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출근하지 않는다 - 번아웃과 이직 없는 일터의 비밀
앤 헬렌 피터슨.찰리 워절 지음, 이승연 옮김 / 반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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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위한 보편적 설계는 당연히 더 포용적이다. / p.87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자기 일하던 현장이 휴관으로 바뀌면서 기획했던 프로그램은 시작조차도 하지 못했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일시 중단 상태가 벌어졌다. 이미 회기와 마무리까지 전부 계획이 되어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잘못하면 다음 해를 넘기는 상황까지 우려가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뜨기 시작한 게 비대면 화상 통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윗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르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해 이를 강행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대면 프로그램에 비해 호응도나 진행률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되어 돌아왔다. 사실 그렇게까지 의견을 관철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부분 하나는 지금까지도 만족스러웠고 보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책은 앤 헬렌 피터슨과 찰리 워절의 노동에 관련된 서적이다. 사실 요즈음 고민 중 하나가 번아웃이다. 사실 이직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터라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번아웃의 조짐이 하나씩 느껴지고 있다. 업무와 일상을 떨어트려서 생각하고 싶기도 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재택 근무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일의 효율성과 근무 환경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장점과 단점 등을 파헤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간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근무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일하는 현장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번아웃이 올 수 있으며, 일과 삶 그 사이에 밸런스를 맞출 수 없다. 또한, 직원들 사이의 유대감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책의 내용은 유연성, 기업 문화, 사무실 테크놀로지, 공동체라는 요소를 가지고 하나하나 예시를 들었다. 이는 번아웃이 없는 직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개념 단어만 보고 생각했던 내용에 비해 책에서 표현한 내용은 훨씬 더 구체적이거나 광범위했다. 읽으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공감이 되어서 좋았다. 깊이 곱씹어서 읽을 수 있어서 그 지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유연성이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추측으로는 유연성 하면 유연 근무제라는 게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근무하는 시간을 조절한다거나 스타일을 조율하는 일 등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는데 책에서 나오는 유연성은 직원들을 필요에 의해 신속하게 고용했다가 그 가치가 사라지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정규직일 경우, 그렇게까지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게 책에 등장하는 미국 사회보다는 어렵다는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졌지만 기업의 입장의 내용이어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유연근무제가 어떻게 보면 고용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는 측면이라는 점을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재택 근무에서 직원들의 유대감을 약화시킨다는 측면의 반대되는 의견으로 헬렌의 사례가 가장 공감되었다. 그렇게까지 많은 페이지 수를 차지하는 내용은 아니었는데 팬데믹 8개월 차 때 누구보다 행복했다고 말한다. 헬렌은 테크 스타트업 직원으로서 비대면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듯했는데 완전 내성적인 성향이었기에 대면 업무 중 직원들을 비롯해 타인들과 소통할 때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극강의 내향형 인간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걱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재택 근무의 단점도 단점이지만 이러한 장점들이 뇌리에 오래 남았다.

미국의 사례이면서 비대면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괴리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단순하게 재택 근무는 나쁜 것이다, 또는 유연 근무는 좋은 것이다 등 일방적인 하나의 주장이 아닌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예시와 나쁜 예시를 모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번아웃이 없는 현장의 조건을 대한민국, 그리고 가지고 있는 직업에 맞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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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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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자연이 연출하는 거대한 설치 미술이다. / p.141

원래 날씨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 시기는 항상 날씨를 보게 된다. 첫 번째 이유는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직업상 보게 되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누구보다 이 장마 시즌을 싫어하는 편이다. 비가 오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습기를 가득 머금은 이 꿉꿉한 날씨를 너무나 싫어한다. 덕분에 딱 이 시기가 되면 다른 때보다 짜증 지수가 오른다. 진짜 예민해진다.

