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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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안 변합니다. / p.51

여러 리뷰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인간은 선함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언제부터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성악설로부터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존 본능으로는 선보다는 악이 더 유리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이론에 대해 깊이 연구한 적은 없다.

이 책은 임야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사회학이나 심리학 분야의 도서인 줄 알았다. 과연 선과 악은 유전이 될까. 개인적인 경험을 따지고 보면 유전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서 선악을 받았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부분은 형제자매와 비슷한 편일 텐데 그것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성향 자체가 반대다. 선악을 보는 시야 역시도 서로 다르다. 그렇다 보니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들어 선택한 책이다.

소설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 남자는 부인을 잃었고, 곧 추운 툰드라의 어느 지역으로 떠난다. 어머니인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떠나는 지역이 어머니께서 살았던 도시이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리센코 후작은 추위에 강한 형질을 만들기 위해 20년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홀로드나야라는 마을을 만들어 남자 250명, 여자 250명과 함께 생활하는데 이들은 매일 얼음이 있는 시냇물에서 시간을 버티고 이를 못 참았을 시에는 식사를 배급받지 못한다거나 과한 처벌을 받는다.

어머니는 리센코 후작으로부터 기적이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로 애정을 얻는 인물이었다. 누군가는 추위를 견디다 또는 배가 고파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었는데 어린 나이의 어머니는 이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신체 조건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되자 남자와 여자를 강제로 결혼을 시켜 출산을 하게 만들었고, 태어난 아이들도 예외없이 추위에 노출시켰다. 그러나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어머니 역시도 과거에 두 아들을 그렇게 보냈다. 어머니께서 홀로드나야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리센코 후작을 비롯한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인간의 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리센코 후작의 성질은 그야말로 인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잔인했다. 연구자로서 이론을 증명해 나라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업적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방법이 너무 잘못되었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리센코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밖에 남지 않은 듯했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편했고, 홀로드나야의 성장한 인간들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

두 번째는 악의 유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인간의 악한 본질만 드러난 줄 알았다. 이게 무슨 유전의 이야기인지 싶었다. 유전이라고 한다면 차가움에 강하게 발현되는 형질 정도 되지 않을까. 악과 유전 사이의 관계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후반부를 지나 결말을 보는 순간 뒷통수를 크게 얻어 맞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반전 소설로 착각하기까지 했는데 제목이 바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공간적 배경이 대한민국이 아닌 러시아라는 점과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해 생각보다 더디게 읽혀졌지만 주제 자체는 참 흥미로웠다. 특히, 역사적 배경과 유전에 대한 이론이 접목되다 보니 비전문가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악의 유전학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뭔가 심오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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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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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들뜬 심정을 그때 이해했다. 동료 의식. / p.62

