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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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그녀의 문신을 읽고 있는 걸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네모 아래에 메모를 남긴다. / p.14

이 책은 설라리 젠틸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주말을 이용해 읽게 된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소설이다. 가지고 있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예쁜 표지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마치 제목처럼 살인 편지를 직접 받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다. 이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서늘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해나와 리오이다. 해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며, 리오는 해나의 팬이다. 두 사람은 편지로 계속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먼 거리에 거주하고 있지만 나름 친분 관계가 두꺼운 것 같기도 하다. 리오는 편지로만 나타나는 인물이며, 해나는 소설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편지와 소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조금 독특한 구조의 작품이다.

해나가 쓰는 소설에는 프레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프레디 역시도 작가의 설정값을 가지고 있다. 프레디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비명을 듣게 되고, 그곳에 우연히 모인 세 사람과 친해진다. 법학을 전공한 윗, 심리학을 공부하는 마리골드, 같은 작가의 꿈을 꾸는 케인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하는데 그 안에서 또 사랑이 꽃피기도 한다. 네 사람의 이야기도 번갈아 진행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다. 초반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 액자식 구성을 가진 작품에서 흔하게 시점이 헷갈리는 약점이 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이해가 쉬웠다. 편지와 소설이 딱 끊어지는 게 매끄러운 점이 좋았다. 아마 추리 스릴러 장르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재미가 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90 페이지 정도인데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리오와 프레디의 감정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선, 리오는 읽는 내내 무례하게 보였다. 약어느 작가의 팬이 a 단어가 아닌 b 단어를 사용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까. 애정을 담은 건 알겠지만 섬뜩함이 들었다. 프레디는 그저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주변에서 아니라고 하면 다 이유가 있을 텐데 끝까지 사랑하는 이를 믿었다. 그 경계가 너무 아슬아슬했는데 혹시나 해를 입을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 장르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보니 인간의 감정이 더욱 강렬하게 닿았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장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마일드해서 부담이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등장하는 인물의 마음을 이리저리 생각하는 게 더욱 흥미로웠다. 거기에 색다른 구성은 덤이다. 이 작품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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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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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밀실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 p.11

여름이 되었다는 것을 의외로 독서에서 실감할 때가 있다. 이 정도 시기가 되면 으스스하게 느낄 수 있는 공포, 스릴러, 추리 장르의 작품들이 끌린다. 비가 온 이후 부쩍 습도가 높은 탓에 주말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물론, 읽을 책들 중에서는 무조건 원하는 장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손에 쥐는 것은 다 비슷한 장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가모사키 단로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미스터리 장르여서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에 밀실 소재의 작품들은 많이 못 읽은 것 같다. 대부분 전형적인 루트의 이야기가 익숙했는데 밀실은 이상하게 머리를 써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거리를 두었다. 그 유명한 <밀실 살인 게임> 시리즈도 안 읽었으니 그냥 거의 안 읽는다고 봐야 할 듯하다. 무더위가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밀실 호텔인 설백관을 방문한다. 설백관은 과거 소설 작가가 세운 호텔인데 밀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청소년기 때 함께 문예부 활동을 했던 미쓰무라를 만난다. 투숙하기로 했던 인원과 호텔 직원들이 차례로 의문의 살인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과 미쓰무라는 밀실 사건을 하나씩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밀실 소재의 추리 장르 작품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주인공과 같이 이를 풀기보다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기는 편이었다. 읽는 내내 스스로 생각하면서 읽지는 않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추리를 읽으면서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매력이 장르 소설을 읽는 재미인가 싶었다. 45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개인적으로 소설이 구축한 배경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삼 년 전의 밀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개입한다는 점이었다. 밀실 트릭을 분류하는 표도 있다. 사건으로 법이 개정되거나 정책이 바뀌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깊숙하게 관여를 한다는 게 새로웠다. 읽었던 추리 장르 소설 중 가장 세계관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이 지점이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비슷한 느낌도 들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독자로서 작가와 티키타카 하는 기분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종종 사건 안으로 끌어들인다거나 대답을 요구하는 등 참여하는 방식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대로, 독자는 현실에서 대리 만족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 허구의 가상 세계로 툭 밀어넣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에 같은 작가의 다른 신작이 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기대에 충족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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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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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크라테스는 정치범에 가깝다. / p.23

