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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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하면 동서양이 같이 공존하는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문학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날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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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아는 사람들
정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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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말았다. / p.9

세상을 살다 보면 증오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성향이라는 생각으로 관대하게 넘기기는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은 비인간적인 상상을 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잔인함을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은 복수를 하고 싶다는 나쁜 마음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정서영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 자체가 참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는데 표지의 인물이 참 예쁘면서도 시선을 끌었다. 거기에 공포로 일상을 물들일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조금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기숙사에서 벌어진 남학생의 유괴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초반에는 그렇게 큰 이슈를 끌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용의자가 밝혀지자마자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로 많은 제보가 온다. 이들은 용의자를 상상하기 싫다는 점이고, 어떻게 보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느낌을 주었던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용의자는 강슬지라는 여성이다. 강슬지는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독특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친구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담에 맞는 복수를 하거나 누군가를 증오하는 이들에게 참혹한 복수를 알려 준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섬뜩하게 고백을 한다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한다. 남학생 유괴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어 그동안 강슬지가 해온 기이한 열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반의 <산등성이 이야기>로 자신을 왕따시킨 친구에게 똑같이 복수하는 이야기는 그럭저럭 상처를 준 인물에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아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강슬지의 광기인데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대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곰돌이 모자 이야기>, <핑크 공주 이야기>, <그네 귀신 이야기>, <남학생 엄마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곰돌이 모자 이야기>는 소빛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빛은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준 현민이라는 남학생을 좋아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현민이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광적으로 팬이 되는데 라디오에서 현민이 소빛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힘들어하는 소빛에게 강슬지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묘책을 알려 준다. 

<핑크 공주 이야기>는 강슬지의 상사 이야기를, <그네 귀신 이야기>는 강슬지가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강슬지가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왕따를 시키기 위해 또는 자신만 바라보게 하기 위해 조금은 잔인하고도 섬뜩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 역시 남들이 보기에는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하지만 정작 자신은 순수한 의도로 실행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소름이 돋았다. 사람의 광기와 소유욕이 이렇게 발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특히, 그네 귀신 이야기의 남자는 남학생 유괴 사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것 또한 공포로 와닿았다.

읽는 내내 참 섬뜩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면 갈수록 소름이 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학적인 내용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얇은 페이지 수이지만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천진난만하게 복수를 조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본성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머리로 내용은 이해하고 있으나, 마음으로는 공포로 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악한 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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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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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의 밑바닥이 아니라 인간의 밑바닥 말이다. / p.46

지극히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는 비트코인과 주식 등의 위험이 따르는 자산 관리가 참 어려울 뿐이다. 거기다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그렇게 경제 공부를 할 자신도 없다. 주식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래프를 매일 보다시피 하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돈을 키울 생각은 더욱 없는 편이다. 차라리 조금은 느리더라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으로 하나씩 이자를 보고 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요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단요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전작이었던 다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다는 후기들이었다. 기회가 되면 읽을 계획이기는 했지만 읽을 책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타이밍을 못 잡던 중 신작을 먼저 알게 되어 첫 작품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는 이십 대로 대학생이다. 어머니는 기술 번역을 하셨던 분이었지만 몸이 안 좋으신 관계로 건강을 찾기 위해 노력하시며, 아버지는 사업을 하고 계신다. 가족과 그렇게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 이후 번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주식을 하게 된다. 주식에서 해외 선물로 갈아타면서 마치 그래프처럼 투자한 돈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년이라는 시간에 집중을 하는 동안 학교도 제적을 당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 결국 화자에게는 오백만 원이라는 돈과 주식 블로그만 남았다. 

주식 블로그로 소소하게 사람들과 교류를 나눈다. 그 중에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십 대 아저씨가 있고, 불법으로 계좌를 대여해 주는 삼십 대의 정운채 사장이 있다. 그밖에도 디스코드라는 음성 메신저로 연락하는 it 기업의 직장인 이십 대 후반의 남자도 있다. 특히, 정운채 사장에게는 투자금을 받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듯하다. 인버스와 해외 선물 등 돈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상황에서 화자의 심정 역시도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이십대 초반 청년의 주식 투자기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가장 어렵게 와닿았던 지점은 주식과 해외 선물, 인버스 등의 투자 관련 용어와 배경이었다. 요즈음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용어가 너무 많았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경제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투자 입문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화자의 감정 자체에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표지 뒷면에 실린 문구가 처음에 가장 시선에 닿았다. 나에게는 행복이 남에게는 불행이 될 수 있다면 나의 행복은 나쁜 것일까. 사실 나의 행복과 남의 불행이 같은 선상에 놓인다면 전자를 포기할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스토리를 읽으면서 조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운채는 사람들의 돈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척하는 인물이었고, 화자는 그런 불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정운채는 혼자 착한 척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인버스의 특성상 나의 수익이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자 역시도 남에게 주는 손해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블로그나 DM으로 상담을 해 주는 입장에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한다. 이러한 면을 볼 때 과연 나라면 나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막상 상황에 놓인다면 또 다를 듯하다.

