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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내겐 그런 이야기가 없다. 이렇게 말할순 있다. 그게 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 p.15
이 책은 서혜진 변호사님의 에세이다. 유독 최근 몇 년 사이의 법조인 직종의 에세이를 많이 읽는 것 같다. 전에 언급했던 박주영 판사님의 <어떤 양형 이유>, <괄호 치고>를 읽었고, 가장 최근에는 정명원 검사님의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을 완독했다. 심지어 너무 좋아서 전작인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도 구매해 조만간 읽을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다 이번에 변호사 직군의 서혜진 작가님 신작을 알게 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작가님께서는 고은 시인과 이윤택 감독,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유명인들로부터 시작되어 한때 큰 이슈였던 미투 사건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그밖에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현재 피해자 편에 서 계시는 분이다. 목차로는 4부로 나누어지는데 전반적으로 그동안 다양한 판례 사례들과 그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만난 피해자분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변호사 직군의 에세이를 읽었는지 기억을 돌이켜 보니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선, 요즈음 자주 읽는 에세이라는 측면에서 별 부담없이 넘겼는데 크게 어려운 부분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각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 관련 판례나 법 조항이 실려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물론, 사례 자체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더욱 신뢰감이 들었다. 대략 두 시간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인권 변호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변호를 하시는 분이셔서 잘 모르는 지인들로부터 '인권 변호사'라는 호칭을 종종 듣게 된다고 하셨다. 법에서는 인권 변호사라는 단어가 없을 뿐더러 작가님께서는 그 호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의 인권을 보호하는 만큼 상대 측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사실 변호사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돈에 따라 움직인다는 편견이 있었다. 부정을 저지르더라도 수임료만 잘 받는다면 강자의 편에서 변호를 해 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가지고 있는 편협함이 참 부끄러워졌다. 어떤 직업이든 안 좋은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 역시도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 왜 이렇게 부족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을까.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공격하는 성범죄자의 혀를 깨물어 장애에 이르게 한 과거 사건에서 법이 나아갈 방향성을, 변호사님께 욕설을 퍼부었던 한 청소년의 에피소드에서 법에서 다루지 못할 가정사를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이렇게 누구보다 피해자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 주시는 작가님과 같은 분들께서 힘을 써 주신 덕분에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