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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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의 '대리인'. / p.31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버디버디를,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싸이월드를, 현재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또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얼굴을 보는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얼굴을 모르는 친구들과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초면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이다. 

얼굴도 안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주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친한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할 이야기들을 쉽게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벅찬 감정이거나 주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개인적인 문제들이 그렇다. 관심사 분야에서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짚어 줄 때마다 인간관계는 물리적 거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은 가토 시게아키의 장편 소설이다. 소재가 참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의 학생판이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에는 같은 또래들만 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메신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마음에 대한 공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처럼 청소년 시기로 돌아가 추억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 가장 큰 주제는 얼터네이트라는 메신저이다. 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서로 커넥트가 되면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유전자 매칭 기능을 도입해 비슷한 성향의 동년배를 만날 수 있다.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루루, 얼터네이트를 맹신하는 나즈, 얼터네이트를 사용할 수 없는 나오시라는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세 명의 각자 입장들이 이해가 되었다. 악성 댓글에 대한 트라우마로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루루의 두려움, 운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즈의 믿음, 같은 꿈을 꾸었던 친구를 만나고 싶은 나오시의 그리움까지 말이다. 인물이 안타까움을 느꼈을 때에는 나 역시 마음이 저릿했고, 실망감을 느꼈을 때에는 나 역시도 얼터네이트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마음과 동일시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즈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인상적이었다. 나즈는 얼터네이트에 맹신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유전자 매칭 기능을 활용해 자신과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이는 남학생을 만난다. 기대를 가지고 만났지만 후줄근한 옷차림새에 약간은 예의가 없다고 느낄 정도의 태도에 실망한다. 남학생은 나즈에게 호감을 표시했지만 나즈는 그렇지 않았다. 이 남학생과 유전자 일치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신뢰마저 떨어지는데 이러한 마음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우선, 아무리 많은 정보를 입력한다고 하더라도 90 퍼센트가 넘는 일치율을 어떻게 애플리케이션이 장담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중반에 이르러 읽을수록 얼터네이트보다는 세 명의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깊이 와닿았다. 특히,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리대회에 도전하는 이루루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나즈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쿄로 상경해 드럼을 치고자 노력하는 나오시의 열정은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무언가에 미쳐 열정을 분출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지만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일본 소설이라는 특성상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과거를 소환하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얼터네이트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느껴졌기에 꿈을 가진 청소년 시기의 꿈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처럼 보였다. 마치 지금 시기에 청소년들을 보았을 때의 엄마 미소처럼 웃으면서 읽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흐뭇함을 느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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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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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조력자 같은 거지. / p.185

사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시한부의 삶을 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늘의 뜻에 맡기면서 이것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스스로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느꼈다.

지구 멸망에 대한 기사를 보고 죽기 싫다고 울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전에 리뷰를 통해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생각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진시황 수준의 장수 식품을 챙겨서 먹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영양제는 이십 대 초반부터 꼬박꼬박 챙겨서 먹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버릇은 조금씩 고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금주를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하니 누구보다 삶에 미련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저우다신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를 보자마자 뭔가 고풍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선을 끌었다.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여서 눈길이 갔지만 줄거리를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을 소설로 어떻게 풀어낼까. 개인적으로도 깊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읽고 싶었다. 무엇보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샤오양이라는 여자로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남자 친구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남자 친구의 시험 뒷바라지와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구직을 하던 중 우연히 한 할아버지의 간병 모집을 보았다. 고민했지만 베이징이라는 대도시의 일자리이기도 하고, 나름 만족스러운 월급이었기에 간병인으로서 취업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은 까탈스러운 샤오 할아버지를 만난다.

샤오 할아버지는 초반에 샤오양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간병 자체를 싫어하는 듯했다. 늙은이라는 호칭을 싫어하며,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전직 판사로 조금 보수적인 면도 있었다. 변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 무엇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샤오양은 이런 샤오 할아버지의 마음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챙기기 시작했으며, 그런 모습에 샤오 할아버지는 마음을 연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래 살 수 있다는 체험이나 약품 등을 사다가 나르면서 장수할 것이라고 굳건히 믿는다. 이야기는 이렇게 샤오 할아버지와 샤오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첫 번째는 영원을 생각하는 인간의 욕구이다. 샤오 할아버지는 장수 회관을 찾아가 페이 대사를 만나 몸에서 십 년 이상의 생명을 연장하고, 장수를 위한 약을 구매해 또 몇 년의 삶을 더 살겠다고 노력한다. 그것도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또한, 결혼에 대한 욕구도 강해 새로운 여성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우기도 한다. 보는 내내 진시황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불로장생에 대한 샤오 할아버지의 마음이 공감이 되면서도 중반에 이르러 점점 세월과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두 번째는 가족보다 남이 낫다는 점이었다. 사실 샤오 할아버지의 딸인 신신이라는 인물이 배신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남이었던 다른 누군가는 샤오 할아버지에게 안 좋은 일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양은 누구보다 극진히 샤오 할아버지를 모신다. 불편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에는 좋은 말로 감정을 풀어주었고, 항상 샤오 할아버지의 기저질환을 생각해 이를 조심했으며, 간호 전공자라는 특기를 살려 위급한 순간에 샤오 할아버지를 구하기도 했다. 샤오 할아버지는 그런 샤오양의 진심을 알게 된 이후로 마음으로 낳은 딸처럼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 중반에 이르러 샤오양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었고, 여자가 아닌 딸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기도 한다. 이는 피보다 물이 더 진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했다. 

