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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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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행동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 p.565
흔히 말하는 벽돌책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평소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며, 스토리가 길면 길수록 설렘보다는 부담을 느끼다 보니 평소에 책을 고르는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페이지 수일 정도로 나름 예민하게 반응한다. 누군가는 두께에 비례해 책에서 흥미로움을 가질 수 있겠지만 집중력이 습자지 수준으로 얇은 독자에게는 그게 벽돌로 마음을 내리누르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은 앤서니 도어의 장편소설이다. 주제 자체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서들에게 바친다는 책 뒷표지의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사서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배경이 다양한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고대 시대의 안나와 오메이르, 50년대의 지노, 비교적 최근 시기를 살고 있는 시모어, 먼 시대를 살고 있는 콘스턴트이다. 이들은 책으로 하나가 되었다. 전부 각자의 세계에서 차별을 받는다거나 힘들게 살아가지만 하나의 책으로 나름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소설은 각자의 서사와 함께 이들을 하나로 묶는 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각자가 가진 차별의 상황이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다. 안나는 당시 가지고 있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지노는 인종차별을 받았던 인물로 보였다. 오메이르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으며, 시모어는 어떻게 보면 특이한 행동으로 주변에서 열외되었다. 콘스턴트는 지구의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나름의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깨우침을 느낀다거나 번역을 하는 등 변화되는 모습은 흥미롭게 느껴졌다. 비록, 긴 페이지 수의 작품이지만 나 역시 안나, 오메이르, 지노, 시모어, 콘스턴트의 각 인물이 되어 한 페이지 곱씹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손에 놓치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은 역시 하나로 이어준다는 측면에서 232페이지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저 책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문, 또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란다.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앞으로 넌 오늘 본 것을 평생 누리게 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