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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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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적으로도 경험상으로도 그런 사람일 수밖에 없다. / p.92
일어나 보니 또 다른 내가 옆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각한 적이 없다. 그렇게 와닿지도 않는 전제이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다면 기절할 듯하다. 처음에는 꿈인지 의심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자각하는 순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현실성이 없는 일로만 느껴진다.
이 책은 박서련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믿고 보는 작가님 중 한 분이 박서련 작가님이다. <체공녀 강주룡>, <마법 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라는 장편소설을 이미 읽었고, 앤솔로지 작품과 에세이까지 섭렵했다. 아직 안 읽은 작품이 많기는 하지만 조만간 읽을 계획이기에 가장 빠르게 도장깨기를 할 수 있는 작가님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됐다. 작가님 작품에서 느껴지는 통통 튀는 소재와 발랄한 세계관들이 개인적인 취향과 너무 잘 맞았기에 더 미룰 이유도 없었다.
소설집에는 총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또 다른 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던 사건을 다룬 표제작 <나, 나, 마들렌>을 비롯해 박서련 작가님 특유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실렸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퇴근 후 시간을 조금씩 내서 한 편씩 읽을 수 있었고, 하나하나 너무 취향에 잘 맞아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 수도 그렇게 두꺼운 편이 아니어서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동안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당당하면서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소외가 된다거나 주류가 아닌 이들이었다. <나, 나, 마들렌>에서는 동성 연애를 하는 이들이, <김수진의 경우>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이가, <오직 운전하는 사람들만이 살아 남는다>에서는 좀비로 어지러운 시대에서 살고 있는 이가 등장한다. 그밖에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만 묘하게 한물이 간 듯한 성우의 사랑 이야기도 나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수진의 경우>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성전환이 과거에 비해 유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수적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보였던 내용이었다. 성별을 가리고 본다면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방송인 사오리 님의 일화가, 더 최근에서 기사로 보았던 동성 부부의 출산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했었다. 물론, 조금 다른 기준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의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특유의 문체나 세계관들에 조금 더 사회적인 이슈를 던졌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이야기 자체는 가볍고 술술 읽혀졌지만 덮고 나면 현실과 맞물려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그것조차도 완벽했던 작품집이었다. 아마 앞으로 박서련 작가님의 도장깨기는 더욱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