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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 - 제26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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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출신 성분이 어딨나. / p.116
프로그램을 돌리다 보면 새터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채널을 붙잡게 되었지만 점점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소설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거짓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꿈을 가지고 고국을 떠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뭔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SF나 그 이상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뜻이다.
이 책은 윤순례 작가님의 연작 소설이다. 표지가 가장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시골의 풍경을 그대로 전해 주는 것만 같은 포근한 느낌의 그림이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줄거리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일부러 따로 찾아서 보지는 않았다. 가끔은 이렇게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펼치는 것 또한 기쁨이자 즐거움이므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연작 소설로 모두 새터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살인 혐의를 받아 쫓기고 있는 철진과 그를 숨겨 주고 있는 연인 화은, 남한에서 남편을 만나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선숙, 일하고 있는 집주인 여자의 맞선 자리에 대신 나간 화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소설에는 주인공과 이야기가 다르지만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는 재미 또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뱀의 의미이다. 소설에는 생각보다 자주 뱀이 등장한다. 표제작이었던 <여름 손님>에서는 낫으로 풀을 베는 도중 뱀이 나오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철진은 뱀은 발견해 두 동강을 내 밟아 죽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독사에게 물리기까지 한다. 그밖에도 <저 멀리서 하얀 불꽃이>에서는 황 사장이 뱀을 기절할 때까지 밟으며, <심 봤다>에서는 주인공이 짝짓기하는 뱀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소설 안에 있는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대변한다고 느껴졌는데 마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짝짓기하는 모습 또한 몸을 섞는 이성의 사람들의 모습이 표현되는 듯했다. 뱀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자극적인 모습들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 또한 그들을 보는 것 같아 서글펐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다. 남한에서 잘 적응하는 선숙이 있지만 대부분 등장하는 인물들은 몸을 주거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사랑도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고용주들의 나쁜 심보도 그냥 묵묵히 이겨내고 견디고 있다. 그러한 지점이 마음이 아렸다. 하나원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적응을 돕는다고 하지만 과연 하나원을 나온 그들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이 부분은 고민할 필요성을 느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물론, 그들의 입장이 되었던 경험이 없었기에 모든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 주는 여운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새터민들에 대한 감정과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이 참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