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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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힌 것도 잠시였다. / p.18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부터 종종 작가의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월요일의 말차 카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달이 뜨는 숲>까지 총 네 권을 읽었다. 모두 일정한 플롯을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신작이 기대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작이 반가웠다.

소설은 번화가에서 일어난 이상한 말 한마디로부터 시작된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의 한 남자가 프로그램의 인터뷰에 알 수 없는 말을 던진다. 그것은 바로 인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후 다섯 시까지 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SNS에서 퍼진다. 직접적으로 왕자를 보았거나 간접적으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작 소설의 형태로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의 작품이 흘러가는 방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읽기 전에도 부담보다는 반가움이 더욱 컸다. 지금까지 읽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아예 비슷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그래서 익숙하게 책장을 넘겼다. 25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등장한 이야기 <사랑은 어리석어>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 이야기의 화자는 무명 배우인 듯하다. 소속사를 나가는 길에 우연히 같은 날에 일을 그만 두는 손 모델을 만난다. 그녀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 결국 커플이 된다. 그들에게 행복한 길만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걸린다. 무엇보다 그녀의 연인으로서 자신감이 부족한 남자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왕자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

다른 이야기들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첫 이야기여서 그런지 유독 크게 와닿았다.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몰입해 읽었다. 물론, 연하의 이성과 연애한다거나 결혼을 앞둔 사람도 아니지만 상상하니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과연 화자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이성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화자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인어가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설정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각의 화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 판타지 한 스푼이 너무나 따뜻하게 와닿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인어는 등장하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있지 않을까. 거기에 다른 이야기에서 읽었던 인물이 스치고 지나갈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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