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신을 보는 것은 애도하는 과정의 이정표이자 흔적이다. / p.132

항상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살지만 근원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산 적은 없었다. 그저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 후회없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주로 했었던 것 같다. 죽음은 늘 갑자기 찾아오고,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젊음과 나이를 맹신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먼 미래로 느껴진다. 아마 지금 나이의 배 이상을 살아야 죽음이 가까이 오지 않을까.

요즈음 본의 아니게 죽음에 대한 도서를 많이 읽게 되는 편이다. 그러면서 조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의 죽음을 생각했다면, 현재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근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또한, 죽음이라는 게 조금은 꺼내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책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책은 헤일리 캠벨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이다. 개인적으로 이름 붙인 죽음에 대한 도서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느껴진다. 그동안 법의학이나 법정신의학 등 법과 관련되어서 사인을 파헤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면 조금 다른 직업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특수청소부나 유품정리사 등의 다양한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이 다양한 직업군이 나오는 책이어서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인 헤일리 캠벨은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익숙하게 생각해 온 사람인 듯하다. 부모님께서 죽음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시지는 않았지만 관련 그림을 그리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교적 익숙하게 봐왔다. 책에서는 아버지께서 그리신 시체 그림을 이면지로 사용해 학교 공부를 했었고, 이를 본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하셨다고 하니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던 저자는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에 종사자들을 찾아간다. 비교적 익숙한 장의사와 책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해부병리전문가부터 조금 새롭게 느껴진 직업 사산 전문 조산사,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등 총 열두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죽음에 대한 의미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저자가 눈앞에서 본 죽음들을 서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가 참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태도이다. 저자는 친구의 죽음과 길가에서 사체로 발견된 동물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가 죽게 되었을 때에는 학교 재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려 시체를 보지 못하도록 하거나 죽음을 신적인 내용으로 포장을 하는 등의 저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보았다. 그런 부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고,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했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아이들의 의견에 존중해 사랑하는 이의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또한, 죽음 자체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뉴스를 포함한 매체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으로 보면 생각보다 죽음을 가까운 곳에서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입장에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 자체에 조금은 익숙해질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는 죽음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저자는 종사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각자 대답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그렇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니 죽음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익숙하면서도 무뎌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알면서도 놀라웠다. 

많은 종사자의 이야기 중에서도 사형 집행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사형 집행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형을 할 때에도 사인이 살인으로 기재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형 집행인은 이러한 일은 신이 시키신 일이며,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일에 대한 결과가 곧 죽음이기에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의 반박이나 죄책감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저자가 느낀 것처럼 읽는 내내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부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돕기 위해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종사자들과 죽은 사람들에게도 예의와 기본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사람을 살리거나 돕기 위한다면 경찰과 소방관, 간호사와 의사 등 조금이나마 직접적으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죽은 사람들을 연구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게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그리고 금기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에세이로 분류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읽어야 온전히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재독이 필요할 것 같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생보다는 사에 익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과 생사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