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 적절한 시기야. / p.15

얼마 전 업무상 제주도로 출장을 나간 적이 있다. 작년 가을에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갔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나름 익숙한 제주도 공항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공항에 발을 내딛으니 설렜다. 물론, 인솔을 해야 하기에 정신없이 바빠 공항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항 하면 설렘이 자동으로 연결이 된다. 적어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공항이라는 공간은 출발과 시작이라는 의미를 주는 듯하다. 공항에서 여행의 시작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서점과 도서관이 주는 편안함에 비해 약간 부족하기는 하지만 공항도 나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이다.

이 책은 무라야마 사키의 장편소설이다. 공항을 주제로 한 힐링 소설이라는 점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공항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좋게 남아 있는 사람이기에 활자로 읽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힐링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첫 파트에는 료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때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연재를 하고 있는 만화가이다. 시오리라는 여자와 연애를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별하게 되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했다. 그렇게 기대 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형이 아프게 되어 일을 돕고자 고향인 나가사키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자화상을 그려 준다는 노신사와 서점 직원을 만난다.

두 번째 파트에는 서점 직원 유메코가 등장한다. 주된 이야기는 유메코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작가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공항에서 근무하는 언니를 떠올린다. 항상 어른스럽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던 언니에게 고마움과 함께 존경심마저도 드는 듯하다. 자신 역시도 성인으로서 밥벌이를 하기 위해 서점 직원이 되었고,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메구미와 마유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중학교 때 친구인 두 사람은 현재 배우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종종 철도를 타고 공항에서 데이트를 했지만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지냈는데 공항 내 서점에서 두 사람은 조우한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서는 매지션 마치코의 이야기가 나온다.

읽으면서 기대만큼이나 힐링이 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거기에 현실적이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들이어서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상상하면서 읽으니 그때의 기억이 살아서 돌아오는 듯했다. 등장 인물 한 명씩 전부 공감이 되었고, 그들이 접하고 있는 상황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기에 딱 좋았다.

료지가 만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의 그 마음 아픈 심정이 누구보다 가장 인상 깊게 남았으며, 유메코가 자신이 좋아하던 만화가를 보았을 때의 설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던 메구미와 마유리의 깊은 우정까지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생각에 많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다. 공항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내내 온도를 올리는 듯했다. 공항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는 제주도 출장지에서 읽었다면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언급했던 것처럼 상상하면서 읽으니 더욱 여운이 남았지만 공항에서 읽었다면 느낌이 지금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시기상 안 맞는 것은 어쩔 수 없기에 무언가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만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올렌은 다시 눈을 감았다. / p.18

예전에 소설의 내용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도 추리 장르의 소설이었는데 나름 인상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 종종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그대로 사건으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추리나 스릴러 장르에서의 단골 소재인 살인과 범죄 이야기는 허구로만 남았으면 하는 사건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등장한다면 조금 놀랄 것 같기는 하다.

이 책은 앙투안 로랭의 장편 소설이다. 익명 소설이라는 제목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소재 자체는 나름 자주 접하는 줄거리여서 크게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익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라는 점이 어떻게 사건으로 전개될지 그 지점이 궁금했다. 거기에 스릴러 장르인 만큼 긴장감 있는 전개를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비올렌으로 출판사의 원고 검토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그곳으로 소설 투고 메일이 도착한다. 제목은 설탕 꽃들이었으며, 네 명의 남자를 죽이는 내용이다. 원고를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히트를 예감했던 비올렌은 소설 투고자와 접촉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하거나 개인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이를 거절한다. 결국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수단은 메일 주소 하나뿐이었으며, 계약서도 런던으로 우편을 보내 달라고 했다.

이후 소설은 발간되었고, 예감은 적중했다. 설탕 꽃들은 크게 성공했으며, 문학상 중 하나인 콩쿠르 상의 후보에도 오르게 된다. 후보로 오르면서 콩쿠르 상의 담당자와 여러 사람들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다. 당연히 원고를 검토했던 비올렌에게 이러한 질문이 쏟아졌는데 그때마다 비올렌은 난감함을 느낀다. 거기에 소설의 내용처럼 남자가 살해되고 있다는 경찰의 주장도 등장한다.

