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월드
백승화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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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는 늘 하지 말라는 소리만 했다. / p.9

묵혀 둔 것들 중에는 마음의 부채처럼 남는 것들이 있다. 보통은 책 정리, 밀린 업무 등이 있겠지만 조금 다른 종류인 부채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안 읽는 책들과 못 본 영화 또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읽는 속도가 구매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아직 책상 위에 올려진 신간 도서들이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 재생 버튼을 누르지 못한 영상 매체들이 있다. 누가 강요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부채로 남는다.

이 책은 백승화 작가님의 소설이다. 그 부채 중 하나가 영화 <걷기왕>이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몇 년 전부터 꼭 보겠다고 다짐했던 영화인데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까지 아직 보지 못했다. 멀미가 심한 학생이 경보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느림을 선호하고 그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많은 감동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전에 신작 소식을 우연히 SNS에서 접해 이렇게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총 세 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방귀 며느리의 후손인 한 여고생, 갑자기 사라진 남편을 찾는 쌍둥이 엄마, 좀비 떼를 피해 탕비실에 숨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용이다. 띠지에 나와 있는 문구처럼 코믹하지만 다이나믹한 일들을 활극인데 과연 이 주인공들은 자신들 앞에 펼쳐진 사건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주변에 여고생은 많고, 쌍둥이 엄마 역시도 매체로 종종 접했다. 탕비실 사람들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 입장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있었다. 그 안에서 판타지 한 스푼이 담긴 이야기들은 웃으면서 읽기 좋았다. 페이지 수도 200 페이지 내외로 알고 있는데 한 시간 반 안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첫 작품인 <방귀 전사 볼빨간>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다홍이라는 인물이다. 다홍의 어머니는 조금 이상한 잔소리를 한다. 빼빼로와 복숭아맛 사탕을 같이 먹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다홍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 잔소리를 사전 삼아 담을 넘는다. 다홍은 방귀 며느리의 후손으로 어떤 조합으로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방귀를 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다홍의 히어로물이다.

역동적인 작품이어서 기억이 남았다. 다른 작품들도 빠른 스피드로 후루룩 읽혀지지만 유독 동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방귀라는 소재로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하지만 그만큼 소소하고 귀여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란 국민들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을 법한 방귀 며느리 이야기가 담겨서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모처럼 웃으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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