원래는 전쟁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독서를 꾸준히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이상하게 읽게 된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작품부터 제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작품, 더 나아가 현대인들이라면 겪는 직장에서의 소소한 전쟁을 다룬 작품들까지 생각보다 재난과 전쟁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만큼 소재도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 책은 아이사카 토마의 장편소설이다. 단순한 전쟁 이야기라면 아마 읽지 않았을 텐데 여성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내용인 듯처럼 보여서 읽게 되었다. 소녀들이 왜 총을 들게 되었을까. 읽으면서 마음은 아플지언정 이상하게 내용이 궁금해졌다. 또한, 책을 읽기 전에 드물게 원서에 대한 내용을 검색했는데 조사를 하고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라피마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소련과 독일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약혼까지 할 친구와 살고 있던 세라피마는 한순간에 터전을 잃었다. 매일 보던 같은 동네 주민들은 죽었다. 심지어 어머니마저도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그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던 세라피마는 독일군들에게, 어머니와 집을 불태운 이리나라는 여성에게도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리나는 훈련학교 분교에서 교관을 맡고 있는 인물인데 재능이 있는 여성들을 저격병으로 키우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세라피마의 모습을 보자 그녀를 자신이 있는 훈련학교로 데리고 간다. 세라피마는 사냥을 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총을 쏘는 것에는 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여러 훈련들에 참여한 뒤, 저격병으로서 독일군들과 싸우는 사건들과 같이 활동했던 저격병들과의 연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전쟁 소재, 그리고 두꺼운 페이지 수, 소련과 독일 전쟁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 등 기대가 되는 만큼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좋았다. 당시 상황을 언급하는 용어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편이어서 시대적 배경이 낯선 독자들에게도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 지점이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잔혹성>이다. 세라피마는 훈련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점점 감정에 무뎌져 간다. 특히, 훈련 중 소를 죽이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것과 별개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많이 놀랍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적군을 해치웠다는 승리감이 그들에게는 먼저 다가온 듯했다. 전쟁은 인간을 잔혹하게 만든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두 번째는 <여성들의 연대>이다. 이는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부분이었는데 무엇보다 작품에서 잘 드러난 듯해서 인상 깊었다. 초반에 분노로 가득찼던 세라피마는 훈련학교에서 똑같이 가족을 잃은 동병상련 동지들을 보면서 변화가 찾아온다. 총을 든 이유가 바뀐 것이다. 적군과 이리나를 죽이기 위해 들었다면 가면 갈수록 같이 있는 동지를, 더 나아가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것이다. 그 지점으로부터 시작해 서로 의지하면서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이겨내는 동지애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다.

더불어, 전쟁과 총이라는 키워드가 여성과 묶인다는 게 가장 흥미롭게 와닿았다. 사실 두 키워드는 남성 화자가 말하는 상황들을 작품으로 많이 접했는데 이렇게 여성이 총을 쏘고, 전쟁에 참여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전달해 주는 것. 아마 같은 여성으로서 더욱 인물 하나하나에 이입이 되어 스토리가 더욱 잘 와닿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느꼈다.

그동안 교과서로도 몰랐던 독일과 소련 전쟁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조금 흥미롭게 읽었다. 페이지 수가 술술 넘어가는 것에 비해 머리나 몸은 자꾸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그 자리에 하나하나 여운이 남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소녀들이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전쟁이라는 그 위험한 곳에 내몰렸는지, 왜 그들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등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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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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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게임은 인생 자체였다. / p.208

나의 인생을 마치 게임처럼 살아가면 어떻게 될까. 요즈음 들어서 종종 하게 되는 생각이다. 게임의 캐릭터는 그래도 최소한 생명 세 개 정도는 주는데 나도 그렇게 주었으면 좋겠다. 실수를 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인생이 실패한 것 같을 때 등 새로 태어나고 싶은 순간에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리셋을 눌러 시작되는 것. 가능만 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이 책은 개브리얼 제빈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이름을 출판사 유튜브를 통해 처음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이자 편집자님의 추천 도서 중 하나가 섬에 있는 서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서점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참새이기에 바로 구입했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거기에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요즈음 하는 생각과 연결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샘과 세이디이다. 샘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고, 세이디는 암에 걸린 언니를 두었다. 둘은 어린 시절 병원의 오락실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세이디와 샘은 게임이라는 공통관심사가 있었고, 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샘과 나눈 이야기들을 간호사에게 말하자 대단히 놀랐다. 알고 보니 샘은 말을 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였다. 간호사의 구미 당긴 제안에 수락한 세이디는 샘과 이야기를 하는 대가로 봉사시간을 얻는다. 이를 알게 된 샘은 세이디에게 욕하면서 인연이 끊어지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샘은 하버드에, 세이디는 MIT에 입학한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세이디를 본 샘은 반가워했다. 당시에는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샘은 세이디를 찾아가 게임을 같이 만들 것을 권유한다. 샘과 세이디, 그리고 샘의 룸메이트인 마크스까지 의기투합해 이치고라는 게임을 만들었고, 큰 흥행을 거둔다. 더 나아가 이들은 제 2의 이치고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새로운 게임들을 런칭했다. 이 세 사람이 게임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정사, 그리고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을 주제로 했기에 나름 호기심을 가지고 선택했지만 두께가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처음에는 걱정했던 작품이었다. 보통 그 정도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이라면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나누어서 읽었을 텐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다섯 시간 정도에 완독했으며, 휴대 전화의 사진첩에는 인상적인 문장을 찍은 사진으로 가득했고, 책에는 인덱스가 줄 세워서 붙여 있었다. 특별하고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큰 사건들은 없었지만 그들의 인생사 하나하나가 참 인상 깊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샘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다. 샘은 유대인 아버지와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이민자 1세의 조부모님으로부터 양육되었다. 거기에 불의의 사고로 다리가 불편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과 장애로 인한 주변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섣불리 하지 않은 것도 이에 대한 영향이 있지 않을까. 꽤 오랜 시간을 지낸 세이디도 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마크스의 경우에는 같은 동양권의 부모님을 두었다는 측면에서 조금 편해서 드러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를 가로막는 마음 깊은 곳의 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게임에 전부를 걸었던 것은 적어도 샘이 그곳에서만큼은 보통 인물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기억에 남는 내용 또한 많았다. 이치고처럼 아무리 죽고 육체의 손상을 입더라도 다음 날 되면 말짱해지고 싶다고 표현한 부분은 공감이 되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이것을 마치 짐처럼 이고 살아야 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에 아침이 되면 그 짐마저 리셋이 되어 말짱하게 리셋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치고가 그렇게 부럽고 또 부러웠다. 그러면서 샘과 세이디는 각자의 삶이 참 팍팍했기에 더욱 비교가 되기도 했다.

