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 필독서 50 -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 센시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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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그리스어로 사랑과 지혜가 합쳐진 말이다. / p.10

철학은 늘 어렵다. 뭔가 깊이 이해하고 싶어도 지식과 내면이 그만큼 닿지 못하다 보니 머리로만 인식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친해지고 싶지만 다가가기 힘든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면 그게 가장 정확할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과 사회학, 심리학 도서는 늘 읽고 다녔기에 적어도 이십 년 이상은 읽었다고 자부할 텐데 그만큼 깊이보다는 넓이만 더욱 커진 느낌이 든다.

이 책은 톰 버틀러 보던의 철학 도서이다. 요즈음 읽는 철학 장르의 책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내용만 좋으면 다 읽었던 과거의 습관이었다면 지금은 가치관과 비슷한 철학자를 찾는 느낌으로 책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철학 도서를 고르던 중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르게 된 책이다. 

공자와 아리스토 텔레스 등 이름을 익숙히 알고 있는 고전 철학자부터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마이크 센델,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오십 명의 철학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철학자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한나 아렌트와 에피쿠로스, 프랭크퍼트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한나 아렌트는 전에 읽었던 평전으로 알게 된 철학자인데 그때도 철학 자체가 기억에 남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구분한다. 또한, 용서를 높은 차원으로 인식해 인간이 가진 창조적 행위로 해석했다는 내용과 사랑을 통해 공적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은 새로우면서도 마음에 남았다. 

에피쿠로스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던 철학자이다. '서간집'이라는 책으로 설명이 되는데 철학 자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에피쿠로스는 간소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 우정과 자연을 즐기면서 최소한의 수요가 충족된다면 이에 만족하는 것을 추구했다. 또한, 사유의 쾌락을 더 높이 평가했었는데 현재의 삶을 만족하고 행복을 얻는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불안을 가지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랭크퍼트는 비교적 최근의 철학자인 듯하다. 개소리가 주제여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이었다. 거짓말과 개소리는 다르다고 정의한다. 개소리는 의도적으로 오해를 사게 만들지만 대놓고 속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허풍과 비슷하다는 게 조금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개소리와 거짓말의 차이점을 크게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자신을 조금이나마 포장하는 의도로 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다양한 철학들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웠지만 가장 좋았던 책 구성은 각 철학자의 이야기 밑에 추천 도서와 더 알아 보기가 실린 점이었다. 아무래도 개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매력적인 철학자의 내용의 경우에는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검색이나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리뷰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게 되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치관에 맞는 철학자만 뽑아서 재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으로 오십 명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철학과 가까이 하고 싶지만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철학을 세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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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저택의 비밀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2
해리에트 애쉬브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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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건 만날 때까지 참아주시죠. / p.13

어렸을 때부터 고전 추리 소설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특히, 동양이 아닌 서양 작가의 경우에는 더욱 거리를 두었다.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포함한 서양 추리 작가들의 소설에 매력을 느끼고 권하기까지 했지만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읽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생일 선물로 받았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작품만 그것도 겨우 완독을 했었지만 이후로도 고전 추리 소설에는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리뷰를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조금 힘들다. 일본 작가의 경우에는 계속 읽다 보니 흥미를 느껴 골라서 보고 있는 편이다. 서양의 추리 소설은 거의 현대 작품들로 수렴이 되었다. 아마도 지금 시기의 정서나 문화, 분위기 등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선호하게 되는 듯하다. 

이 책은 해리에트 애쉬브룩의 장편 소설이다. 그동안 클래식이라고 일컫는 고전 추리 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탓에 고르게 된 책이다. 추리 소설을 이제 맛을 들이고 있는 독자로서 이 정도 읽었으니 고전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페이지 수도 다른 고전 추리 소설에 비해 얇은 편이기도 하고, 제목부터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서양 고전 추리 소설의 나름 입문작으로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스파이크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버몬트 시골 동네에서 차가 고장이 난 상황에서 지나가는 질이라는 여성에게 무언가를 묻는다. 단순하게 차를 고치기 위한 질문을 던졌는데 질은 스파이크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더니 집으로 데리고 간다. 차는 헨리라는 자신의 정비사가 고쳐 줄 것이라면서 말이다. 스파이크는 매혹적인 질에게 끌려 집으로 향한다. 질은 샤론 저택에서 살고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샤론 박사와 자매인 메리, 가정부와 샤론의 간호사 등이 거주했다. 질은 고장난 차의 부품 조달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테니 자고 가라고 권유한다.