읽는 내내 인물들의 모습에 가슴이 저릿하다가 샤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조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나아가 부모님의 가까운 미래까지 생각하니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묵직하게 와닿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임에도 이야기에 몰입되어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들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물론, 문화 차이로 조금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서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내내 푹 빠져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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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매번 불행을 선택할까
뤄진웨 지음, 이효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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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기를 바라면서도 변화가 두렵다. / p.164

몇 년 전 친한 선배와 행복에 대해 나누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태어나서 행복을 느낀 적이 없고, 아직까지도 행복하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너무 무난하고도 평탄한 삶을 살아왔기에 당시에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말이 공감이 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심정을 말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선배는 그때 당시에 내가 했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지금은 행복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고 하는데 만족스러움을 많이 느끼기는 하지만 그게 곧 행복인지 잘 모르겠다. 대체 행복한 감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행복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뤄진웨의 심리학 도서이다. 스스로 불행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제목에 눈길이 끌렸다. 굳이 고르자면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서의 불안함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분야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심리 상담 관련 도서이면서 나의 오랜 물음인 행복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애정결핍과 인정 욕구, 무감각 등의 심리적 문제를 내담자와 지인들의 사례로 찾아가면서 원인과 해결 방법을 실질적으로 제시해 주는 형태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내담자의 고민들이 곧 나의 고민과 이어져 있다는 측면에서 읽는 내내 하나하나 공감이 되었고,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는 이제 막 책을 완독한 시점이다 보니 행동적인 면보다는 심리적으로 받은 도움이겠지만 말이다.

두 가지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첫 번째는 행복력에 대한 개념이었다. 그 중에서도 행복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네 가지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총 4 단계를 제시했다. 인지력, 감수성, 감지력, 수용력 개념이었다. 인지력은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감수성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주는 것, 감지력은 자신 자체를 인정해 주는 것, 수용력은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마음을 기울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었지만 내면보다는 외면의 이야기에 휘둘릴 때가 많다 보니 와닿을 때가 없었다. 보다 자세하게 그리고 쉽게 설명해 주어서 좋았다. 다시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중심 특질이라는 개념이었다. 자신이 마음속에 의지할 수 있는 안정되고 견고하는 것이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중심 특질이라고 하는데 이를 가진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반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린다거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안일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예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스스로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중심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이를 찔러 주는 듯한 내용이어서 가장 와닿았다.

책에서는 과거가 안 좋으면 잊고 현재에 집중하라거나 무조건 치고 나가야 한다는 식의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부모님의 양육 환경으로부터 과거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주는 식의 내용은 큰 위안이 되었다. 가끔 과거에 받았던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힘들 때가 많은데 마치 해결 방향을 찾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주변 사람들보다는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은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읽는 내내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도 행복이라는 게 거창하면서도 알 수 없는 미로처럼 느껴진다.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확답은 내려주지 않지만 행복력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방향을 배울 수 있기에 적어도 이렇게 실천하다 보면, 또 스스로에게 집중하다 보면 미약하게나마 행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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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김윤정 옮김, 사토 마사루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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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배우는 것에는 매우 큰 의의가 있다. / p.4

그동안 대한민국 역사에는 관심을 가지고 배우거나 또 관련 도서를 읽었지만 세계사는 경시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표현한 책도 읽지 않을 정도이니 그것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되지 않을까.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세계사를 그리스 로마 신화로 세계사를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까지 장난으로 돌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사토 마사루의 세계사에 대한 도서이다. 최근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지만 다른 분야의 역사들은 아직까지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해외 고전의 경우에는 세계사 배경을 알아야 문화와 인물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세계사를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 도서를 알게 되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사의 인물 365 명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첫 장에는 하루에 한 장씩 체크할 수 있도록 리스트가 있으며, 시대별로 목차를 나누어 1 번부터 순서대로 한 장에서 두 장까지 기술되어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피타고라스를 비롯해 익히 들었던 소크라테스, 한니발과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인물까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을 쌓기에 좋았다. 그러나 익숙한 인물이어도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읽으면서 어렵게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상식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클레오파트라와 뜨거운 사랑을 했던 카이사르라는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미녀로 유명했기에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상대였던 카이사르는 이 책으로 처음 접했던 인물이었다. 사실 서로에게는 어떻게 보면 불륜 상대이겠지만 말이다. 기억에 남는 점은 인물보다 인물이 했던 명언이 더 유명하다는 사실이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명언을 너무 익숙하게 들었고, 가끔 부딪힐 때마다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는데 카이사르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이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인물 관련 도서 목록이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발자취를 남긴 한 인물을 한 장에 모든 서사를 담기에는 부족할 텐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단에 관련 도서 정보가 실려 있다. 카이사르, 알렉산더 대왕, 카를 8 세 등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생겼던 인물에 대해 도서를 참고해서 읽을 예정이다.

