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평점 :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착하게 살고 싶었다. / p.10
편견을 가지는 것은 참 위험한 일이지만 경찰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강한 사람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경찰을 장래희망으로 외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선생님을 외쳤고, 경찰은 전혀 보기에도 없었다. 겁이 많은 나에게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박미옥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요즈음 종종 직업인이 쓰는 에세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형석 작가님의 <고작 이 정도의 어른>, 재영책수선 작가님의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등의 서적이 그렇다. 직업인의 이야기들은 늘 인사이트를 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에세이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우선, 박미옥 작가님의 삼십 년 넘게 경찰로 일하셨던 분이다. 그것도 형사기동대의 첫 여성 형사로 근무하셨다. 현재는 후배와 각자 집을 두고 살고 있지만 마당을 공유하는 제주도의 집에서 공유 서재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다. 이 에세이에서는 처음 경찰을 꿈꾸게 되었던 순간부터 현재 살고 있는 이야기까지 전반적인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경찰과 형사로서의 삶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에세이의 특성에 맞게 술술 쉽게 읽힌다.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 않고, 경찰에 대한 용어들도 설명이 되어 있다 보니 이해하는 것도 쉬웠다. 읽으면서 경찰로서의 삶이 온전히 느껴졌다는 점에서 감정적으로는 크게 동요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참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희노애락을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님의 마인드이다. 이 지점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경찰이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사실 범죄를 저지르는, 온갖 악행이 난무하는 사람들을 보는 형사과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을 찾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저절로 소멸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작가님의 글에서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이런 느낌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용의자가 범죄를 저지른 원인에 집중할 때 용의자의 감정 상태를 먼저 걱정했던 용의자 아버지의 한마디에 작가님께서는 깨달음을 얻고 담배를 주면서 진심 어린 조언을 했었다고 한다. 이후 우연히 박 형사님이 아니냐며 먼저 인사를 했던 그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실 무언가의 말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는 것도, 범죄자이기 이전에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을 전했던 마인드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요즈음 흔히 말하는 강강약약의 표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직업의 특성상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집단에서 편견과 차별에 굴하지 않고 능력을 펼치셨다. 성희롱 발언을 들었던 후배에게 작가님은 더욱 큰 화를 냈다고 했다. 그 발언은 누가 봐도 수치심이 느낄 발언이었는데 그럴 때는 말로 받아쳤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먼저 앞서나간 형사로서 같은 여성 후배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선배가 되었으며, 성차별적인 상사나 악한 범죄자들에게는 한없이 강한 직업인의 면모가 참 부러우면서도 본받고 싶었다.
그밖에도 작가님의 마인드가 드러나는 문장들은 마음을 울렸고, 다소 몰상식한 지인들이 떠올랐다. 더불어 스스로의 삶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열정, 사람에 대한 애정 등 어느 하나 거를 수 없는 온전한 마음들이 하나하나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근무하는 나의 직업 특성상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 들어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그것 또한 꾹꾹 눌러 담았다.
멋진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내 좋았고 또 좋았다. 작가님의 인생을 이 에세이로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마인드만큼은 따라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했던 글이었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느꼈던 온전한 마음을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