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코라치우푼타 - 2022 제16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구병모 외 지음 / 강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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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 코, 라, 치우, 푼, 타. / p.19

단편 소설집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매년 발간하는 수상작품집은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신간 중 하나이다. 사실 한 명의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단편 소설을 위주로 읽는 편이었는데 2020 년에 발간되었던 젊은 작가상 작품집을 읽으면서부터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실린 작품집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그동안 작품집은 보이는대로 구매하는 편이었는데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책이었다. 구병모 작가님과 김혜진 작가님의 작품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참 인상 깊게 보았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던 백수린 작가님의 작품도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입문하자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2022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과 수상 후보작이었던 여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상이라는 느낌 자체가 주는 무거움 때문인지 몰라도 읽기 전에는 조금 부담감을 느꼈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던 영화 작품만 보더라도 예술성과 전문성으로 난해했던 경험이 있었다. 문학을 배운 적이 없는 독자이기에 혹시 전문적인 문학성을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구병모 작가님의 <니니코라치우푼타>와 박지영 작가님의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니니코라치우푼타>는 외계인을 만나고 싶다는 엄마의 부탁을 들은 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엄마를 모시고 있는 요양원으로부터 니니코라치우푼타라는 존재에 대한 전화를 받는다. 엄마께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어렸을 때 보았던 외계인 니니코라치우푼타를 언급하면서 잊지 않고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딸은 직업적인 정신을 발휘해 최대한 니니코라치우푼타와 엄마를 만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실행한다.

다른 작품들도 순간 웃음 포인트가 있었지만 가장 크게 웃었던 작품이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사투리는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사투리를 일상처럼 사용하다 보니 글로 적을 수 없을 때가 많은데 그런 맥락으로 예상했었다. 제목의 의미가 나왔을 때에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떠난 듯한 느낌이, 니니코라치우푼타를 본 엄마의 반응을 보고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더불어, 치매에 걸린 엄마와 직업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딸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어 저릿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선동은 이름의 의미처럼 속 하나 안 썩힌 막내 아들이다. 학원 운영으로 바쁜 누나와 아버지에게 무신경한 형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고자 했지만 특별하게 직업이 없던 선동은 누나와 형에게 보수를 받고 전업 보호자로 뛰어든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고, 금전을 위해 아버지를 돌보는 영상을 기획하게 된다.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이 웃음과 함께 다가왔다면 이 작품은 씁쓸함으로 왔던 작품이었다. 밥솥 상호가 등장해서 나름 귀여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밥솥과 있었던 추억을 가진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내용만 놓고 보면 반어적인 의미 그 자체이다. 반려밥솥은 아버지이며, 이슈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를 이용한 아들. 거기다 이름마저도 왜 하필 선동일까. 주관적이고도 굳세게 믿는 선함과 효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또한, 이 소설이 더욱 씁쓸한 이유는 단지 환상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는 지점이라는 것에 있었다. 머릿속에는 그동안 접했던 뉴스 기사들이 맴돌기도 했다.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축복을 비는 마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동감과 연대가 느껴졌던 <봄밤의 우리>, 인간의 한 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선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생각하게 했던 <신의 한 수>,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신선했던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자, 누구인가?>, 히로시마 피폭의 기억을 다룬 <당신의 히로시마>까지 개인적으로 두 작품만 언급했지만 다른 작품 역시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단편 소설집에서 한두 작품 정도만 뇌리에 박힐 때가 많은데 드물게 모든 작품이 머릿속을 지배했던 소설집이었다. 젊은 작가상 작품집에 이어 앞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단편 소설집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올해의 이야기가 기대되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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