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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ㅣ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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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이 아니다. / p.146
여성 주인공이 남자들 사이에서 총과 칼을 두고 싸우는 장면을 본다면 반응이 두 가지로 나타날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아마 여성 주인공을 조마조마 마음 졸이면 보았을 것이다. 남자들에게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표현된 행동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여성 주인공을 멋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체격 조건부터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싸우는 게 보통 용기와 체력으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타니 아키라의 장편 소설이다. 액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보통 영화로 자주 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기억속에는 조폭 마누라 정도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데 소설은 없었다. 가끔은 시원한 액션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소설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요리코라는 여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요리코는 처음부터 휘말릴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한 상황에 시비를 건 야쿠자 무리들과 싸움하게 된다. 야쿠자들은 요리코의 모습을 보고 우습게 보았지만 비범한 싸움 실력에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에 이른다. 이를 눈여겨 본 나이키 조직의 행동대장에게 간택되어 납치당한다. 나이키 조직 수장의 딸을 경호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 요리코. 벗어나려고 한다면 앞에 있는 개와 요리코를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결국 이러한 임무를 수락한다. 그렇게 알게 된 쇼코를 경호하게 되는데 누가 봐도 고상한 조직의 딸은 어디인가 모르게 부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처음에는 평범한 조폭 세계를 다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면 비상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이었다. 죄가 없는 이들을 해하려고 했다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누가 봐도 껄렁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요리코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으로 만지려는 행동까지 보였다. 요리코가 조직원들과 상대할 때마다 뭔가 모르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고, 나름 통쾌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쇼코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조금 더 흥미로웠다. 쇼코 역시도 요리코를 무시하기는 했지만 조직원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야쿠자 수장의 딸이기 때문에 권력 관계가 명확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쇼코는 요리코의 이야기를 궁금해했고, 요리코는 쇼코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로에게 애증의 존재로서 다가갔던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쇼코가 가진 사연들이 드러나면서부터 요리코의 시선처럼 나 역시 쇼코에게 연민을 느꼈다. 쇼코의 아버지와 약혼자에게 분노를 가지게 된 것은 덤이었다.
조직 세계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들이 투합해 악의 무리를 파헤치는 결말을 예상했었는데 다르게 전개되었다. 쇼코가 요리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벽을 깨기는 했지만 명확하게 제거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당황스러웠으나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해서 좋았다. 아마 예상처럼 흘렀더라면 너무 뻔한 이야기이면서 소설처럼 느꼈을 것이다. 소설의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 여성의 연대를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편집자 후기도 기억에 남는다.
전형적인 여성의 연대보다 서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쇼코와 요리코의 관계, 다르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들이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가시적으로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쇼코와 요리코가 소설 너머의 세상에서 지금처럼 살아가기를 기도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