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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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 / p.13

한동안 부커상으로 책 읽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시끌시끌 이야기가 많았다. 가장 큰 주제는 한국 작가인 천명관 작가님의 작품이 최종 후보까지 올라왔다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이 최종후보에,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강 작가님의 작품이 있었는데 정작 부커상 관련 작품은 읽은 기억이 없다. 사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도전했지만 취향과 너무 달랐고,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은 기괴하다는 후기를 듣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이번 기회에 천명관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기회를 보고 있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얼마 전 부커상 수상작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심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천명관 작가님의 작품이 되기를 기도했었다. 결과는 다른 작가님께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다. 그러나 가수와 영화, 스포츠 등 흔히 말하는 K-Culture에 대한민국의 소설도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아서 뿌듯한 기분으로 달랬다. 부디 다음 부커상에는 대한민국 작가님의 이름 석 자가 보이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 책은 데이먼 갤것의 장편소설이다. 수상작품집을 참 좋아하고, 수상작들도 찾아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부커상 작품과는 큰 교차점이 없었다. 아무래도 시도했었던 한강 작가님의 작품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아직도 크게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이번에 신작으로 2021 년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소설은 아모르라는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모르가 다니는 학교의 스피커에서 이름이 나왔다. 교장선생님은 그녀를 보고 안타깝다는 말을 꺼냈고, 친척이 학교에 와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으로 서술이 되고 있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언니, 오빠가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아모르는 가족들이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줄거리 자체는 너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읽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작품에 드러나는 백인의 눈으로 보는 폭력적인 시선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탓이다. 이해와 별개로 편견 자체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불편함도 많이 느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읽는 것 자체가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백인의 폭력적인 시선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아모르 가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집단이다. 초반에 아모르의 엄마는 흑인의 가정부인 살로메에게 집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망한 이후에도 아버지, 언니, 오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각자 저마다의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대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폭력적인 시선이자 편견으로 느껴졌다. 그저 말이 안 되는 이유로만 느껴졌다. 그나마 아모르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갔지만 살로메 아들의 말을 보는 순간 그마저도 백인의 폭력적인 시선이었다는 점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살로메를 향한 시혜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그밖에도 몰랐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나 배경은 참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먼 나라로 생각했기에 그동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어렵고 또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인종 차별이 아닌 그 이상의 동정적인 태도나 그것 또한 폭력이라는 점을 이 작품으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동안 조금 멀게 느껴졌던 부커상이 가깝게 느껴졌으며, 그만큼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하나씩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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