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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ㅣ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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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건 쉽게 바뀌는 법이 없다. / p.7
원래 사람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기에 혼자가 참 익숙한 편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오롯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좋다. 그래서 무엇을 하더라도 혼자 최대한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또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중이다. 말하기 전에 나의 힘든 점을 먼저 캐치해 도움을 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의 작은 말과 행동이 때때로 큰 힘이 된다.
이 책은 정해연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다. 전에 읽었던 정해연 작가님의 '홍학의 자리'를 참 인상 깊게 읽었다. 결말에 이르러 큰 충격을 받았고, 편협한 시각에 부끄러움까지 들게 했던 소설이었다. 그 점에서 정해연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렸다. 청소년 소설인 듯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고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은아는 집과 학교에서 외롭게 사는 인물처럼 보인다. 은아의 언니는 인플루언서로 잘 나가고 있지만 은근히 은아를 무시하는 듯했으며, 부모님 역시도 은아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동급생에게 맞는다거나 뒷담화의 소재가 되는 등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러던 은아에게 같은 이름의 교생 선생님이 나타났으며, 은아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던 은아이지만 교생선생님에게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은아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의 책이어서 한 삼십 분 정도에 후루룩 읽었던 책이다. 전작이었던 홍학의 자리 역시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비교하자면 이 소설이 더욱 읽기에는 수월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은아에게 몰입이 되어서 읽었으며,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학교 폭력과 왕따라는 소재를 다룬 만큼 그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여졌다. 판타지와 현실을 적당히 섞은 작품이 참 좋았다.
교생 선생님은 은아의 옆에 있어줄 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은아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기에 의기소침한 은아에게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었으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항상 옆에 있었다. 비록, 교생 선생님과 불미스러운 소문이 퍼지면서 위기가 있기도 했지만 조언을 잘 들었던 은아는 괜찮은 친구로 성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특히, 자신을 때린 친구에게 사이다를 줄 때에는 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들이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특성상 짧고 간결하게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홍학의 자리가 매운맛이었다면 이 소설은 순한맛의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맛 역시도 나름 매력적이었다. 소설을 통해 세상에 쓸데없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존재의 가치를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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