두 번째는 인물 번호와 분류이다. 365 명의 인물을 다루다 보니 이 사람이 과연 어느 시대의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두 가지의 분류를 사용해 나누었다. 거기에 인물마다 번호가 있어 필요한 인물만 쉽게 찾아서 읽을 수 있었다. 시대와 업적을 남긴 분야인데 한번에 쭉 읽는 것도 좋지만 관심이 있는 분야나 익숙한 분야를 골라서 읽는 것도 추천한다. 리뷰를 남기기 위해 처음부터 읽었지만 재독을 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매일 한 장씩 읽는 방법으로, 다른 하나는 관심 있는 분야부터 골라서 읽는 방법을 활용해 독서를 즐길 예정이기도 하다.

세계사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를 배려하는 책이어서 첫 입문을 이 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한번에 365 명의 역사를 알게 되어 조금은 내용이 섞이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정독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세계사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앞으로 나의 책 사골이 되어 함께 오래오래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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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지음 / 냉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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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 좋은 인생이겠군요. / p.252

학교 다닐 때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유행을 조금 늦게 타는 편이어서 누가 봐도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당시에 유행했던 MP3 플레이어보다는 CD로 돌아가는 CD 플레이어를 더 선호했으며, 김광석 님이나 유재하 님의 노래를 참 좋아했었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는 영스트리트라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혼자 실실 웃었다. 조금은 과거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을 보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딱 중간에 선 사람인 듯하다. 동영상이나 사진 편집에 관심이 있다거나 새로운 문물을 빠르게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봐서는 그래도 디지털 세대로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 매체보다는 독서를 즐기고, TV 프로그램보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선호하다 보니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는 젊은 사람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낭만적이라고 칭찬해 주시지만 솔직히 가끔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것에 대해 혼란스럽다.

이 책은 김쿠만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요즈음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과거 유행을 현대 방식으로 맞게 재구성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과연 소설 안의 인물들은 어떻게 레트로를 즐기고 있을까. 

표제작인 <레트로 마니아>를 포함해 여덟 편의 소설과 해설이 실려 있다. 솔직히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들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요즈음 신조어인 '돌+I'로 표현될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법을 어긴다거나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아닌데 주변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흔들게 될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나 문체, 호불호를 떠나 인물 자체로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지점이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는데 개인적으로 <레트로 마니아>와 <제임슨의 두 번째 주인>이라는 단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레트로 마니아>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과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게임기가 있는 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주인은 한국 사람이지만 시게루 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레트로 게임기를 수집하기도 하고, 가게에서 죽치고 앉아서 게임을 하는 등 그야말로 레트로 게임 광이었다.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조금은 이상하다. 꽤나 가방끈이 긴 손님은 주인과 싸우는 게임을 하다가 얻어 맞았고, 청소년 손님은 게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맞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제임슨의 두 번째 주인>은 제임슨이라는 술집 주인과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이다. 제임슨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누가 봐도 한국 사람이지만 자신은 아일랜드계 한국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자는 안 교수라는 사람과의 회식에서 남은 최종 2인 중 한 사람으로 제임슨을 알게 되고, 거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일을 하게 된 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술집을 이어받아 운영한 화자는 전 주인이 된 제임슨으로부터 손님들의 정보를 받는데 <레트로 마니아>의 손님들처럼 이상하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치색이나 성 정체성까지 기재가 되어 있으며, 방문하는 손님들 중에서는 JAMESON을 자매손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두 편의 소설 모두 소설의 방향을 흔들만한 큰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면서 한국인 답지 않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 돈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니아라고 불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들과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두 아르바이트생, 진상이면서 아닌 것 같은 손님들까지 처음에는 이들이 어이가 없어서 웃겼고,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공감이 되어서 웃겼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심지어 다른 소설에 이름이 보일 때면 반가웠다.

거기다 중간에 건조한 유머도 웃긴 포인트에 한몫했다. 목사님께서 요한계시록으로 설교를 했다는 말에 자신이 순순히 믿는 주님은 맥주밖에 없다는 대답, 아일랜드인이라면 주근깨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물음에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응수하는 말 등이 그랬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크한 유머가 딱 취향에 맞았다.

읽는 내내 웃으면서 가볍게 읽다가 해설을 보면서 소설의 무거움이 확 느껴졌던 것 같다. 사실 이상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기에 작가의 의도나 소설에 담긴 반영적인 부분을 읽지 못했는데 해설이 딱 그 지점을 꼬집어 주었다. 그제서야 어둡고도 냉혹한 현실과 인물들의 무기력함이 보였다. 어떤 화자는 소설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으며, 또 안 교수라는 인물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기저기 쫓기고 있다. 오죽하면 <장우산이 드리운 주일>에서는 아예 대놓고 비와 멸망을 기다리겠는가. 

인물들이 살아가는 현재를 보고 있으니 어쩌면 특별하고도 특이한 게 가장 평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지칭했었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묘하게 마무리는 위로가 되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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