처음에는 설탕 꽃들 작가의 정체에 대해 나름 추리를 하면서 읽었지만 페이지 수가 넘어갈수록 스릴러라는 장르보다는 개인의 서사에 더욱 몰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비올렌의 연대기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추리보다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집중했다. 얇은 페이지 수에 나름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지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공간적 배경이다. 익명 소설가의 시점에서 풀어낸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읽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출판사 직원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어서 이 부분이 새롭게 느껴져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드라마가 떠올랐는데 그동안 몰랐던 책이 발간되어서 나오는 내막을 이 작품을 통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주인공이다. 비올렌의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보았는데 참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온 듯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갔던 부분이 있었다. 우선, 비올렌은 비행기 사고로 신체적인 장애를 얻었음에도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퇴원한 다음 날 바로 출근한 모습만 봐도 그렇다. 거기에 대형 출판사의 원고 검토부 책임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 이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직업 의식과 책임감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추리나 스릴러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아마 실망감이 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프루스트와 스티븐 킹 등 익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해 반가움을 느꼈고, 마지막에 이르러 사회적인 문제를 하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는데 이 지점이 가장 여운을 남겼다. 역시 상처는 평생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장르를 떠나 나름의 무게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뇌리에 오래 남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러 월드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꼈을 가부장적 제도를 이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역전시켜 표현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이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 사랑을 '시한부의 사랑'이라고 불렀다. / p.104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도 벌써 중반을 향해 흘러가고 오지 않을 것 같던 봄도 이제 마지막에 닿았다. 겨울에 입사했는데 그동안 벚꽃이 피고 지는 것도 보았고, 지금은 모내기 하는 풍경들을 매일 보고 있다. 이제 그 모습들도 사라질 것이고, 매미 소리가 가까워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모리타 아오의 장편소설이다. 표지가 참 강렬했다. 마치 종종 하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했는데 그래서 더욱 익숙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지금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어서 더욱 눈길이 가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곧 여름이 오겠지만 어떻게 보면 올해 봄이 사라질 텐데 적어도 2023 년이라는 시간적 내경에서는 봄이 사라지는 세계일 테니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키토라는 남자와 하루나라는 여자이다. 아키토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방문했더니 심장에 종양이 생겨 일 년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병원에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절망감에 빠져들어 죽음을 먼저 생각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퇴원하는 날에 우연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하루나를 보게 된다. 그림 그리는 게 삶의 낙이었던 아키토는 하루나에게 눈길이 갔고,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

하루나와 친해진 아키토에게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하교 후 병원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진료가 아닌 하루나를 보기 위해서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하루나에게 꽃을 사서 병문안을 갔다. 거베라라는 꽃을 구매했는데 꽃의 색깔에 따라 의미가 다르고, 심지어 갯수에 따라서도 또 의미가 다르다. 반년밖에 남지 않은 하루나를 위해 과거에 그녀와 절교했던 친구를 찾아가 부탁을 하는 등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읽으면서 구구절절 사랑 이야기가 상반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두 사람이 청소년이기에 풋풋한 청춘 로맨스처럼 그려짐과 동시에 애달픈 러브 스토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든 이별이 어떻게든 끝이 있겠지만 두 사람은 이미 끝이 정해졌다는 사실이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두 사람의 끝이 같은 날이 아닌 한 사람은 공허하게 남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하루나보다는 아키토 입장에 대입해 상상력을 펼쳤던 것 같다. 크게 두 가지 지점을 상상했었는데 첫 번째는 반년 남은 하루나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이다. 아키토는 하루나가 원하는 것이라면 같이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자신 역시 환자이기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키는 일도 있었지만 최대한 들어주었다. 나라면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동안 연인이 생기면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추억을 남기고자 노력했을 것 같다. 신체적인 문제를 감안해 모든 일들을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움이 들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하루나에게 나의 사실을 고백했을까에 대한 문제이다. 소설 속에서 아키토는 자신의 정보를 하루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 하루나의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던 것으로 보여졌다. 내가 하루나라면 이 지점에서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라면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에 닿았다. 사실 아키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름의 이유로 말을 아꼈던 것이겠지만 아마 나라면 애초에 하루나에게 다가갈 때 너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어필해 친구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흔한 클리셰와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이야기에서 받았던 생각도 그와 비슷했다. 그러나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뭔가 짠하면서도 아픈 감정들을 많이 느꼈고, 감정이입이 꽤 잘 되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치올리니의 세계에 치치올리나가 있었다. / p.43