이 책은 이우진 선생님의 날씨에 대한 도서이다. 날씨는 요즈음 관심도가 높은 편이기에 눈에 들어왔는데 음악과의 연관성이 궁금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아이돌 그룹 비스트나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송대관 선생님이나 엄정화 님의 노래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날씨의 음악이라는 제목 자체에 호기심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이신 이우진 선생님은 기상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한반도의 날씨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 OST,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날씨 등 기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흥미로웠고, 중간에 이르러서는 재미있었다. 기후 전문가의 책인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이해하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두꺼운 페이지 수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학창 시절을 많이 떠오르게 했다. 자연과학계열을 선택했기 때문에 당시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을 배웠는데 편서풍, 저기압, 고기압이라는 용어들이 참 익숙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의 지식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었다. 물론, 저지고기압, 절리저기압의 심화로 느껴진 용어들은 새롭기도 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이 삽입되어 있거나 일상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신 부분이 참 좋았다. 예를 들면, 봄이 오는 시기가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예시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는 광역 버스를 언급한다. 또한, 서두에 언급했던 저지고기압과 절리저기압이라는 용어는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도록 자연의 바위와 물을 예시로 들었다. 자체로만 보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렇게 시각적이고도 현실적인 예시가 있다 보니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중반에 이르러 우리의 일상과 비유한 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지개를 하나의 설치 미술로, 안개를 보고 인생의 불확실성, 날씨가 자연적인 것과 동시에 사회적인 현상으로 표현하는 등 현실적으로 너무나 와닿는 이야기들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조금 멀게 느껴졌던 날씨가 가까워지는 느낌도 받았다. 곽재식 작가님의 추천사가 단박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밖에도 그동안 잘 몰랐던 동해와 서해의 기온 차이와 비행기 사고 등의 이야기들은 새로 알게 된 사실이어서 재미있었다. 날씨라는 주제로 조금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상식들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이 책을 읽는 시간들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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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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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적으로도 경험상으로도 그런 사람일 수밖에 없다. / p.92

일어나 보니 또 다른 내가 옆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각한 적이 없다. 그렇게 와닿지도 않는 전제이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다면 기절할 듯하다. 처음에는 꿈인지 의심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자각하는 순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현실성이 없는 일로만 느껴진다.

이 책은 박서련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믿고 보는 작가님 중 한 분이 박서련 작가님이다. <체공녀 강주룡>, <마법 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라는 장편소설을 이미 읽었고, 앤솔로지 작품과 에세이까지 섭렵했다. 아직 안 읽은 작품이 많기는 하지만 조만간 읽을 계획이기에 가장 빠르게 도장깨기를 할 수 있는 작가님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됐다. 작가님 작품에서 느껴지는 통통 튀는 소재와 발랄한 세계관들이 개인적인 취향과 너무 잘 맞았기에 더 미룰 이유도 없었다.

소설집에는 총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또 다른 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던 사건을 다룬 표제작 <나, 나, 마들렌>을 비롯해 박서련 작가님 특유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실렸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퇴근 후 시간을 조금씩 내서 한 편씩 읽을 수 있었고, 하나하나 너무 취향에 잘 맞아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 수도 그렇게 두꺼운 편이 아니어서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동안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당당하면서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소외가 된다거나 주류가 아닌 이들이었다. <나, 나, 마들렌>에서는 동성 연애를 하는 이들이, <김수진의 경우>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이가, <오직 운전하는 사람들만이 살아 남는다>에서는 좀비로 어지러운 시대에서 살고 있는 이가 등장한다. 그밖에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만 묘하게 한물이 간 듯한 성우의 사랑 이야기도 나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수진의 경우>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성전환이 과거에 비해 유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수적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보였던 내용이었다. 성별을 가리고 본다면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방송인 사오리 님의 일화가, 더 최근에서 기사로 보았던 동성 부부의 출산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했었다. 물론, 조금 다른 기준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의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특유의 문체나 세계관들에 조금 더 사회적인 이슈를 던졌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이야기 자체는 가볍고 술술 읽혀졌지만 덮고 나면 현실과 맞물려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그것조차도 완벽했던 작품집이었다. 아마 앞으로 박서련 작가님의 도장깨기는 더욱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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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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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이름을 얻고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의 무게를. / p.51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도 인상 깊게 남은 영화 중 하나가 'HER'이라는 작품이다. 이전에 SF 소설을 리뷰할 때에도 언급했던 적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종종 이 작품에 대한 주제를 던지기도 한다. 과연 인간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SF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소재이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영화로 보았을 때에도, 그리고 작품으로나마 접했을 때에도 놀라면서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과연 진실된 사랑일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다면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인간이 가지는 사랑의 감정은 이미 경험했기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진실일까.

