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낯선 사람 - 화제의 웹드라마 픽고 대본 에세이
이민지.고낙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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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들은 내 솔직한 모습 싫어하잖아. /p.245

예전에는 텔레비전으로 드라마와 예능을 보았다면 최근에는 OTT로 보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듯 OTT나 유튜브에서만 독점으로 방영하는 드라마도 많아지고 있다. 짧은 시간만 투자하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가끔 킬링타임용으로 보게 될 때가 있다. 나름 재미있는 컨텐츠가 많다.

이 책은 픽고 대본 에세이이다. 웹드라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무래도 OTT에서 하는 독점 드라마에 가깝다 보니 웹드라마는 그렇게 볼 일이 없었다. 그러나 요즈음 예능을 짧은 시간으로 편집해 올린 컨텐츠를 즐겨 보게 되어서 웹드라마도 가끔 알고리즘으로 뜬다. 그렇게 알게 된 드라마가 픽고였다. 나름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본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생인 남녀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큰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감정과 주위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자존감이 낮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거나 을의 연애를 자처하는 소현이라는 캐릭터부터 이를 좋아하는 친구 우식, 소현의 남자 친구로서 조금은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듯한 정우, 이성 친구가 더 많은 민아, 이성에게 여우같은 행동을 하는 혁, 진지한 성향의 현수 등 이들은 모두 대학교 선후배 또는 동기 사이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인물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우선, 우영이와 현수다. 둘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우영은 그렇게 비중이 있는 인물은 아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의 특징에서 처음 등장해 가끔 잊을만 하면 나온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많은 선후배들이 모인 장소에서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라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보라 역시도 내향적인 인물이지만 가면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둘에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기에 우영 역시도 보라에게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보라가 우영에게 생각보다 말이 많다는 말을 해 주었던 부분을 읽으면서 그렇게 말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고 말하던 내 주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현수는 재미없는 개그를 많이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매사에 진지한 면이 있어서 그러한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현수에게 동질감을 얻었던 부분은 계획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다. 이는 극한의 효율충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드러난다. 친구인 혁과 정우, 현수 이렇게 세 명은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데 시간에 따라 리스트를 정리해 계획하는 현수와 달리 혁과 정우는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여행 당일이 되자 두 친구는 늦잠을 핑계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미 기분이 상한 현수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두 친구를 따라 무계획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떠난 여행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현수는 그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극한의 효율이라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현수는 약간 극단적으로 분 단위로 정하는 듯한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하는 일에 대해 시간 단위로 계획하는 습관이 있어 현수에 감정이 이입되었다. 혁과 정우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유연성이라는 게 큰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안정성이 더 좋은 것 같다.

세 번째 인물은 우식이다. 우식이는 참 닮고 싶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보았다. 특히, 다른 인물들에게 조언을 던진다는 점이 참 좋게 보였다. 소현에게 차이고 난 후 아무렇지 않게 소현을 뒷담화하는 정우를 보면서 우식은 없어 보인다는 촌철살인을 날린다. 물론, 친구인 소현이 남자 친구와 힘든 을의 연애를 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는 점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그밖에도 남자를 너무 좋아하는 민아를 비롯한 선배들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 류의 솔직한 말들을 던진다. 하고 싶은 말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툭 하고 뱉을 수 있는 당당한 매력이 참 부러웠다.

아무래도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귀여운 아이들의 생활로 읽혀졌던 것 같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면, 아니 이십 대 초반의 청춘이라면 누구나 했을 연애 주도권에 대한 고민,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고민들이 너무나 잘 녹아 있어 과거의 나를 소환했던 드라마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자기중심적인 사람, 친한 친구가 없는 사람, 돈 걱정 없이 산 사람 등 주변에 있을 수 있거나 겪은 사람들의 특징을 너무나 잘 보여 주기도 했다. 그 점이 재미있으면서 흥미롭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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