성향 자체가 낯선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과 분위기의 호기심보다는 익숙한 사람과 환경에서의 편안함을 더욱 선호하는 사람이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낯설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에 그렇게까지 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은 낯선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조금 의문이 들 수 있기에 사람과 환경 한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김도훈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영화 잡지 기자 출신의 작가님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또한, 예전에 읽었던 영화 관련 서적에서 종종 접했던 이름이고, 또 문체가 뭔가 까칠하게 느껴져서 참 인상적으로 남았던 분이다. 그 지점이 부정적으로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고 시니컬하게 다가왔기에 좋게 기억이 된다.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에는 총 스물여섯 명의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잊혀진 사람이며, 또 누군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주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과오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함께 저자의 솔직한 의견들이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낯선 사람이라는 제목이 강하게 와닿았다. 스물여섯 명이라는 많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딱 두 명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한 명은 그마저도 어렴풋이 들었을 뿐 얼굴도 모르는 인물이었다. 매체로 종종 보았던 유리 겔러라는 초능력자만 낯익은 인물이었고, 린제이 로한은 지나가다 얼핏 이름만 들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모두 낯선 사람이다. 아마 저자의 성장하는 시기와 내 나이와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어떻게 보면 별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무언가 남겼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인원 하면 떠오르는 제인 구달과 비슷하게 고릴라와 함께했던 다이앤 포시, 고양이 배변 모래를 발명했던 에드워드 로, 왜소증 배우 보로코 시건 등 그동안 몰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나름의 재미를 주었다.

모든 이야기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지점에서 다들 인상적이었지만 두 명을 추리자면 <치치올리나>와 <모나 헤이더>를 언급하고 싶다. 우선, <치치올리나>는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이자 하원 국회의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사실 이렇게 두 직업을 놓고 보면 괴리감을 넘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개방적인 사회에서는 국민들의 인식 역시도 다른가 싶었다. 치치올리나는 진보적이며, 섹스라는 사회적 금기를 활용해 정치를 펼쳤다고 하는데 이 지점이 나름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후세인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그와 성관계를 맺겠다는 공약을 했다는 것 자체는 조금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정치가 장난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읽는 내내 나름 경외감까지 느꼈으며, 이 지점이 참 인상적으로 남았던 부분이다.

두 번째 인물인 <모나 헤이더>는 미국의 힙합 가수이다. 알고 있는 미국의 힙합 가수만 해도 손에 꼽힐 정도로 꽤 있는데 이 사람이 왜 인상적이었냐고 묻는다면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 사람이었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냥 힙합 가수가 아닌 자유를 노래한 가수인데, 그것도 히잡을 쓸 권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도 그렇게 여론이 좋지 않다. 또한, 히잡이라는 게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종 이슬람교에서는 여성을 마치 물건처럼 취급한다거나 권리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를 매체에서 들었기에 이 역시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종교를 존중받을 권리를 외쳤다는 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이는 깊이 생각할 지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여전히 시니컬하게 의견을 툭 던지는 문체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어느 지점에서는 개인적인 생각과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저자의 편견은 그저 백지가 아닐까 싶었다. 남녀노소를 떠나 어떤 하나의 지점에 편중되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편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스스로의 무지한 편견을 반성하면서 조금 더 수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