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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안내와 함께 이 모든 풍경을 둘러볼 여행에 여러분이 기꺼이 동참하길 기대한다. / p.14
어렸을 때부터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타고나기를 멀미가 심한 편인데 버스보다는 택시에서 더욱 크게 반응했다. 거기에 택시 기사님의 친절한 스몰토크는 오히려 부담이었다. 지금이라면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테지만 청소년기는 극강의 내향형 그 자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역의 특성상 세대 간의 정치적인 시각 차이가 크지 않아서 불편한 정치 의견은 듣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찰스 S.코켈이라는 작가의 과학 도서이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택시에서 어떻게 우주 이야기가 시작될까.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택시를 탔지만 우주의 이응도 안 꺼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서양 작가이기 때문에 문화권이나 소재가 조금 다를 수 있으려나 싶었다.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표지는 예전에 읽었던 한국 작가님의 SF 소설이 떠올랐는데 그 그림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호감도가 더 상승했다.
작가는 택시 기사님의 질문으로부터 책 집필을 결심한 듯하다. 우주에도 택시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아니, 외계인 택시 기사도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이 질문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하나의 질문이 물꼬를 터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택시로 목적지로 향하는 중 택시 기사님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천천히 과학 지식들이 등장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되게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우선,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보통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용에서 등장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구과학과 화학, 물리 지식들을 야금야금 머릿속에서 꺼내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벅찼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데 시간을 재지 못할 정도로 꽤 오래 걸렸다. 내용 자체는 너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스토리 텔링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택시 기사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어 챕터가 연결된다. 그래서 친근하게 와닿았고, 질문에 집중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기꺼이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중반에 이르러 과학적 지식이 등장하면 머리로 지식을 입력하면서 읽기는 했지만 호기심을 느끼게 만드는 도입부가 너무 좋았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별 다섯 개를 주었을 것이다.
극강의 현실주의자인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소설처럼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택시 기사님께 우주에 대한 질문을 받을 일도,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택시 기사였고, 독자인 내가 그 안의 택시 손님인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활자로 적힌 책이지만 '손님, 외계인을 이해하기 이전에 우주의 구성 요소는요.'라며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가상의 작가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