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닐까? / p.7
이 책은 기윤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책을 읽거나 매체를 보면 종종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생겼다. 좋은 의미의 단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묘한 느낌이 들기는 하다. 어느 정도 상상이 되는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 자체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소설의 주인공은 현주라는 인물이다. 현주는 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듯하다. 좋은 대학교를 나왔고, 법조인 남자 친구와 결혼 약속도 한 사이다. 누가 보면 부러워할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말할 수 없는 가정사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남자 친구와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에 현주에게 찾아온 의문의 편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 점점 그녀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건이 다이나믹하게 돌아간다기보다는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이야기여서 이러한 진행 방식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머리를 비우고 쭉 읽게 되었는데 이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이었다. 페이지도 250 페이지 내외 정도여서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완독이 가능한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현주는 자신에게 굴러온 의붓아버지와 의붓동생 유미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같은 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유미를 이상한 논리로 설득한다거나 유미를 데려다 주는 교회 지인을 자신에게 역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성향이다. 유미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 역시도 각자의 사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로만 본다면 이렇게 정이 안 가는 캐릭터를 만날까 싶었다. 주인공 현주부터 시작해 의붓동생 유미, 의붓아버지, 현주의 남자 친구에 이르기까지 애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모두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물론, 의붓아버지는 항상 현주를 깍듯이 챙기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어느 정도 전개가 되면 진실이 읽혀진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인물의 성향에 초점을 맞추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사건은 그렇게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다. 읽는 내내 현주가 생각하는 미필적 고의라고 느끼는 지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것을 미필적 고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이나믹한 스릴러 소설은 아니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거나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