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지옥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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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게임이라니까요. / p.12

세상 난감한 질문 중 하나가 밸런스 게임이 아닐까 싶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한 듯하지만 그 게임의 시초인 질문부터 너무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이를 수치로 환산하지도 못하고, 가시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왜 굳이 아빠와 엄마 중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하는 걸까. 이 질문을 던질 사람은 이혼 법정에 선 판사님뿐이이라는 생각은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밸런스 게임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이 책은 김종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흥미 위주의 책을 찾다가 선택한 책이다. 언급한 것처럼 밸런스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용은 흥미로울 것 같았다. 주변에 말로서 밸런스 게임 지옥을 경험하게 해 주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스토리는 현실적이지 않을까. 워낙에 현실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정필규라는 인물이다. 성공한 영화 감독으로 인기가 있다. 정필규의 딸이 납치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딸을 납치한 이는 돈이 아니라 밸런스 게임이 목적인 사람이었다. 정필규에게 말도 안 되는 밸런스 게임을 제안하면서 여덟 가지의 밸런스 게임을 함께해 주면 딸을 풀어 준다는 조건을 내건다. 정필규는 딸을 위해 이 비현실적인 제안에 응하고, 범죄자와 정필규의 박진감 넘치는 게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술술 읽혔던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재미를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 기대에 부응했다. 굳이 깊이 상상하지 않더라도 스토리의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아무래도 딸을 납치한다는 내용이나 딸을 구하기 위해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 그 여정들이 허무맹랑하지만 읽는 내내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상상력이 약점인 사람인 나에게마저도 그게 그려진다는 게 신기했다. 두 시간 정도면 모두 완독이 가능할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결말에 드러나는 진실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정필규가 딸을 구하기 위해 밸런스 게임을 하게 되지만 더불어 납치한 이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특히, 밸런스 게임에서 정필규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납치한 배경을 알아가게 하는 과정이 드러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적 복수, 또는 사적 제재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다.

밸런스 게임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결말은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소설의 특성상 허구와 과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떠오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작품의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뉴스나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는 하다. 차라리 밸런스 게임이 현실적이고, 결말이 비현실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에게 지옥은 밸런스 게임이 아니라 악행을 경험했던 과거였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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