돈이 전부인 세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투자에 집착하는 화자의 모습은 곧 현대 청년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보였다. 전업 투자자를 하기에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에 위험이 따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참 씁쓸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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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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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같은 세계에 있습니다. / p.328

무신론자에 가까운 편이어서 그런지 천국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천국의 존재를 신뢰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마음 기댈 곳이 없다면 그들처럼 천국을 비롯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래 성격 자체가 현실주의적인 면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을 깊이 고민한 적은 없었다.

이 책은 이동원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표지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집 모양의 표지인데 지금까지 그런 표지들의 소설에서 나름 큰 위안을 얻었다. 이제 보기만 해도 평온을 느낄 정도여서 관심이 갔다. 거기에 신학대학을 포기한 경찰과 법의학관을 포기한 목사의 조합이 조금 신선하면서도 생소했다. 둘의 시너지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성요한이라는 형사와 유진신이라는 목사이다. 성요한은 경찰서 근처에 있는 카페의 커피를 좋아한다. 또한, 자신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어느 날, 성요한 머리에 있는 상처를 보고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주인을 경계한다. 그리고 그 주인이 목사인 유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을 믿지 않게 된 성요한은 유진신과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자꾸 다가오는 유진신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공조 수사를 한다.

교회에서 간증을 했던 노인 자살 사건으로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의심이 가는 인물 한 명을 예의 주시한다. 그러나 그는 미꾸라지처럼 여기저기 빠져나가기 바빴으며, 다른 인물을 범죄에 빠트리는 등 악독한 모습을 보인다. 거대한 악에 맞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들과 함께 펼쳐지는 각자의 개인사까지 밝혀진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종교에 대한 시각이었다. 신을 믿지 않는 성요한은 개신교 자체에 큰 혐오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 기도원에 계셨고, 과거 신학대학을 다녔음에도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종교와 관련되었겠지만 그의 사상은 반대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신이 깨달음을 주셨다는 유진신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성요한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 역시도 성요한의 마음이 조금 더 와닿았다. 그러나 종교와 경찰의 공통점을 말하는 내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기도 했었다. 이를 비교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해서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타인을 향한 마음이었다. 이는 노인 자살 사건과 청년 실종 사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두 피해자의 공통점은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챙겼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 자살 사건의 피해자는 한 청년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했었고, 청년 실종 사건의 피해자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찰 시험을 포기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선한 마음을 지닌 그들의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 어느 면에서는 어두운 세력들의 조소가 떠올랐다. 피해자들의 선과 어두운 세력의 악이 더욱 대비가 되었던 점도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성요한에게 유진신이 한 말이었다. 사실 잘하고 있다는 내용을 가진 말이었지만 그게 참 위안으로 느껴졌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쁜 세력을 처단하고자 하는 성요한은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며, 유진신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두 사람의 시너지가 마치 천국에서 온 커피처럼 큰 여운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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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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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 p.13

크리스마스에 대한 큰 생각이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상상한 적이 없으며, 선물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다른 이의 생일에 크게 즐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는 그저 일을 쉴 수 있는 빨간 날이라는 생각에 그것도 큰 선물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어떻게 보면 순수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김금희 작가님의 연작 소설이다.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없었는데 꽤 오래 전부터 계획에 넣은 책이었다. 아마 발간 소식을 서점으로 보게 되면서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우연히 출판사에서 특별 에디션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해 책장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자마자 꺼내들게 되었다.

소설은 총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그러나 특정한 화자가 정해져 있는 것보다는 한 편의 소설에 등장한 인물 중 한 명의 새로운 이야기가 다음 소설에 이어진다. 인물은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이 이야기에 새로 등장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과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들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일곱 편의 소설 중 <은하의 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라는 두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은하의 밤>은 은하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하는 예능 작가로 일하던 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는다. 그동안 기도를 하면서 보냈고, 다른 이들에게는 갑상선암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항암이 끝난 이후 복귀한 회사에서 보도국의 오태만이라는 아나운서를 만난다. 보도국의 축소로 인사이동을 받은 직원이었다. 그는 쿠바에서 죽을 고비를 건넜을 때 만난 마차의 기억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내용보다는 은하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이 젊은 나이에 비슷한 암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 중 이지민 PD는 은하의 질환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정사를 말하기도 한다. 그 부분은 참 공감이 될 정도로 와닿았다. 또한, 오태만이 쿠바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등장했던 마차가 조금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역시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당신의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강아지를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용 자체는 참 단순하다. 오래 기르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후로 화자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연락한다. 그게 친한 인물에 한정되지 않고 오랜 기간 연락이 끊긴 인물에게도 강아지를 보고 싶다면서 만남을 제안했는데 당황했을 법도 했지만 제안을 받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수락한다. 그러면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인간애가 많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나의 입장으로 상상해 본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우는 편인데 기억에 잊혀진 인물이 카카오톡으로 나의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조금 의심하게 될 듯하다. 혹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화자는 강아지를 보면서, 또 만났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강아지에 대한 상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기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세심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초반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감성이 스며들었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에게 손을 내미는 느꼈던 호의나 관심, 인간 사이의 애정 등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분이 참 좋았다. 크리스마스까지 아꼈던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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