또한, 샘이 할아버지인 동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분은 참 울컥했다. 샘은 다른 인물과 다르게 사랑한다는 표현에 서툰 인물이다. 세이디와 마크스는 친구와 연인을 막론하고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샘은 괜히 성질을 낸다거나 자리를 피하는 듯했다. 그러다 할아버지께서 사랑한다고 말하자 샘 역시도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 따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로 보였으며, 그 의미가 닳을 때까지 반복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실 부끄럽다는 이유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한 사람으로서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읽으면서 많이 울컥했고, 또 그만큼 마음으로 많이 울었던 작품이다. 최근 여러 이유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 소설속 이들은 게임으로부터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지만 나는 샘과 세이디, 마크스의 이야기를 통해 팍팍한 매일을 버틸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한동안 이 작품의 여운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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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넘는 사람들
조상욱 지음 / 인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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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이들을 오피스 빌런으로 부르기로 한다. / p.21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조언 중 하나가 있다. 특히,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에 듣는 이야기이다. 일이 힘들면 버티고, 사람이 힘들면 그냥 나오라는 이야기. 오만 가지의 군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정신이 나갈 정도로 힘들다면 스스로를 지키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오래 다니는 게 성실함의 덕목이기 때문에 참고 버티는 게 훈장이었다면 요즈음은 능력이 있다면 이직할 수 있으니 그렇게 흠은 아니라고 했다.

