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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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시자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 p.278

요즈음 영상화로 구현될 소설에 눈길이 가게 된다. 과거에는 모르고 읽었던 소설이 영상화 확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면 최근에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홍보 문구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는다. 소설과 영상에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새록새록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서 읽는 게 좋다.

이뿐만 아니라 나름 스토리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영상을 구현하는데 이러한 재미도 있다. 흔히 가상 개스팅이라는 표현으로 SNS에서도 많이 회자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캐스팅이 된 배우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대할 때가 더 크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때 생각했던 주인공의 이미지와 배우가 조금 다르기도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배우는 역시 직업이라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그만큼 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엠마 도노휴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있지만 가끔 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전 세계로 히트를 쳤던 한국 드라마도 보지 않았을 정도인데 뭔가 묘하게 눈길이 갔던 작품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고, 줄거리만 보았을 때 영상화로 구현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기 전 원작 소설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소설은 애나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애나는 주님의 성수만 먹는 아이로 추앙을 받는 존재이다.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이슈가 되는 듯한데 애나가 살고 있는 곳에 나이팅게일의 가르침을 받은 리브라는 간호사가 온다. 리브는 수녀원 수녀와 함께 교대하면서 애나가 실제로 음식을 먹는지 감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처음에 리브는 사기극이라는 추리를 하면서 애나를 열정적으로 감시한다. 증명하려는 목적으로 일하던 리브는 점차 애나에게 빠져들면서 이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온전히 리브의 입장에서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역시 리브처럼 한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가족에 대한 사기극이라고 짐작했었다. 우선 성장기의 아이가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을 버틴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에 표현된 애나는 너무나 건강한 소녀였다. 리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보통 며칠 굶으면 말할 힘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모르는 사이에 영양분을 공급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대로 근무하는 수녀가 있을 시간에 말이다.

그렇게 의심의 씨앗으로 읽게 된 이야기는 중반에 이르러 완전히 생각을 바꾸게 된다. 물론, 이 역시도 리브의 감정적인 흐름과 비슷했다. 중반에 알게 된 애나 가족의 이야기와 더불어 종교라는 큰 벽이 참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마 리브가 일에서 시작해 일로서 끝내고자 하는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갔더라면 애나의 상황에 마음을 쓸 일이 없었을 텐데 점차 애나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면서 이성과 감정 사이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야기에 빠져든 나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종교에 대한 문제이다. 소설은 많은 것들이 종교와 이어져 있다. 주님의 성수를 먹고도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이면서 종교인들의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했고, 애나가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단식을 이어가는 이유 또한 주님의 뜻이었다. 종교가 없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그릇된 신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브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종교가 다르기에 조금이나마 이성적인 시각으로 애나의 건강을 살폈다. 물론, 감정을 앞세울 때 리브를 붙잡게 만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종교가 주는 신뢰에 대한 무서움도 간접적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한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무서웠다.

두 번째는 가족이 가진 가치관의 문제이다. 크게 보면 종교와 연관이 되겠지만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다. 애나의 가정사로 하나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하는 가족들의 태도 역시도 의문이었다. 사람 위에 그 무엇도 없다는 입장이기에 더욱 부정적인 시선으로 읽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동 학대라는 느낌까지 받았다. 다른 이들이 멀쩡하게 보인다고 했을 때에도 애나의 상태를 보았다면 이를 말렸어야 했다. 또한, 애나의 말을 믿었어야 했다. 그러나 부모라는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점점 자녀가 스스로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세 번째는 리브의 양가감정이다. 어떻게 보면 딜레마이기도 할 텐데 리브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처음에 리브는 감시의 목적으로 누구보다 객관적인 증거를 남겼다. 매일 애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음식을 먹는지 감시한다. 간호사라기보다는 감시인에 더욱 가까운 듯해 보였는데 애나에게 마음이 간 이후로부터 리브는 간호사의 입장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였다. 나름의 의학적인 지식에 의거해 애나를 설득하고, 의사에게 애나에 대한 몸 상태를 전달한다. 나중에 이르러서는 기적을 지키기 위해 못본 척하는 어른들의 신념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도 리브에게 이러한 점을 경고하는데 그게 더욱 리브에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리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본분을 저버리지 않은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책을 덮으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특히, 후반에 이르러 애나가 금식을 하는 새로운 이유가 발견되면서 더욱 감정적으로 와닿았다. 어린 아이를 희생으로 삼아 종교의 가치관을 견고히 하려는 어른들의 그릇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조건 종교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몰상식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보도를 통해 이런 일들을 종종 접한다. 또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느꼈을 모태신앙이 아동 학대로 회자되고 있는 것도 소설을 읽으면서 깊이 논의할 문제라고 느껴졌다.

조만간 넷플릭스로 이 영화를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활자로 읽는 스토리 자체가 무겁게 와닿았기에 영상으로 구현되는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단순하게 종교적인 문제로 읽었던 책이었으나, 더 나아가 아동 학대의 문제까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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