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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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신념의 싸움은 언제 보고 들어도 스펙타클하고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법정 스릴러 하면 떠오르는 존 그리샴의 작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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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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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니까. / p.11

클리셰는 매운 음식과 같다고 생각한다. 특히,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나에게는 떡볶이가 딱 그렇다. 이미 알고 먹으면서도 매운맛에 호되게 당해 금방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에는 어김없이 떠오른다. 맵다는 사실도, 못 먹으면 그대로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도 전부 알고 있으면서 또 떡볶이를 주문해 먹다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한다. 

예상이 가는 이야기이지만 자꾸 찾게 된다.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도 그런 클리셰가 자주 등장한다. 부모님의 반대, 외부의 압력으로 만나자마자 이별, 서로 엇갈리는 길, 연인의 불치병 등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상상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설 연휴에도 그런 드라마 연속 방송에 빠져 살았다. 한동안 독서에 집중하느라 그 드라마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었다. 그렇게 설 연휴에는 단 한 권의 책도 끝내지 못했다. 클리셰가 뻔히 드러나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이 책은 산다 치에의 장편 소설이다. 보자마자 최근 인기를 얻었던 한 소설이 떠올랐다.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이었는데 읽지 못했다. 이후 스핀오프로 발간된 후속 작품을 읽었는데 줄거리에서부터 그런 내용이 느껴져서 고르게 된 책이다. 연애 소설이 주는 묘미가 있기에 알면서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리나는 보석병을 앓고 있다. 보석병은 심장에 종양이 생기는 병을 뜻한다. 종양이기는 하지만 희귀해 크기를 키워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가치가 오른다고 한다. 심장에 생기는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리나는 보석병을 치료해도 십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수술이 다가오는 순간에 자신의 종양을 키워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그렇게 리나는 남은 시기에 사랑과 우정을 둘 다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병원 근처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쇼타라는 이름의 한 남자 아이에게 고백한다. 또한, 미사토라는 이름의 친구를 사귀게 된다. 리나가 원하던대로 미사토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쇼타와 풋풋한 사랑을 이어간다. 아무런 방해물이 없을 것 같던 리나의 사랑에 금이 갈 일이, 우정을 의심할만한 일이 생겼다. 그 안에서 리나는 생각이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야기는 쇼타와 리나의 시선에서 일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흘러가는 내용은 생각했던 그대로이다. 읽지 않았던 그 소설이 머릿속으로 재생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의 인생을 살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자 친구를 보면서 힘들어하거나 함께 아파한다. 또한 미래를 약속하기도 한다. 중반까지 읽었을 때의 느낌은 역시나 떡볶이를 먹을 때의 감정과 비슷했다. 연애 소설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에서 표현되는 클리셰의 연속. 그러나 이렇게 작품으로 다시 보니 나름 반갑다는 느낌도 들었다. 예상할 수 있었기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중반에 넘어가고 결말이 드러나면서부터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해서 중반부터는 다시 돌아가서 읽었던 것 같다. 추리 소설도 아닌 결말에서 당황스러움을 느낀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뻔한 결말로 수렴이 되겠지만 말이다. 너무 클리셰로 시작해 흔하게 끝난다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그 지점은 나름 신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나의 시한부 인생이 참 안타깝다 느껴지면서 진정한 우정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가고 각성하는 이야기가 절절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 그냥 생각했던 것처럼 미사토에게 우정을 느끼고, 쇼타에게 사랑을 경험하면 되지 않았을까. 미사토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바람이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느꼈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에는 이기적이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리나의 생각을 고쳐 주려고 하는 미사토의 어른스러움은 본받을만했다. 리나는 진정한 우정을 의심했을지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가 뻔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다. 안 봐도 비디오이겠지만 정작 보게 되는 나처럼 말이다. 읽는 내내 리나에게 이입했고, 미사토처럼 누군가에게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했다. 익숙한 느낌이 좋았던 그런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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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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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런 말을 들을 수 있다니. / p.32