사실 퇴사를 하는 이유로는 업무에서 비전이 안 보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같이 근무하는 동료 때문인 경우가 꽤 높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전 직장을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상사의 비인간적인 모욕과 비상식적인 업무 분장이었기에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회사에 빌런이 없으면 내가 빌런이라는 말까지 하는데 그런 지점이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조상욱 변호사님의 노동에 관한 책이다. 원래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서적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굳이 활자로 읽으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회사에서 상사와의 갈등과 의사소통이라는 점인데 그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사가 회사 빌런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직장인 개인이 정서적 또는 행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분은 변호사님이시고, 법적으로 처리한 사례들이 실려 있었다. 그 지점에서 생각했던 부분과 다르게 흘러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지점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첫 번째는 오피스 빌런의 사례들이었다. 보통 우리가 평소에 보는 오피스 빌런들은 업무 태만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말과 행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이다. 그런데 책에 실린 사례들은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다. 기업에 피해를 주어서 권고 사직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자진 퇴사해서 이를 지우려고 한다거나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부정하면서 기업에 역으로 소송을 거는 경우이다. 보면서 사람의 성악설을 더욱 견고하게 믿게 되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입장이라는 점이었다. 기사나 매체를 보면 개인 대 기업의 대결은 후자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오피스 빌런들 때문에 기업이 손해를 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실 직장인 개인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야기에는 조금 거리감을 가지고 읽게 되는 편이었는데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것은 또 처음인 듯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불리하다고 인정하라는 조언은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현실적으로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딜레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조언들이 꽤 좋았다. 예를 들면, 조직의 비리를 신고하는 내부고발자의 정보와 고발을 당한 직원이 정보 공개를 요청했을 때 충돌되는 비밀 보장의 의무나 어디까지 선에서 이를 밝혀야 하는지, 그리고 기업에서의 징계 전에 자진 퇴사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등 인사 담당자를 비롯해 직장인이라면 법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처음에는 직장인 개인이 정서적 또는 행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분은 변호사님이시고, 법적으로 처리한 사례들이 실려 있었다. 그 지점에서 생각했던 부분과 다르게 흘러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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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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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래에서는 탁류가 요란하게 소용돌이치며 흘러갔다. / p.21

세상이 멸망되는 이야기나 이를 구원하는 이야기들은 종교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현실감을 준다. 특히, 세계가 혼란스러움에 빠질 때에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그저 하나의 허구로만 가볍게 넘겼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그런 주제를 가진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온다 리쿠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작품을 접할 기회는 없었다. 일본 작품들을 읽는 비중이 꽤 높음에도 주변에서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감성을 건드리는 인생 작품이 되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호기심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심지어 연재 기간만 14년이 걸린 대작이라고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치라는 이름의 소녀이다. 혼자 어머니의 고향인 이와쿠라에 도착한 나치는 그곳에서 사촌 오빠와 친척들을 만난다. 그런데 변질체가 되어야 한다는 둥, 허주의 선원이 되어야 한다는 둥 알 수 없는 말을 꺼내는 사촌 오빠. 가족들에게 사전 정보를 얻지 못했던 나치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나치는 영문도 모른채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허주의 선원은 변질체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피를 먹는 '피먹임'이라는 의식을 치루어야 된다는 것이다. 나치는 피에 대한 강렬한 끌림을 경험하면서도 타인의 피를 거부한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 이와쿠라 마을에서의 허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연 나치는 이러한 비밀들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변질체가 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을까.

초반에는 두꺼운 페이지 수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장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는데 거기에 SF 장르라고 하니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우려와 다르게 초입부터 강렬하게 몰입이 되었다. 특히, 나치의 시선으로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마치 독자가 허주의 승선원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렇게 읽다 보니 금방 완독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상 매체들을 종종 봤었는데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핏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 사람들의 피를 노리는 존재로서 무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뱀파이어 영화 역시도 보다가 중간에 끊을 정도로 재미있는 주제가 아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어떻게 보면 우러러 보는 존재이다. 부모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동안 보았던 뱀파이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보였다.

읽으면서 뱀파이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뱀파이어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연민이 느껴졌다. 여전히 뱀파이어는 사람에게는 해악을 주는 이미지이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뱀파이어는 영생을 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이익을 주고, 피먹임을 하는 의식 또한 필요하지 않았을까. 인간이 식사를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듯 그들 역시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인의 피를 노리는 본능은 아닐까. 물론, 뱀파이어가 되는 순간부터는 죽을 수 없는 삶을 산다고 해도 말이다.

SF 소설이기는 하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허주와 이와쿠라 마을, 나치가 변질체가 되어가는 과정 등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읽다 보니 색다르게 와닿았던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인류가 살 수 없는 환경에서 허주의 선원이 되어 이동하는 이야기들은 종교적으로, 활자로 읽는 장미의 향기는 신비로웠다. 전체적으로 색다른 상상력을 안겨 주었던 책이었으며, 묘하게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14년의 장미향이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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