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고시원에서 사이가 안 좋은 아저씨가 한 분 계셨다. 트러블이 생기고 말조차도 섞지 않았던 아저씨가 우연히 선풍기를 고치고 있는 저자를 보더니 대신 고쳐 주었다고 한다. 이후로 같이 술까지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하는데 이러한 일화를 통해 사람을 쉽게 판단할 때마다 그 맥가이버 아저씨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사이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떠나보낸 인연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내용은 영화 이창의 이야기와 저자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창이라는 영화는 모험을 직업으로 하는 기자 남자 친구와 상류층의 여자 친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자 친구는 결혼을 바라고 있고, 남자 친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상들을 함께 나누고 싶지만 드레스를 입고 현장으로 나갈 수 없기에 조금 문제가 생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 여자는 모험 관련 책을 읽다가 남자가 잠에 들자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 잡지를 펼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저자는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라는 문장으로 마지막을 맺는데 사랑이라는 게 곧 일방적인 희생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다양한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로 흐뭇해지다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면서 분노가 올랐다. 평택항 사건의 이선호 씨와 정인이 사건으로 마음이 아팠다. 사바사바라는 용어의 어원을 들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참 많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느껴졌던 이야기이다. 동시에 옆에 있는 이웃들이었고, 뉴스나 매체를 통해 보는 그들이었다. 살아가는 현실이어서 더욱 답답했던 부분도 있었다.

절망스러운 사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저자의 따스함은 여전히 느껴졌다. 정인이 사건으로 입양 가족에 대한 시선을 걱정했고, 경비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사건에서도 갑질을 하는 이들에게 같이 분노했으며, 니체의 말을 인용해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숨기려고 급급한 종교 사회에 날카로운 말을 던졌다. 더불어 사는 이웃들을 생각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작가의 말에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나도 동참하고 싶다. 책을 덮고 나니 나부터 최소한의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책을 읽는 독자가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도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기대를 잃지 않았기에 따뜻한 시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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