신이 주신 것과 주지 않은 것들은 참 많겠지만 주지 않은 것들 중 하나는 달리기 능력인 듯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하는 달리기에서 3 등 이하로는 들어온 적이 없으며, 체력장에서도 뒤에 있는 친구들과 나란히 들어올 정도로 소질이 없었다. 어머니께서는 군 단위 체전에 대표로 뽑히실 정도로 중거리 선수로 활약하셨는데 항상 뒤에 들어오는 나를 볼 때마다 달리기 유전자는 부계에서 왔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은 강민영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신간 나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누구보다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는 독자로서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느끼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리뷰를 적은 것 같은데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일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작품 역시도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바다 수영을 잘하는 진이라는 인물과 달리기를 잘하는 설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서로 철인 3종 경기에서 나란히 각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반면, 진은 학창 시절 때 이름순으로 했던 달리기에서 가장 마지막에 했기에 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설은 바다에서 강아지를 잃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서로 잘하는 운동을 싫어하는 공통점이 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진과 설은 자신들의 취미를 할 수 없게 되자 인천의 송도 트라이 센터를 방문한다. 진은 센터에서 검은색 물을 보았고, 설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센터가 무너지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수영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달리기와 수영을 싫어하는 이유가 더욱 와닿았다. 특히, 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설에게 바다는 늘 외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가장 소중했던 강아지를 앗아간 존재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어떻게 보면 바다 자체만 싫어할 수도 있을 텐데 이는 바다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가 꽤 크게 작용한 듯했다. 물이 센터로 밀고 들어오는 와중에도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던 설의 심정과 행동이 무엇보다 이해가 되었다. 반면, 진이 달리기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주변 사람의 의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교적 덜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진이 설에게 가지고 있는 질투가 와닿았다. 물론, 살면서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을 해내는 설을 완벽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SNS만 보더라도 누구보다 진심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설이라는 인물에게 느꼈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센터를 탈출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영을 못한다는 설을 보고 질투의 대상이 아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지점은 흥미로웠다.

쇼트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가 한 호흡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소설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설과 진이 되어 주어진 위기를 헤쳐가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강아지 초코를 구하는 과정에서 들려 주었던 설의 이야기는 과거에 키웠던 강아지를 소환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늘 실망시키지 않았던 쇼트 시리즈였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었지만 항상 그 기대를 부합했던, 그리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전했던 소설이어서 읽는 시간이 참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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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안전가옥 FIC-PICK 4
이경희.전삼혜.임태운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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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레이어였다. / p. 39

학교 다닐 때에는 사이버 세상에 참 관심이 많았다. 현실의 방은 돼지우리일지 몰라도 사이버 세상에 있는 나의 방은 빔 프로젝터와 쇼파가 있는 안락한 공간으로, 현실의 나는 교복을 걸치고 있지만 가상의 나는 비싼 명품을 두르고 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심지어 당시에 나왔던 노래 가사는 사이버 세상에서 만난 사랑을 다룬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공감이 되어서 자주 듣기도 했었다. 어쩌면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만난 이들에게 더욱 잘 보이고 싶었던 모양인 듯하다. 

그렇게 학창 시절은 사이버로 물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만큼 자주 들리는 단어가 메타버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조금만 어렸더라면 학교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과목을 배우지 않았을까. 지금은 머리도 굳고, 호기심도 없는 지극히 현실에 찌든 성인이 되어 메타버스가 그저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사이버를 처음 들었던 그 시절의 어른들이 딱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 책은 안전가옥 출판사의 앤솔로지 단편 소설집이다. 입이 아프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가옥 출판사의 책에 대한 신뢰이다. 쇼트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오리지널 시리즈도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접한 시리즈가 바로 이 FIC-PICK이다. 작년에 도시와 청년을 주제로 했던 공포 장르와 고전 문학을 현대로 재해석한 책이 참 인상적이었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번 주제는 메타버스이다. 이경희 작가님, 전삼혜 작가님, 임태운 작가님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대와 함께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하지만 정보 측면으로 보았을 때에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SF 소설에서 과학 지식이 튀어나올 때의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상상력이 큰 약점이었던 나에게는 이 소설집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멀티 레이어>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정민은 메타버스 세컨드 서울의 사전 테스터로 참여했으며, 그곳의 고인물이다. 세컨드 서울의 개발자는 100 년 뒤에 현실로 보내 준다는 조건을 걸고 이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서울이 안정이 되고 100 년이 지난 이후에도 다시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10 년을 더 기다려 달라는 요구까지 하게 된다. 로그아웃해서 현실로 가려는 자와 그저 지켜보는 자, 이들이 나가지 못하게 막는 자 등 각각의 의견이 뒤얽혀 그야말로 세컨드 서울은 쑥대밭이다. 그러던 중 정민에게 의뢰를 부탁하는 인물과 더불어 로그아웃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정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레이어를 마치 포토샵의 화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레이어 1에 정민이 있고, 레이어 2에 건물 배경이 있고, 레이어 3에 베르테르가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이해했다. 그 중에서도 메타버스에 익숙한 세계에 있는 이들이 현실 서울로 돌아간다면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공감이 되었다. 현실 서울만큼이나 세컨드 서울도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싸우기 바빴고,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이익을 쫓아 테스터들을 이용했다. 정민과 이들이 살고 있는 세컨드 서울과 인구의 25%가 살고 있는 현실 서울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배경 자체는 새로웠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는 익숙했다. 읽으면서 혁명단들과 개발자가 싸우는 액션이 돋보였는데 이는 활자로 읽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구현이 되었을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작품은 <구여친 연대>이다. 대학교 같은 동아리 후배 유리로부터 손 사진이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알고 보니 구 남자 친구인 현준이 돈에 눈이 멀어 회사에 동의도 없이 손 사진들을 팔아 치웠던 것이다. 그렇게 유리, 경윤과 모이게 된 주인공 미현, 소리의 손 사진이 전시가 되었다는데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현준이 작업을 걸었던 또는 현준과 만났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구 여친 연대는 현준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복수와 함께 소리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세 작품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회사가 사진들을 조합해 새로운 사진이나 그림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소설집의 주제인 메타버스와 연관이 있겠지만 구 여자 친구들이 모여 구 남자 친구에게 복수한다는 게 너무 현실 그 자체로 느껴졌다. 아마 연애의 참견이나 썰 관련 사연을 자주 보는 사람으로서 느꼈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등장할 법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결말이 다소 의외이기는 했지만 인물들의 실행력과 결과에 나름 통쾌하기도 했다. 특히, 인물인 유리와 경윤의 말투가 독특했는데 이 지점이 나름의 웃음 포인트이다. 이 지점 또한 사이버와 연관이 된 느낌이 들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상상력이 형편없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세 번째 작품은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이다. 주인공인 도깨비는 메타 월드에서 요굴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요원으로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반된 감정을 가진다. 현실에서의 돈과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사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지만 결국은 현실에 타협하려고 노력하는 도깨비의 심리와 요굴에서 받는 또 다른 제안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읽는 내내 좋아하는 게임들이 뒤섞여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도깨비가 새로운 무기로 꺼낼 때마다 자연스럽게 메이플 스토리의 장비창에서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또한, 서든어택의 요원이 되어 저격 포인트를 삼고 있었다. 요굴에서 보스의 존재를 찾고, 뭔가 퀘스트를 깨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실제로 도깨비를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세계관 자체가 뚜렷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또한 존재했다. 첫 번째 작품이 영화로 표현이 된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제 게임처럼 표현이 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이 와닿았던 두 번째 작품을 제외하면 부족한 상상력의 한계를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던 소설집이었다. 아무래도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의 무게감이 꽤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들이 구현한 세계관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자 2D 수준의 만화책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 지점은 두고두고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자리 잡게 될 듯하다. 그러나 마치 게임의 유저가 되어 스토리를 읽는 것에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제목과 다르게 먼 세계처럼 느껴졌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만큼은 가까웠던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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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굿 칠드런 시공 청소년 문학
캐서린 오스틴 지음, 이시내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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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상이 아니다. / p.18

