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현재 역사적 위기에 살고 있다. / p.15

죽음이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보다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자는 건강 또는 노화에 대한 죽음이라면 후자는 우연한 사고로 인한 죽음이지 않을까. 특히, 운전을 많이 하는 직종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사고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책은 호세 코르데이로와 데이비드 우드의 과학 도서이다. 주제 자체가 흥미로워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동안 소설을 통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종종 깊게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은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책은 "인간이 불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왜 죽음을 거부하는지, 인간이 불멸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인간이 불멸한다면 사회와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인간의 죽음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과학 그것도 생물학에 초점을 맞추어 노화의 과정이나 유전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지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들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깊이 고찰한다거나 봤던 적이 없었기에 어려움보다는 흥미로움을 더욱 느끼면서 하나하나 정독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노화에 대한 이야기와 장수에 자본을 투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노화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신체가 퇴화하는 과정이다. 책에서는 노화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사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게 인정이 되는 만큼 이 부분은 새롭게 와닿았다.

또한, 장수에 자본을 투입하는 사람들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불멸의 삶을 살기 위해 몸에 좋은 것들을 찾았던 진시황의 사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세계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CEO들이 생명 연장을 위한 생명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사례는 뉴스를 통해 종종 들었지만 말이다. 책 자체가 어려웠고, 또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책이었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고,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 p.8

이 책은 김형석 선생님의 에세이이다. 작년 말 정도에 선생님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성인의 지혜를 통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고자 골랐던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반년이 지난 지금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시즌 1에서와 같이 선생님께서 살아오시면서 만났던 이들과의 이야기들과 철학, 그리고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시즌 1이 행복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이번 시즌 2는 조금 더 행동적인 측면에서 하나씩 부각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나 많은 고민들을 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종교, 결혼, 양육 등의 키워드가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편이었다. 종교는 선생님께서 교수로 계셨던 Y 대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있는 곳이며, 신앙 생활을 하시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종교에 대한 믿음이 글 곳곳에 드러나 있었는데 무조건적으로 종교를 찬양한다거나 옹호하는 입장이 아닌 기독교의 박애 정신을 위배하는 일부 종교인들에 대한 비판은 인상 깊게 보았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결혼과 양육이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고 말씀하시는 듯 느껴졌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일이며, 결혼 역시도 필요하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자녀를 키워야 한다, 또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입장보다는 결혼을 한다면 남편과 아내가 자녀를 키우는 게 공동 책임이므로 같이 잘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 지점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그 지점도 다르게 와닿았다.

사실 선생님께서 살아오셨던 인생과 지금 삽십 대의 시각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었다. 부모님 연배와도 세대 차이라는 게 있는데 거의 칠십 년을 뛰어넘은 나라는 독자와 선생님 사이의 간극은 좁힐 수가 없지 않겠나 싶다. 더군다나 당시 시대상으로는 결혼과 출산, 양육이 하나의 인생 과업이었을 테지만 지금 현재는 필수가 아닌 선택 조건으로 바뀌었기에 그게 곧 행복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남자는 무조건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 이라는 역할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 대신 함께 가정을 일구어야 한다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깨어 있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편견이 깨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자연 속에서 가장 자비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 p.29

요즈음 들어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 중 재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듯하다.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유 중 하나는 종종 생각이 나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과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작품도 좋지만 기존 작품으로부터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또 다른 독서의 기쁨으로 남게 되다 보니 재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김주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년 10월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책이다. 당시 재외동포인 다른 작가님의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원작을 읽으려고 계획하던 중 이 책이 먼저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 큰 여운을 받았다. 물론, 계획하던 책은 아직 못 읽었지만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다시 리뉴얼이 되었다고 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첫 시작은 남정호 부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정호의 아버지인 남경수는 호랑이를 잘 잡는 사람으로 이르미 알려져 있는 듯한데 남정호는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정호는 길거리는 떠도는 신세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왕초가 되어 흔히 말하는 거지들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인물인 이명보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호의 입장에서 하나씩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의 정호가 세상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변화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번 읽으니 느낌이 또 새로웠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은 생겼지만 마음이 가는 인물이 조금은 달라진 듯하다. 물론, 정호는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기는 하다.

