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하지만 때로는 정면 돌파가 유일한 탈출구일 때도 있다. / p.10

요즈음 종종 고독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가 있다. 최근에 읽었던 작품 중 하나가 고독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보는 매체들에서도 고독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렇게 고독을 깊이 탐구할 스타일이 아닌 편이다. 아마 고독이라는 감정 자체에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둔하지 않을까. 전에는 즐긴다고 적었지만 느끼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스물두 명의 작가에 대한 에세이이다. 고독이라는 주제로 적은 책이다. 고독을 자주 접하는 시기에 줄거리를 보니 더욱 흥미가 생겼다. 내가 느끼지 못한 고독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호기심이 들었는데 작가들의 이야기면 재미있을 듯했다. 고독을 더욱 잘 풀어내지 않았을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스물두 명의 작가 중 눈에 익은 이름이 하나도 없어서 그 지점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라면 그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웠겠지만 말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이 고독을 즐기게 된 작가의 이야기부터 유년 시절의 고독 이야기를 꺼내는 작가의 이야기까지 전반적으로 깊이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서문에서 언급이 되었던 것처럼 요청에 응한 작가들이 대다수 여자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니 여성의 시각에서 드러나는 고독의 이야기들이어서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에이미 션이라는 작가의 <홀로 걷는 여자>라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시작은 동유럽계 여성이었던 릴리언이라는 인물이 뉴욕에서 시베리아까지 걸어서 가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릴리언을 기이한 여성으로 보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혼자 걸어갔다고 한다. 에이미 션은 이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결혼생활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마 결혼해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혼이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기혼이자 어머니인 동생과 지인들이 떠올랐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가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보통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이 혼자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라는 생각인데 현실 자체가 혼자 있을 수 없기에 외로움을 만끽할 수 없다는 문장이 머리를 때렸다. 사실 이 지점이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았다.

많은 작가들의 고독을 읽으면서 그만큼 고독을 내내 씹고 또 삼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고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그저 어렴풋이 알 정도이다. 고독을 이야기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으로, 그리고 스스로 고독을 느끼는 시간으로도 모자라 그곳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다. 고독을 활자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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