스스로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선한 아이라고 말씀하셨다. 정기적인 부모 상담을 제외하고는 선생님과 만날 일을 만들지 않았다. 말하면 알아서 했었다고 한다. 규칙을 어기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담을 넘는 땡땡이와 사고는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슴 졸이거나 혼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최대한 하라는 것만 하고 살았을 뿐이다.

부모님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재미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냐고 묻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가 봐도 착실한 학생은 아니었다. 꾀병을 부려서 조퇴증을 끊는 합법적인 땡땡이를 치기도 했었고, 야간자율학습 중에 좋아하는 가수의 라디오를 듣기도 했다. 들키지 않았을 뿐 나름 그 안에서 반항적인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재미있었다고 대답하는 편이다.

이 책은 캐서린 오스틴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의 의미가 참 궁금했다. 한국어로 해석한다면 모두 좋은 아이들로 될까. 순종적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줄거리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지점이 나름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내 학창 시절을 볼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소설은 맥스라는 아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맥스는 초반부터 학생과 마찰이 있어 교장 선생님께 찍히는 등 문제아로 보일 정도로 뉴 미들타운에서의 학교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맥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를 일으킬 아이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보통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친구와의 싸움이었을 뿐인데 어른들은 맥스를 그냥 두지 않았다. 맥스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역시도 평범하게 생활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우성 인자를 가진 아이들에게 주사 치료를 하면서부터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한다. 맥스는 어머니의 반대로 주사 치료를 받지 않았으며, 치료를 받은 아이들 사이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누가 봐도 어른에게 순종적인 아이들 사이에서 맥스와 친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처음에는 학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모습은 조금 불편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착한 아이들로 변해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좋은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아이들이 활발하게 뛰어 놀고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 생활에 폐를 끼치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는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에 대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중반에 이러한 생각과 감정에 변화되었다. 언젠가부터 아이에게 어른스러움을 강조하는 사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명확하게 그려졌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감정과 행동을 강요하는 게 올바른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어쩌면 이 또한 어른들의 욕심이자 통제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아이들에게 순종과 착함을 강요할 수 있을까. 내내 생각이 깊어졌다.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소설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주인공과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를 추억하거나 미래의 원동력을 삼았다고 하면 이 소설은 어른으로서의 반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청소년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을 무겁게 닿았던 시간이었다. 과연 어른들의 바람을 채울 수 있는 제목처럼 올 굿 칠드런은 존재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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