스파이크가 샤론 저택에 머물던 중 벌어진 샤론 박사의 살인 사건으로 소설은 절정에 이른다. 아마추어 탐정인 스파이크와 보안관은 거주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을 탐색하고, 시체와 집을 관찰하면서 샤론 박사를 살해한 인물을 찾아 나선다. 가정부와 간호사, 질과 메리, 의사 선생님 등 주변 인물은 하나같이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으며, 무언가 숨기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거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건이 난항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스파이크의 추리 능력과 무엇을 숨기고자 하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초반에 스파이크가 상당히 건방진 성향의 인물이라고 보였다. 보안관과 의사의 말을 끊고 자신의 추리를 펼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이 아니었기에 결말에 이르러서는 누구보다 뾰족하고도 정확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추어'라는 이름에 갇혀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 부분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계속 의심을 하면서 읽었는데 조금 석연치 않았다. 스파이크와 보안관의 인터뷰에 비협조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점이나 알면서도 숨기는 점을 보면서 범임을 보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결말을 보면서 굳이 범인을 가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스파이크와 보안관이 넘보지 못할 그들 사이의 끈끈한 무언가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였다.

짧은 페이지 수가 후루룩 읽혀진 책이었다. 작은 단서를 찾는다거나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의심하는 재미와 사건을 풀어가는 스파이크의 추리, 스파이크와 보안관의 케미스트리 등 추리 소설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고전 추리 소설에 벽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으로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 추리 소설과 다른 매력이 보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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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저택의 비밀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2
해리에트 애쉬브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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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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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2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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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허무한 게 인연이라니. / p.221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인기 있던 장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를 보자면 궁궐 로맨스 장르는 바닥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서진 배우의 명대사로 인기가 많았던 다모부터 시작해 송중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성균관 스캔들, 박보검 배우의 구르미 그린 달빛, 박은빈 배우의 연모까지 드라마 이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줄거리를 말하라고 한다면 지퍼를 채운 것처럼 입을 꾹 다물게 된다. 하나도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사극이라는 분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보았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극에서 역사를 왜곡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사극이 다 그렇다는 점은 아니지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가 뇌리에 박혔다. 부끄럽지만 이 또한 편견으로 나도 모르게 사극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 책은 김혜량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극과 궁궐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 띄게 된 이유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설은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여 년도 전에 읽었던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유가경이라는 태학생과 조융이라는 황제가 등장한다. 유가경의 친구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이를 구하고자 유가경은 수소문을 해 추신의 소개로 황제를 만난다. 황제는 이미 유가경을 알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지아비를 하라는 황당한 제안을 듣는다. 알고 보니 유가경을 만나기 위해 황제가 꾸민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가경은 황제의 동성 연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소설에서는 조융과 유가경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추신을 비롯한 궁중 사람들의 정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읽었던 소설의 분위기를 예상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우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완독까지 시간이 더디게 걸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소설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유가경의 아버지인 유렴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는 부성애와 마지막에 이르러 비통한 심정으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가 사회적 지위로 다시 냉정을 되찾는 모습은 참 슬프게 느껴졌다. 사실 유렴이라는 인물 자체가 등장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중반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다투는 게 연애라고 하지만 조융과 유가경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급제를 위해 공부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우가경이 가지고 있는 책을 빼면서 다투는 모습이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죽으라는 막말을 던지는 싸움 등 전체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상태로 내 머릿속은 물음표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중반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조융과 유가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게 되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연이자 연애일 텐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 싶었다. 물론, 궁중의 로맨스이기 때문에 이들의 스케일은 크다. 마치 지금으로 말하면 재벌의 연애를 보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은 가난한 이부터 부자인 사람들까지 마음과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누구보다 이들이 평범한 커플들처럼 인식이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추신이라는 인물을 내내 의심했었다. 조융의 자리를 넘보는 욕망을 가진 인물로 말이다. 소설에서 조융의 약점은 동성의 연인 유가경이다. 아마 내용으로 보았을 때에는 황후를 비롯한 궁궐 사람은 모르는 듯했는데 이를 유일하게 아는 인물이 추신이었다. 유가경과 조융을 이어주는 당사자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이를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다. 소설에서는 추신보다 더 욕망이 가득한 대신들이 많았으며, 이들이 싸우는 모습은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추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보다 충신이라고 보이는 인물이었다.