재독을 하게 되면서 눈에 띄는 인물은 옥희라는 인물이었다. 첫 완독 초반에 가장 애정이 갔던 인물이기는 했지만 나중에 정호에게 조금 밀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 재독을 하다 보니 옥희에게 더욱 애정이 갔다. 다시 보니 너무 기구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호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인물이었다면 옥희는 숨어서 노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나라를 위해 군인이 된다거나 나서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뒤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숨은 조력자의 느낌을 하나씩 다가간 인물이었다. 다시 읽다 보니 더욱 와닿게 되었다.

재독을 하겠다고 다짐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실천에 옮긴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거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다시 읽으니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었지만 그에 비례할 수 있게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만큼 재독, 삼독을 해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행동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 p.565

흔히 말하는 벽돌책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평소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며, 스토리가 길면 길수록 설렘보다는 부담을 느끼다 보니 평소에 책을 고르는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페이지 수일 정도로 나름 예민하게 반응한다. 누군가는 두께에 비례해 책에서 흥미로움을 가질 수 있겠지만 집중력이 습자지 수준으로 얇은 독자에게는 그게 벽돌로 마음을 내리누르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은 앤서니 도어의 장편소설이다. 주제 자체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서들에게 바친다는 책 뒷표지의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사서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배경이 다양한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고대 시대의 안나와 오메이르, 50년대의 지노, 비교적 최근 시기를 살고 있는 시모어, 먼 시대를 살고 있는 콘스턴트이다. 이들은 책으로 하나가 되었다. 전부 각자의 세계에서 차별을 받는다거나 힘들게 살아가지만 하나의 책으로 나름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소설은 각자의 서사와 함께 이들을 하나로 묶는 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각자가 가진 차별의 상황이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다. 안나는 당시 가지고 있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지노는 인종차별을 받았던 인물로 보였다. 오메이르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으며, 시모어는 어떻게 보면 특이한 행동으로 주변에서 열외되었다. 콘스턴트는 지구의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나름의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깨우침을 느낀다거나 번역을 하는 등 변화되는 모습은 흥미롭게 느껴졌다. 비록, 긴 페이지 수의 작품이지만 나 역시 안나, 오메이르, 지노, 시모어, 콘스턴트의 각 인물이 되어 한 페이지 곱씹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손에 놓치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은 역시 하나로 이어준다는 측면에서 232페이지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저 책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문, 또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란다.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앞으로 넌 오늘 본 것을 평생 누리게 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일로 돈을 벌어서 남은 인생을 글라이더처럼 살면 돼. / p.13

이 책은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이다. 띠지에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고르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를 표현한 듯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은 길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게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무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세상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간다는 게 힐링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작품은 두 가지 시선으로 교차가 되어 진행한다. 하나는 화자가 소년으로 에이전트 하루토라는 인물을 만나 스파이로 활동하는 이야기이며, 또 하나는 신입사원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이야기는 언뜻 보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나와시로 호수라는 공간적인 배경에 접점이 생기면서부터 두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또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일어나는 배경부터 등장하는 인물까지 뭐 하나 비슷한 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의 스파이 이야기는 sf 느낌을 주는 먼 나라의 이야기, 후자의 신입사원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래서 읽는 내내 후자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신입사원의 이별 이야기와 회사에서 만난 상사와의 사랑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신입 사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과장님이었다. 과장님은 회사에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항상 달고 사는 인물이다. 신입사원의 눈에는 그게 늘 의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우습게 보든 과장님은 꿋꿋하게 모든 이들에게 친절했다.

전체 인물 통틀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기도 했는데 평소 미안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우습게 본다는 이야기를 듣기까지 했는데 그냥 작은 일에도 그렇게 말하고 생각해야 하루를 낫게 보낼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런데 읽으면서 과장님의 생각에 감탄했고 또 소설의 인물이지만 존경스러웠다. 특히, 중반부에 이르는 과장님의 행동과 태도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에 이르러 신입사원과 스파이를 하나로 이어주는 이야기가 가장 제목을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와닿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도 큰 사건이 없는 일들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살아간다.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