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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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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 p.11
덕질 경력 20 년차가 넘다 보니 참 많은 아이돌을 좋아했다. 가장 먼저 좋아했던 가수는 힐리스를 탄 세븐이라는 가수였고, 음반을 구매하면서 조금 더 깊이 좋아했던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여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에이핑크를 가장 먼저 좋아했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어린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눈으로만 볼 뿐이다.
과거에 좋아했던 아이돌은 여전히 호감을 가지고 보는 편인데 남자 아이돌 가수 중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조규현 님을, 여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에이핑크의 정은지 님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체력이 되지 않아 콘서트에 가지는 않지만 늘 애정을 가지고 방구석에서 노래를 듣고, 드라마나 유튜브와 예능을 챙겨서 보고 있다. 여전히 그들은 나의 아이돌이다.
이 책은 김지현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덕질과 관련된 소설이어서 관심이 갔다. 아무래도 덕질로 청춘을 보냈던 경험이 있기에 많은 공감이 될 것 같았다. 거기에 출판사 인스타그램 이벤트가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당첨이 되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덕질 이야기는 나에게 참새의 방앗간과 같은 존재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정원은 에이세븐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 트위터나 자체 컨텐츠를 보면서 설레는 여고생이기도 하다. 정원에게는 자신의 마음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달이라는 친구가 있다. 달이는 덕질로 이어진 친구이며, 트위터 메시지로 교류한다. 학교 친구인 혜수와 주원에게도 터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달이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터놓는 정원이다. 그러다 달이가 갑자기 트위터 계정을 없앴다. 달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정원이는 깊은 상실에 빠진다. 그러던 중 같은 학교 세 명의 친구들이 정원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처음에는 정원이 에이세븐의 팬이라는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거나 같은 팬인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워낙에 유명한 아이돌을 좋아했기에 한 반에 여러 명의 팬인 친구들이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학교 친구들과는 대학이나 미래의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당시 팬카페의 친구들과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창피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정원이의 행동과 감정이 이해되는 차원을 넘어서 감정이 이입되었다.
그러다 덕질이 아닌 정원의 마음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정원이는 뭔가 사람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존재와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알고 싶은 욕구도 강하다. 정원이는 혜수에게도 에이세븐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혜수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지만 뭔가 모르게 벽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람을 좋아하면서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였다면 벽을 깨고자 노력했거나 자신의 관심사로 소통을 했을 텐데 정원이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내향적인 성향과 알아 가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는 정원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원이의 방법대로 혜수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 깊게 그려졌다. 그러한 맥락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진 정원이를 보면서 자아존중감을 떠올렸다.
또한, 어른이 되면 당당하게 좋아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길에 양복을 입은 어른들을 보면서 무심코 그 나이에는 덕질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내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삼십이 넘은 나이에도 대상이 바뀌었을 뿐 무언가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정원이에게 진심 어린 말들을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학생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던 상담 선생님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어른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서점 사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짧은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청소년이 주요 타겟이어서 술술 읽힐 수 있었다. 아마 덕질로 청춘을 보낸 어른들 또는 소속감을 깊이 생각했던 적이 있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이 되었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청소년기의 특징이 참 잘 드러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 여행을 가는 것과 동시에 청소년기에 소속감 자체가 주는 무게감, 한 아이의 성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