궁궐 퀴어 로맨스라는 장르에 맞게 유가경과 조융의 욕망과 사랑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조융은 유가경을 만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또한, 누구보다 애틋한 사랑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유가경 역시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보이면서 조융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마치 세상에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조융이 유가경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와닿았는데 중간마다 마음을 녹이는 문장들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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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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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허무한 게 인연이라니. / p.221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인기 있던 장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를 보자면 궁궐 로맨스 장르는 바닥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서진 배우의 명대사로 인기가 많았던 다모부터 시작해 송중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성균관 스캔들, 박보검 배우의 구르미 그린 달빛, 박은빈 배우의 연모까지 드라마 이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줄거리를 말하라고 한다면 지퍼를 채운 것처럼 입을 꾹 다물게 된다. 하나도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사극이라는 분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보았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극에서 역사를 왜곡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사극이 다 그렇다는 점은 아니지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가 뇌리에 박혔다. 부끄럽지만 이 또한 편견으로 나도 모르게 사극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 책은 김혜량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극과 궁궐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 띄게 된 이유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설은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여 년도 전에 읽었던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유가경이라는 태학생과 조융이라는 황제가 등장한다. 유가경의 친구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이를 구하고자 유가경은 수소문을 해 추신의 소개로 황제를 만난다. 황제는 이미 유가경을 알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지아비를 하라는 황당한 제안을 듣는다. 알고 보니 유가경을 만나기 위해 황제가 꾸민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가경은 황제의 동성 연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소설에서는 조융과 유가경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추신을 비롯한 궁중 사람들의 정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읽었던 소설의 분위기를 예상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우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완독까지 시간이 더디게 걸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소설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유가경의 아버지인 유렴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는 부성애와 마지막에 이르러 비통한 심정으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가 사회적 지위로 다시 냉정을 되찾는 모습은 참 슬프게 느껴졌다. 사실 유렴이라는 인물 자체가 등장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중반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다투는 게 연애라고 하지만 조융과 유가경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급제를 위해 공부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우가경이 가지고 있는 책을 빼면서 다투는 모습이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죽으라는 막말을 던지는 싸움 등 전체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상태로 내 머릿속은 물음표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중반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조융과 유가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게 되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연이자 연애일 텐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 싶었다. 물론, 궁중의 로맨스이기 때문에 이들의 스케일은 크다. 마치 지금으로 말하면 재벌의 연애를 보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은 가난한 이부터 부자인 사람들까지 마음과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누구보다 이들이 평범한 커플들처럼 인식이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추신이라는 인물을 내내 의심했었다. 조융의 자리를 넘보는 욕망을 가진 인물로 말이다. 소설에서 조융의 약점은 동성의 연인 유가경이다. 아마 내용으로 보았을 때에는 황후를 비롯한 궁궐 사람은 모르는 듯했는데 이를 유일하게 아는 인물이 추신이었다. 유가경과 조융을 이어주는 당사자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이를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다. 소설에서는 추신보다 더 욕망이 가득한 대신들이 많았으며, 이들이 싸우는 모습은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추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보다 충신이라고 보이는 인물이었다.

궁궐 퀴어 로맨스라는 장르에 맞게 유가경과 조융의 욕망과 사랑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조융은 유가경을 만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또한, 누구보다 애틋한 사랑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유가경 역시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보이면서 조융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마치 세상에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조융이 유가경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와닿았는데 중간마다 마음을 녹이는 문장들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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