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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할 권리
아미아 스리니바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혼자 있기를 바란다고 해서 비뚤어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p.169
독서를 하면서 그동안 읽지 않았던 분야를 조금씩 읽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다. 매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페미니즘이 하나의 이슈가 되고 또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나 논쟁이 벌어지는데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인터넷에서 퍼지는 일부의 의견만 듣고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반대로 맹신을 하게 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책으로나마 관련 지식을 쌓고 있다.
이 책은 아미아 스리니바산의 페미니즘 도서이다. 사실 제목부터가 조금 강렬하면서도 충격적이라고 느껴졌다. 약간 보수적이면서도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섹스라는 말이 그렇게 외설적인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금기로 여겼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 책은 '누가 남성을 음해하는가'에서부터 시작해 포르노, 섹스, 욕망, 청소년의 성관계, 섹스와 자본주의 등 섹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섹스에 대한 환상, 성행위에서 발견되는 가부장적 사회 등에 대해 철학적인 이야기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깨우침을 주었고, 논쟁과 고민점은 스스로 정립하거나 방향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섹스와 페미니즘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포르노를 말한다'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말하는 야동을 검색하기만 해도 많은 양의 성관계 동영상과 매체들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남자 아이들로부터 듣기도 했었고, 친구들끼리도 포르노에 대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포르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가장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동안 포르노는 외설적이면서도 유해하다고 생각을 해오다 독서 모임의 첫 선정 도서를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관계 자체가 남성의 환상에 초점을 맞추어 영상을 제작하기에 여성의 권리 쟁취를 방해하는 요인으로서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책에서도 포르노 영상에서는 남자의 욕구에 맞게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성관계가 아닌 항문을 이용하는 등의 성관계를 말이다. 포르노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단체에서의 이야기들은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 의견에 동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르노에 대한 시각을 비교적 다양하게 비추어서 그것도 좋았지만 가장 머리를 때리는 부분은 요즈음 세대와 포르노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저자의 수업을 듣는 한 여학생이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포르노를 보고 나니 감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포르노를 볼 수 없고, 성인이 되어서야 접한다고는 하지만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아이들이 성교육이 아닌 포르노를 통해 정상적인 성관계를 배우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그런 면에서 포르노가 교육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성교육의 중요성과 포르노에 대한 왜곡된 성관계 등을 조금 진지하고도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미국에서 무차별적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아시아계 남성들의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성에 대한 편견을 다루기도 한다. '아시아 여성들은 백인 남성을 더욱 매력적으로 평가하며, 아시아 남성들은 성적으로 꼴리지 않는다.'를 비롯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편견 등이 그렇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성적인 꼴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언급했던 것처럼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의 첫 도서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저자인 페미니즘 도서였고, 여성, 인종, 계급이라는 페미니즘 도서도 읽었지만 사실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페미니즘 도서를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사람으로서 재미있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졌다. 페미니즘 용어라든지 미국 사회나 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 비해 이 책은 아시아계의 사람들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이해가 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부끄러워했었던 섹스라는 행위에 대해 여성으로서 또는 성욕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두 사람이 단순하게 육체적 결합으로 나누는 행위가 아닌 이 행위 안에 정치와 사랑, 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이렇게 쭉 완독을 했지만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회와 타이밍으로 이번 독서 모임 도서로 선정이 되었기에 빠른 시일에 다시 재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