법 없이도 살 정도로 규칙을 잘 지켰는데 삼십이 넘으면서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자랑은 아니겠지만 법보다는 스스로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것 중 하나가 법의 공정성에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력에 따라 처벌이 상대적으로 변한다. 같은 죄를 지었어도 가난한 자는 징역을 살고, 부유한 자는 그냥 나온다. 특히, 최근 국가의 큰일을 치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과연 법으로 무엇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김웅 작가님의 인문학 도서이다. 사실 그래서 한동안 정치와 법 관련 비문학 책을 멀리 했었다. 읽을 때마다 답답했다. 오죽하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색깔을 띄는 작가님들의 작품도 안 봤다. 그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공부하고 비판할 수 있다면 하자. 법에 대한 내용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더 깊숙하게 들어가서 법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과거에 법은 어떻게 생긴 것이며, 우리가 아는 잔다르크와 소크라테스 등의 인물들이 어떻게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마녀재판이라는 어원의 유래와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피해를 받았는지 등 그동안 법 하면 궁금했던 질문들을 해결해 주었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법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서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서양사를 공부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물론, 춘향전의 일부와 원님 등 대한민국의 과거 심판 내용들도 등장했지만 대다수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다. 400 페이지 정도의 책이었는데 딱 네 시간이 걸렸다. 나름 메모하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마녀 재판과 미란다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녀 재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마녀를 끌어들여 자신의 죄를 벗을 수밖에 없는 당시의 시대상이 조금 인상적으로 남았다. 또한, 몇 마디를 고지하지 않아 자백이 무효화되어 성범죄자인 미란다가 무죄를 판결한 것을 계기로 미란다 원칙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법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개 국민으로서 잘 몰라서 드는 의문일지 모르겠지만 일부 정치적인 작가님의 의견들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연하겠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작가님의 사견이 많이 섞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게 다가왔다. 지식의 파이가 넓어지면 작가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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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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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가 나의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아서 그 없이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 p.71

이 책은 조조 모예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꽤 오래 전부터 <미 비포 유>라는 작품이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로 제작되어서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표지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작년에 하늘색 표지에 리커버로 출간되었는데 그때 구매하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시리즈가 아예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미 비포 유>를 영화나 소설로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북 크리에이터 님의 월말 정산 영상으로 줄거리만 대충 알고 있는 게 전부다. 그래서 읽기 전에 전작을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그게 아니더라도 줄거리 이해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읽기로 결정했다. 취향에 맞는다면 시리즈를 구입할 생각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루이자라는 인물이다. <미 비포 유>에서 윌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윌은 사고로 전신마비가 와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었고, 루이자는 그의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겉으로는 간병인이지만 내막은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는 윌을 막는 임무를 가졌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윌은 결국 존엄사를 택했고, 루이자는 혼자 남게 된다. 이 책은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이자는 윌이 떠난 상실감으로 방황하다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전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어느 정도 줄거리를 알고 있던 터라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등장하는 인물에 몰입해 읽다 보니 금방 완독이 가능했다. 500 페이지 정도의 책이었는데 대략 세 시간 반 정도 걸린 듯하다.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작품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루이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읽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 감정들이 멀게 느껴졌다. 특히, 사랑 자체에 큰 낭만이나 관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조금 더 비관적으로 루이자의 행동을 보게 되었던 면도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연인을 잃은 아픔은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버릴 정도인가 싶었다.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다시 재독한다면 조금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일부 단편만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루이자가 릴리를 만나고, 샘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스토리는 충분히 와닿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이 시리즈 전체를 읽고 싶다. 루이자가 느꼈던 그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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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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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잃은 한 사람의 상실감, 더 나아가 성장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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