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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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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돈을 벌어서 남은 인생을 글라이더처럼 살면 돼. / p.13
이 책은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이다. 띠지에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고르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를 표현한 듯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은 길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게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무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세상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간다는 게 힐링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작품은 두 가지 시선으로 교차가 되어 진행한다. 하나는 화자가 소년으로 에이전트 하루토라는 인물을 만나 스파이로 활동하는 이야기이며, 또 하나는 신입사원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이야기는 언뜻 보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나와시로 호수라는 공간적인 배경에 접점이 생기면서부터 두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또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일어나는 배경부터 등장하는 인물까지 뭐 하나 비슷한 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의 스파이 이야기는 sf 느낌을 주는 먼 나라의 이야기, 후자의 신입사원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래서 읽는 내내 후자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신입사원의 이별 이야기와 회사에서 만난 상사와의 사랑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신입 사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과장님이었다. 과장님은 회사에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항상 달고 사는 인물이다. 신입사원의 눈에는 그게 늘 의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우습게 보든 과장님은 꿋꿋하게 모든 이들에게 친절했다.
전체 인물 통틀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기도 했는데 평소 미안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우습게 본다는 이야기를 듣기까지 했는데 그냥 작은 일에도 그렇게 말하고 생각해야 하루를 낫게 보낼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런데 읽으면서 과장님의 생각에 감탄했고 또 소설의 인물이지만 존경스러웠다. 특히, 중반부에 이르는 과장님의 행동과 태도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에 이르러 신입사원과 스파이를 하나로 이어주는 이야기가 가장 제목을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와닿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도 큰 사건이 없는 일들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살아간다.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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