이 책은 김규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내용 하나 모르고 고르게 된 책이다. 뭔가 모를 호기심이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새로운 작가님들의 작품에 크게 거부감이나 불호가 아니기에 신선함이 기대가 되었다. 물론, 자주 인터넷 서점 사이트로 출판사 서평이나 줄거리를 읽지만 그래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이라는 인물의 사람이다. 인간의 형체를 띈 안드로이드 회사 샴하트의 수장이다. 과거에는 인공지능과 거리가 먼 전공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샴하트는 의뢰인들의 요청을 받아 세상을 떠난 인물의 모습을 띈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고 또 판매하는 회사이다.

제이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았다. 처음에는 그런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제이가 가지고 있는 상처나 결핍은 그런 과거의 일들로부터 생긴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안드로이드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도 안드로이드를 옆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벌어진 돌발 상황으로 인해 큔이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던 제이는 점점 큔에게 마음이 가고, 이를 혼란스러워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은 큔과 제이의 유대감이다. 처음에 제이는 큔을 믿지 못하고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지만 큔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이를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 보면 신경이 쓰이는 법이기에 제이는 자신도 모르게 큔에게 감정이 갔는데 이게 의문으로 남았다. 자신이 안드로이드 어머니를 통해 유대감을 느꼈음에도 그에 못지 않은 상처로 큔을 믿지 못하는 모습은 흥미롭게 보였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보다 서로에게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 마음에 묘했다.

읽으면서 영화 'HER'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강하게 느꼈다. 가장 크게 다가온 느낌은 충격이었고, 다음에는 공감, 마지막에는 여운이 남았다. 마치 제이처럼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제이의 혼란스러운 감정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니 뭔가 미묘한 여운이 잔잔하게 깔렸다. 어느 순간도 책을 놓치기 싫을 정도로 푹 빠졌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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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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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나를 발견해 준 것이다. / p.87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오가와 이토의 두 번째로 읽게 되는 책이다. 사실 전에 읽었던 장편소설이 어둡게 느껴졌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호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오가와 이토의 작품들이 종종 눈에 보였기에 고르게 되었다. 거기에 성장 소설이라는 점은 기대를 주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류라는 인물의 한 남자이다.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류. 이렇게 네 명이 가족인 듯한데 한적한 호카타라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곳에는 음식 솜씨가 좋으신 기쿠 할머니와 자상한 스바루 아저씨가 계시고, 우연히 만나게 된 바다라는 이름의 강아지까지 류에게는 그야말로 평안을 주는 동네이다. 거기다 류는 매년 여름마다 놀러 오는 릴리라는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중이다.

릴리는 류의 누나와 같은 학년의 친구이기는 하지만 류보다 겨우 몇 달 빠른 동갑 친구이다. 처음에는 보통의 친구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류는 릴리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꼈고, 어린 나이에 두 사람은 뽀뽀를 하는 등 친구 이상 연인 이하 관계를 유지하는 듯하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정서적인 거리가 가까워졌고, 연애를 하게 된다. 류의 시점으로 흐르지만 류와 릴리와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전에 읽었던 작품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남았다. 사실 크게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었지만 너무 일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이다. 릴리의 가정사나 류가 대학 시절 만난 친구의 경우에는 조금 독특한 케이스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 등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물론,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특성상 조금 거리감이 있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성장 소설이라는 점보다는 연애 소설처럼 느껴졌는데 릴리와 류의 사랑 이야기가 부각이 된 듯했다. 류가 느꼈던 감정부터 첫 뽀뽀, 더 나아가 첫 경험까지 풋풋한 설렘을 주었다. 특히, 류가 릴리와 있을 때 느꼈을 그 묘한 느낌은 책을 덮은 다음에도 꽤 오랫동안 남았다. 류가 가장 크게 성장한 지점은 사랑을 통한 성숙함이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와의 이별은 참 마음 아프게 남았다. 사실 갑자기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과거 키우던 강아지와의 일들이 스치고 지나가 더욱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었다. 그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책감으로 남은 부분 중 하나인데 류가 성인이 되어서도 바다를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더욱 생생하게 남았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았다는 부분이 좋았다. 그러나 결말을 끌어내고자 하는 장치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성적인 측면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아마 서두에 언급했던 거리감이었다. 그것을 제쳐두고 본다면 류가 겪어온 성장이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어서 그게 참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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