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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정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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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되뇌지만, 사실은 너무도 외롭고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싶다. / p.7
생활 패턴을 아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외롭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회사와 집이라는 일정한 루틴만 왔다갔다 다니고, 취미도 드라마나 예능 시청 또는 독서 정도만 하는 편이기에 사람이 그립지 않냐고 되묻는다. 행동이 독립적이지는 않지만 나름 혼자 지내는 게 남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더욱 편한 스타일이다 보니 그렇게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낄 일이 없었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 봐야 무방할 듯하다.
삼십이 넘어서 지금은 예전에 비해 사람들을 그래도 조금 만나는 스타일로 변화됐다. 그렇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종종 그리울 때가 있으니 주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자차를 가지고 있고 운전이 가능하다 보니 가동 범위가 넓어진 면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사람이다 보니 같은 사람의 향기나 소리가 떠오른다. 이럴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민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요즈음 생각하는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어서 눈길이 갔다. 예전에는 고독을 모른다고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할 것 같은데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고독이 궁금해졌다. 또한, 등장인물들에게 고독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알고 싶어져서 읽게 되었다.
작품에는 이름보다 알파벳으로 닉네임이 정해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A이라는 인물은 삼십 대 초반의 출판사 편집자로 전 남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사랑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지만 사람을 그리워한다. B라는 인물은 역시 삼십 대 초반의 대기업 직원으로 말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자이지만 신혼여행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역시나 연애와 담을 쌓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C와 N는 이십대 중후반의 인물로 회사원과 인플루언서이다. C는 조금 어른스러운 반면, N은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전형이다. 그밖에도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사십 대 초반의 작가 지망생 D와 오십 대 초입에 들어선 G가 있다.
이들이 브이로그 형식으로 각자 혼자 사는 삶을 말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사생활은 최대한 숨긴 채로 익명 단체 대화방에 초대가 된다. 생존 신고부터 시작해 서로 속상하거나 슬픈 일들, 그리고 기쁜 일들을 함께 나누면서 가까워졌는데 더 나아가 누군가는 사랑을 느끼고, 함께 동지애를 느낀다. 이들이 말하는 고독 이외에도 연관성을 가진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모든 인물들에 공감이 되었지만 가장 비슷한 인물은 A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이 또래가 비슷하고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는 게 너무 공감이 되었다.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은근히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종종 있었는데 A가 딱 그렇다. 또한, 다른 인물들에게 배려하고 공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에서 부러움과 동시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한데 작품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공감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너무 좋았다. 그밖에도 인간이 왜 혼자일 수 없는지, 인생을 왜 살아가야 하는지 등 약간은 철학적인 내용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나이대부터 직업까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저마다의 이유로 혼자 지내왔던 인물들이었는데 왜 하나같이 나의 심정을 다루었는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사랑에 대한 배신을 느낀 적도 없고, 인플루언서로 활동하지도 않고, 신혼여행 근처도 간 적이 없는데 말이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위안을 삼은 것처럼 나 역시도 그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아서 너무 좋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