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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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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먹으면 어떻게든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 p.23
가족이 함께 떠난 첫 해외 여행지는 일본의 오키나와였다. 당시 부모님과 나, 세 살의 첫째 조카, 육 개월 정도의 둘째 조카, 동생, 제부까지 어른 다섯 명에 아이 두 명이 함께 떠난 첫 해외 여행이었다. 동생은 어렸을 때 친구와 해외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었고, 당시 나는 친구들과 거의 매년마다 비행기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은 거의 내 손으로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쉬움이 가득 남은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데리고 다닌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정보 자체가 조금 부족했었고, 부모님의 취향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 오키나와의 유명한 곳을 최대한 담아서 계획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에 한 곳 정도 보는 선에서 끝나게 되었다. 동생 내외는 만족했지만 부모님과 나는 내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그 따뜻함과 바다 풍경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인상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우메마 요코의 에세이이다. 오키나와의 이야기라는 점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쉬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여행지였으며, 기회가 된다면 혼자라도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지이기에 가장 궁금했다. 경험했던 오키나와의 풍경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다.
읽다 보니 생각과는 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어린 딸을 키우고 있으며,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약자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들이 실렸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일본의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라는 지역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호스트바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단식투쟁을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과거 여자 친구를 원조교제 알선을 했던 남자 친구였는데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오키나와를 떠나 도쿄로 갔다고 한다. 그 남자를 취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남자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말하면서부터 피해자가 또 누군가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성매매 현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터라 과거의 학대 피해자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된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안타까움을 들지만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후자는 현민 투표로 정할 예정이었던 어떠한 사안을 엎어버리면서 남자가 단식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할 정부라는 곳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이를 뒤집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익이 아닌 모두를 위해 생명을 걸고 단식 투쟁을 벌이는 남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딸은 남자를 걱정하면서 먹을 것을 건넸지만 남자와 저자의 설명으로 돈을 주었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딸이 납득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서 거절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결국 의사의 권고에 따라 105시간만에 단식 투쟁을 중단했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나아갈 것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처음에는 오키나와의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로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오키나와의 환상이나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이슈나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진중한 에세이처럼 읽혀졌다. 사회적 약자나 차별을 받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